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미쳤네요!"…노벨상 앤 카슨, 작품처럼 자유분방 수상소감(종합)

입력 2026-10-09 01:14
"다들 미쳤네요!"…노벨상 앤 카슨, 작품처럼 자유분방 수상소감(종합)

'제2 고향' 아이슬란드서 바람소리 듣던 중 소식 접해

2024년 파킨슨병 투병 고백…병마에도 창작 의지 꺾지 않아



(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미쳤네요. 그들 모두 미친 것 같아요."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호명된 캐나다 작가 앤 카슨(76)은 스스로의 작품 세계처럼 솔직하고, 자유분방한 수상 소감을 밝혔다.

카슨은 8일(현지시간) 수상자 발표가 이뤄진 직후 아이슬란드 공영방송 RUV와의 인터뷰에서 "미쳤죠. 제 생각에는 그들 모두 미친 것 같아요…글쎄요, 아시다시피, 미친 일이에요."라고 말해 스웨덴 한림원이 자신을 올해 문학상 수상자로 결정한 것이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시각예술가인 남편 로버트 커리와 함께 2022년 아이슬란드 시민권을 취득한 복수 국적자인 카슨은 노벨상 수상 소식을 제2의 고향 아이슬란드에서 들었다. 그는 2008년 아이슬란드를 처음 방문한 이래 한 해의 상당 기간을 '제2의 고향' 아이슬란드에서 보내고 있다고 한다.

앞서 스웨덴 한림원 관계자도 카슨에게 수상 소식을 전했을 당시 카슨이 아이슬란드에서 "바람 소리를 듣고 있었다"며 "그는 매우 놀랐다"고 전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카슨은 이날 RUV와의 인터뷰 때도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모자를 손으로 붙잡은 채 응하면서, "여기서는 바람 소리를 듣지 않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아이슬란드에는 시속 70㎞가 넘는 강풍과 비를 동반한 쌀쌀한 날씨가 이어졌다. 기상 사이트에 따르면, 최고 기온은 8도였다.

그는 수상 소식을 전한 한림원과의 통화가 "상당히 자주 끊어지는(rather halting) 대화"였다고 묘사하면서, "그들은 통상적인 질문들을 던졌는데, 대답할 말이 없었다"고 RUV에 털어놨다.

시와 소설, 에세이, 번역, 학술 논문 사이의 경계를 허무는 자유롭고, 실험적 글쓰기로 유명한 칼슨은 RUV에 시가 "아마도 지금은 산문보다 더 유용할 것이다. 시가 더 빠르고, 모두가 조급하기 때문"이라는 견해도 밝혔다.

그는 "기본적으로 시는 간결해서 좋다고 생각한다"면서 "다만, 호메로스는 예외다. 호메로스는 간결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고대 그리스의 서사 시인 호메로스는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라는 방대한 작품을 남겼다.

캐나다 토론토대학에서 고전학을 전공한 뒤 수십년 동안 고전을 연구하고, 가르친 고전학자이기도 한 카슨은 호메로스를 비롯한 고대 그리스·로마 문학과 신화, 철학적 주제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하는 데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노벨상 수상으로 독자층이 늘어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는 "글쎄요, 출판사는 그러길 바랄 것"이라며 "제 책 표지에 스티커가 붙을 것이고, 스티커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카슨은 고전 전통과 유희적인 대화를 나누면서 현대 문학을 위한 새로운 형식을 창조해내 대담하고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했다"면서 카슨을 올해의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2024년 8월 영국의 문예비평지 '런던 리뷰 오브 북스'를 통해 파킨슨병 투병 사실을 고백하기도 한 카슨은 병마에도 불구하고 창작 의지를 꺾지 않으며 같은 해 시집 '잘못된 규범'을 발표하는 등 최근까지도 꾸준히 집필 활동을 해왔다.

투병 전에는 공책에 글을 쓰는 것이 습관이었다는 그는 당시 이 잡지에 "특히 괴롭고, 민망한 증상 중 하나는 글씨체가 무너져 내린다는 것이었다"며 아쉬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진단을 받은 이후 치료 요법으로 일주일에 3차례씩 복싱 수업에 나간다는 소소한 일상도 밝혔다. 복싱은 손과 눈의 협응력과 동작의 순서를 익히는 데 집중하게 해줘 파킨슨병 환자들에게 권장되는 운동으로 꼽힌다.

한편, 카슨 부부는 2008년 아이슬란드 금융 위기 이후 처음 아이슬란드를 찾은 후 점차 이곳에서 보내는 시간을 늘려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카슨의 오랜 예술적 동반자이기도 한 커리는 2023년 아이슬란드 매체 인터뷰에서 "이곳 사람들을 알게 되고, 그들을 좋아하게 됐다"면서, 아이슬란드는 1970년대의 미국 뉴욕과 함께 자신이 즉각적으로 '집'처럼 편안한 감정을 느낀 단 두 곳 중 한 곳이었다고 설명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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