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싱에 속은 모친에게 은행원이 실수로 아들 예금을 깨줬다면?

입력 2026-10-08 10:00
수정 2026-10-08 10:01
피싱에 속은 모친에게 은행원이 실수로 아들 예금을 깨줬다면?

금감원 분조위 조정…"금융사가 예탁금 반환해야"

"가족명의 계좌 해지 부당처리시 민사적 책임"



(서울=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 금융사 직원 착오로 계좌 해지를 요청한 고객 본인이 아닌 아들의 계좌를 해지해 그 예탁금을 고객에게 송금했다면, 금융사는 모자 관계라 하더라도 아들 명의 예탁금에 관한 반환채무가 있다는 판단이 나왔다.

8일 금융감독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는 전날 회의를 열어 이같이 판단하고 "금융사가 가족명의 예탁금의 개설·해지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하면, 업무상 주의의무 위반 여부 등에 따라 민사적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분조위에 따르면 A씨는 2024년 9월 한 금융사 지점을 찾아 본인과 아들인 B씨, 딸 C씨 명의로 복리식 정기예금 계좌를 요청해 개설했다.

문제는 A씨가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하면서 시작됐다. A씨가 사기범의 지시에 따라 금융사 지점에 내방해 직원에게 '주택구입 목적이다'라고 설명하며 본인 계좌를 해지하고 수표를 발행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직원의 착오로 고객의 아들 B씨의 예탁금 계좌를 해지해 예탁금 5천만원을 A씨의 수시입출금식 계좌로 송금한 뒤 수표를 발행해 A씨에게 내주었다.

귀가 후 A씨는 본인이 아닌 아들의 계좌가 해지된 사실을 알게 됐지만, 사기범에 기망당해 직원에게 정정 처리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사기범이 A씨가 아직 해지하지 않은 본인 명의 계좌가 있다는 것을 알고, 그 돈까지 인출해 전달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A씨는 다시 지점을 방문해 본인 계좌를 추가로 해지해 수표 발행해 사기범에게 전달했다.

이후 A씨는 사기범과 연락이 닿지 않자 보이스피싱 사기임을 깨달았다. 이에 경찰서에 피해사실을 신고했고, 금감원에는 '직원의 과실로 보이스피싱 피해금액이 확대됐다'는 취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민원을 제기했다.

금감원은 금융사가 B씨 계좌를 해지해 그 예탁금을 모친인 A에게 전달한 것은 거래 당사자(B씨)에게 반환한 것이 아니므로, B씨에게 여전히 예탁금 반환청구권이 있다고 봤다. 따라서 분조위는 금융사가 B씨에게 원금에 약정만기까지의 이자상당액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B에게 예탁금과 이자를 지급한다면 이에 관해 A에게 부당이득 반환 청구를 할 수 있는 지도 살펴봤으나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분조위는 "A가 수표를 보관하고 있었을 뿐 자기 재산으로 운용하거나 소비한 사실이 없다"며 "보이스피싱 사기범이 실질적인 이득자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조정 결정에 금융사와 조정을 신청한 A·B씨가 조정안 수령 날로부터 20일 이내에 수락한다면 조정은 성립된다.

yk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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