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결선투표까지 3주…룰라, '판세 뒤집기' 부동층 공략

입력 2026-10-07 06:07
수정 2026-10-07 06:27
브라질 결선투표까지 3주…룰라, '판세 뒤집기' 부동층 공략

경제 실정·보수화하는 사회 분위기…보우소나루에 유리한 구도

룰라 "유권자들과 더 많이 셀카 찍고 더 많이 말할 것"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송광호 특파원 = 브라질 대선 1차 투표에서 플라비우 보우소나루 자유당(PL) 후보가 예상외의 승리를 거두면서 오는 25일(현지시간) 치러지는 결선투표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보우소나루 후보가 최종 승리한다면 이는 중남미 블루타이드(우파 집권 물결)의 완성을 의미한다.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볼리비아, 칠레, 콜롬비아, 페루 등에 이어 중남미 최대 경제 대국인 브라질의 블루타이드 합류는 상징적 의미가 크다.

반면, 룰라 대통령이 승리한다면 거센 우파 집권의 물줄기를 되돌리는 결정적 시발점이 될 수 있다. 도널드 트럼프 재집권 후 치러진 거의 모든 중남미 대선에서 승리한 우파의 압도적 기세가 꺾이는 것이다. 그러나 룰라 측의 기대와는 달리, 각종 지표를 보면 현재 판세는 보우소나루에게 조금 더 유리하게 흘러가고 있다.



◇ 1989년 민주화 이후 1차 선거 이긴 후보가 대선 승리

결선투표 제도를 채택한 나라 중에 1차 투표에서 승부가 갈린 적은 남미 역사에서 거의 없다. 그러나 1차 투표 결과는 결선투표를 예측하는 중요한 지표다. 적어도 브라질에선 그렇다. 1989년 민주화 이후, 브라질 대선 1차 투표에서 승리한 후보가 결선투표에서 패배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기 때문이다.

지난 2002년 대통령 당선 이후 대선에서 패한 적이 없는 룰라 대통령도 모두 1차 투표에서 최다 득표를 차지한 뒤 결선을 통해 세 차례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러나 이번에는 약 2%포인트 차로 보우소나루 후보에게 1위 자리를 내줬다. 그간의 여론조사 결과를 뒤집고, 그것도 보수가 분열된 상태에서 나온 성적이어서 룰라 측에겐 적잖이 충격적인 결과였다.

결선투표에선 이 같은 여세가 더욱 커질 수 있다. 응집력이 높아지는 결선투표 특성상 흩어진 최대 8%에 이르는 보수표 중 상당수가 보우소나루 쪽으로 쏠릴 가능성이 있어서다.





◇ 옥죄는 경제 상황…"선거 결과는 룰라 정권 심판"

사실 경제와 치안 문제가 취약한 남미에서 집권 여당이 승리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2018~2026년 사이 남미에서 집권 여당이 대선 승리를 거둔 건 파라과이(2회)와 에콰도르(1회) 사례 등 단 세 차례뿐이다. 이 같은 정권 심판론은 브라질에서도 그대로 작동했다.

대선과 함께 치러진 이번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야권은 대거 약진했다. 상·하원 모두에서 자유당(PL)이 최다 의석을 차지했고, 주지사 선거에서도 우파 성향 후보들이 줄줄이 당선됐다.

정권 심판 바람 속에 보우소나루 가문 사람들은 최대 수혜자로 떠올랐다. 1차 대선 투표에서 1위를 차지한 플라비우를 비롯해 계모 미셸(상원), 삼촌 헤나투(하원), 동생 카를로스(상원)·헤난(하원) 등이 모두 의원 배지를 달았다.

정권 심판론이 거세진 근본 원인은 무너진 서민경제에 있다. 브라질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가 크게 치솟는 등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는 동안 전체 가구의 82%가 각종 빚에 시달렸다. 상파울루 인스페르 연구소의 정치학자 레안드로 콘센티노는 "이번 결과는 틀림없이 룰라 정부에 대한 대중의 매서운 심판"이라고 진단했다.



◇ 복음주의 약진과 보수화…룰라 부동층 공략으로 역전 노려

룰라의 실정도 있지만 기독교 복음주의(개신교) 세력의 폭발적 성장과 사회 전반의 우향우 흐름도 보우소나루의 약진을 견인했다.

리우데자네이루 등 주요 지역에서 복음주의 인구는 전체의 35%를 넘어서며 가톨릭(30%)을 제치고 제1 세력으로 부상했다. 전통적 가톨릭과 달리 목사의 지침에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복음주의 유권자들은 낙태 반대, 전통적 가족 가치 사수 등을 내세운 보우소나루 진영에 강력한 정치적 동력을 제공하고 있다.

사회도 점차 보수화하고 있다. 책 '거울 속에 브라질'을 쓴 펠리페 누네스 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14~2023년 스스로를 우파라고 생각한 브라질 국민은 26%에서 37%로 늘었다. 반면 좌파라고 응답한 비율은 29%에서 23%로 줄었다.

이 같은 불리한 상황 속에서 룰라의 전략은 21%에 이르는 1차 투표 부동층의 마음을 사로잡아 투표장으로 이끄는 것이다. 룰라는 패배 후인 지난 5일 브라질리아에서 측근들과 만난 뒤 "나는 (유권자들을 만나) 더 많은 셀카를 찍어야 할 것이고, 더 많이 말을 해야 할 것이며, 더 많은 일을 해낼 시간을 찾아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buff27@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