[테크톡노트] 중국어로 지시했는데 한국 금융권 공격…어떻게 가능했나
AI 침투도구 '아르텍스', 공통 웹 기술·통신 규칙 활용
AI가 보안 취약점 탐색·점검…크라우드스트라이크 사용 흔적 확인
(서울=연합뉴스) 한상용 기자 = 중국어로 인공지능(AI)에 지시했는데 한국 금융기관의 보안 취약점을 찾아낼 수 있을까.
최근 국내 금융권 해킹에 사용된 흔적이 확인된 AI 침투테스트 도구 '아르텍스'(ARTEX)는 이런 작업을 기술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프로그램이다.
AI가 보안 취약점을 찾는 데 그치지 않고 점검 계획을 세워 도구를 실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다음 작업까지 판단하는 방식이다.
웹서비스에 쓰이는 기술과 통신 규칙이 국가마다 크게 다르지 않은 데다 다국어를 처리하는 AI 모델까지 활용할 수 있어 중국어 지시만으로도 한국 서비스를 분석할 수 있다.
◇ AI가 보안 허점 찾고 직접 점검…중국 개발자가 공개한 '아르텍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오텀'(Autumn)이라는 활동명을 쓰는 중국 보안 엔지니어가 올해 개발자 플랫폼 깃허브에 공개했다. 깃허브 계정명은 'Autumn-27'이다.
아르텍스 명칭은 일부 소개 자료에서 '오토너머스 레드팀 엑스퍼트'(Autonomous Red Team Expert) 약자로 소개된다. 우리말로는 '자율형 모의공격 전문가' 정도로 해석된다. '레드팀'(Red Team)은 공격자 관점에서 보안 시스템의 허점을 찾는 역할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침투테스트는 시스템 소유자로부터 허락을 받아 해커처럼 보안 허점을 찾아보는 일종의 모의 해킹이다.
아르텍스 자체가 챗GPT나 제미나이 같은 AI 모델은 아니다. 외부 대규모언어모델(LLM)을 연결해 판단에 활용하고 그 판단에 따라 실제 보안 도구를 실행한다. 쉽게 말해 LLM이 '두뇌', 점검 도구들이 '손발' 역할을 하는 구조다.
AI 에이전트는 점검 대상을 분석하고 계획을 세운 뒤 도구를 실행에 옮긴다. 그 결과를 보고 다음 점검 방향을 정하며 여러 에이전트가 계획과 실행 등의 역할을 나눠 맡는다.
집의 방범 점검에 비유하면 "창문을 확인해보라"고 조언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직접 창문을 점검한 뒤 다음에 살펴볼 곳을 찾아 고르는 셈이다.
◇ 중국어 지시로 한국 금융권 겨냥…한국어판 탐지규칙도 공개
중국어 기반 도구로 한국 금융기관을 겨냥할 수 있는 이유는 컴퓨터가 처리하는 통신 방식을 AI 에이전트가 파악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홈페이지 화면 안내문이 한국어로 뜬다 해도 웹서비스를 구성하는 기술과 통신 규칙은 여러 나라에서 공통으로 사용된다.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해야만 기술적 약점을 찾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다국어를 처리하는 LLM은 한국어 화면과 문구를 해석하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중국어로 지시하면서 한국어 서비스를 분석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미국 보안기업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국내 금융기관을 겨냥한 공격을 분석해 중국어로 작성된 AI 지시문과 아르텍스 사용 흔적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공격자가 중국어 사용자일 가능성을 중간 수준의 확신으로 평가했으며, 신원은 확정하지 않았다.
중국산 도구가 쓰였다는 사실만으로 공격자의 국적이나 개발자의 연루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그 흔적이나 배경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힌트를 제공할 수 있다.
침투테스트는 보안 시스템의 약점을 먼저 찾아 고치는 것이 주요 목적이다. 그렇지만 같은 기능이 무단 침입에도 쓰일 수 있다는 점이 우려 사항으로 지목되곤 한다. AI가 보안 담당자의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공격자의 손발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근 공개된 한국어판 'artex-ko'는 점검 결과와 보고서 등을 한국어로 제공한다. 한국어판 제작자는 방어와 탐지 역량을 높이는 것이 공개 목적이라고 설명한다. 여기에 포함된 시그마(Sigma)·수리카타(Suricata) 탐지규칙은 시스템의 활동 기록이나 네트워크 통신에서 '수상한 흔적을 찾는 기준표'다.
시그마는 다양한 보안 제품에서 수집되는 로그를 일정한 방식으로 분석하기 위한 범용 탐지규칙 형식이다.
한국어판에 추가된 규칙은 아르텍스를 무조건 식별하는 기능이라기보다 보안 담당자가 아르텍스 관련 흔적을 탐지하는 데 활용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론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다만 한국어판 개발자가 원본에 없던 탐지 관련 자료를 별도로 추가한 구체적인 배경은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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