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마저 등 돌렸나…트럼프 관련보도 줄이고 유세 생중계 안해
"시청률 안 나오기 때문"…"트럼프 안 보여야 공화당에 도움" 해석도
"보수층서 '브랜드 파워' 하락" 징후…트럼프, 폭스에 연일 불만 표출
(워싱턴=연합뉴스) 홍정규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디어 우군'인 방송사 폭스마저 트럼프 대통령의 TV 화면 노출을 서서히 줄이는 듯한 모습이다.
폭스 뉴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돌입한 전국 지원 유세를 단 한 차례도 생중계하지 않은 것으로 8일(현지시간) 파악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경합지인 텍사스주 샌안토니오에서 오후 6시(중부시간 기준)부터 두 시간 가까이 연설했다. 폭스뉴스는 이를 생중계하지 않았고, 이날 오전 시사 프로그램인 '폭스 앤드 프렌즈'에서 관련 내용을 두어차례 짧게 언급하는 데 그쳤다.
폭스뉴스 기자는 유세 현장 보도에서 "이곳은 불과 2년 전 그가 거의 14%포인트 차이로 승리했던 주(州)다. 그런데 이제 그는 이 주를 지키고 공화당의 붉은색을 유지하기 위해 다시 텍사스에 왔다. 내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고 있다는 것 자체가 믿기 어렵지 않나"라고 말했다.
폭스뉴스는 지난달 9∼10일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 생중계 이후 트럼프 대통령 행사에 대한 보도 비중을 눈에 띄게 줄이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이 시청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폭스 경영진의 판단에서 비롯됐다고 한 현직 프로그램 진행자가 익명으로 CNN에 말했다.
폭스뉴스는 2024년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 연설을 생중계했고, 중계가 시작되자 시청률은 3배로 뛰었다. 이번 공화당 전당대회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나오는 장면에서도 시청률이 저조했다.
CNN은 "반복적이고 예측 가능한 발언들로 가득 찬 트럼프의 장황하고 열정적인 유세가 본질적으로 뉴스 가치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폭스뉴스는 미국에서 시청자가 가장 많다. 특히 보수 성향의 고정 시청자층이 형성된 것으로 여겨진다. 결국 보수층에 더는 트럼프 대통령의 '브랜드 파워'가 먹히지 않는다는 징후로 해석될 수 있다.
한편으론 친(親)공화당 성향인 폭스뉴스가 트럼프 대통령의 모습이 자꾸 노출되는 게 선거에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CNN은 "폭스는 트럼프가 중간선거에서 자신들의 승리 가능성을 해칠 것을 비공개적으로 우려하는 공화당 후보들과 전략가들의 생각에 동의하고 있다"며 "폭스의 기본 대응은 트럼프의 방송을 꺼버리는 것"이라고 짚었다.
앞서 폭스뉴스가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동맹'으로 꼽히던 마리아 바티로모 앵커를 해고하는 일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10년 가까이 자신을 지지해 온 폭스의 이같은 '변심'에 최근 여러 차례 불만을 터뜨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일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우리 지지자들은 폭스뉴스에서 우리의 유세와 유세에 관한 보도를 보고 싶어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들은 아주 빠르게 시청을 중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틀 뒤에는 "폭스는 공화당과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가 아니라 민주당을 홍보하고 있다. 그들은 완전히 방향을 잃었다"고 비난했다.
zhe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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