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케이드부터 채권시장까지…프랑스 뒤흔드는 재정불안

입력 2026-10-06 19:11
바리케이드부터 채권시장까지…프랑스 뒤흔드는 재정불안

교육환경 항의 학생시위, 공공부문 파업…국채 매도세에 금리 급등

의회 교착·대선 앞 긴축적 예산안 통과 불투명

유럽 확산 가능성·ECB 개입론까지…"유로존 위기 때와는 달라"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프랑스 전역에서 학생들이 학교 앞에 바리케이드를 치며 시위를 벌이고, 금융시장에선 프랑스 국채 안정성이 유럽 재정위기 이후 최저로 떨어진 근본적 원인으로 국가 재정 불안이 지목되고 있다.

학생들은 만성적인 교사 부족과 과밀학급, 노후한 학교 시설 등 열악한 교육 환경을 개선하라며 인력과 예산 확충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중순 시작된 시위는 전국으로 퍼지며 격화했고 6일(현지시간)엔 대규모 시위가 예정돼 있다.

지난달 29일 소방관, 보건 종사자 등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노동자 수십만명이 물가 상승에 따른 구매력 하락과 정부의 긴축적 예산안에 항의하며 거리 시위를 벌였다.

노동총동맹(CGT), 민주프랑스노동연맹(CFDT) 등 주요 노조는 교사들에게도 학생 시위 동참을 촉구하는 한편, 예산안 반대 총파업도 계획하고 있다.

어민들은 지난달 유류비 상승에 항의해 정부와 협상을 벌이며 항구를 봉쇄했다.



채권 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중동 전쟁에 따른 유가 상승과 물가 우려 등으로 선진국 국채가 모두 흔들리고 있지만, 주요 7개국(G7) 가운데 프랑스 국채가 가장 큰 매도세를 겪고 있다.

프랑스 국채 10년물 금리가 5% 가까이로 20여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으면서 안전자산인 독일 국채 10년물과 금리 차는 2011년 유로존 재정위기 후 최대인 1.6%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이는 이자 및 상환 비용 급증으로 이어지며 재정 부담을 가중한다.

지난 5일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는 17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는데, 프랑스 재정 불안이 '재정 위기' 수준으로 번지고 유로존으로 확산할 가능성에 대한 시장 우려가 원인으로 꼽혔다.

프랑스 공공 부채는 3조5천억유로(약 5천269조원)로 국내총생산(GDP)의 120%에 육박한다. 재정 적자는 3년 연속 GDP 대비 5%를 넘었다. 올해는 5.4%에 달할 걸로 전망된다. 유럽연합(EU)이 2029년 기준선으로 제시한 3%를 크게 웃돈

다.



재정 불안과 정치적 혼란은 상호 간에 원인이자 결과로 악순환하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친기업 개혁은 잇단 위기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대규모 지출로 뒤집혔고, 취임 이후 그의 재임 기간 9년간 부채는 1조유로(1천505조원) 이상 늘어났다.

마크롱 대통령은 2024년 조기 총선 승부수를 띄웠지만, 과반 다수당이 없는 의회의 극한 분열로 예산안을 둘러싼 '전쟁'이 벌어지면서 총리가 줄줄이 사임했다.

세바스티앙 르코르뉘 총리는 내년도 예산안에 일부 증세와 공무원 임금 부분 동결, 연금 인상 제한, 주택 지원·가족수당 등 사회복지 지출 동결 등 430억유로(약 65조원) 규모의 재정 절감 방안을 담았다.

이 예산안이 통과까지 얼마나 진통을 겪을지는 알 수 없다.

현재의 재정 상황으로는 봇물 터지듯 이어지는 시위와 불만 여론을 잠재울 지출 약속을 하기 어려울뿐더러, 마크롱 대통령은 임기 말에 있어 정책 추진 동력이 크지 않다.

장이브 카뮈 장조레재단 정치과학자는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마크롱 대통령의 '레임덕'을 지적하며 "정권 말기에 앞으로 7개월간 계획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여론조사에서 반년 앞 대선에서 극우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의원의 당선이 유력하게 점쳐지고 있고 '국가 부채 취소'라는 파격적인 주장까지 내놓은 극좌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의 장뤼크 멜랑숑 대표도 선전하는 반면에 중도 진영은 고전하고 있다.



알레시 쿠트니 뱅가드 자산운용 국제금리팀장은 FT에 내년 4월 대선 1차 투표를 앞두고 각 정당에서 나오는 '선심성 과시용' 공약이 현 정부의 재정 건전화 계획을 위협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프랑스의 재정 불안을 둘러싼 우려가 커지면서 유럽중앙은행(ECB)의 프랑스 국채 시장 개입에 관한 관측도 고개를 들고 있다.

TD증권은 지난주 보고서에서 "이런 움직임은 프랑스만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시장 안정을 돕기 위해 ECB의 반응이 더 요구될 수 있다"고 썼다.

다만, 현재 상황이 '재정 위기'나 ECB 개입을 거론할 만한 단계가 아니라는 분석도 나온다.

ECB 관료 출신 옌스 아이젠슈미트 모건스탠리 수석 유럽 이코노미스트는 ECB가 정치적 민감성 때문에 긴급 채권 매입을 선호하지 않는다면서 현재의 차입 비용 상승이 ECB의 통화정책 방향에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에마뉘엘 물랭 프랑스은행 총재는 FT와 인터뷰에서 시장 혼란이 심각하고 걱정스럽기는 하지만, 국가가 다시 정상 궤도에 오를 것으로 본다면서 "프랑스는 유로존 위기 당시의 그리스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물랭 총재는 그러면서 재정 개선의 차질 없는 추진을 촉구했다. 그는 "정부가 제안한 지출 삭감과 재정적자 감축안을 통과시킨다면 시장이 재정 건전화에 대한 구체적 약속에 안심할 것"이라며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금리 상승에 점점 숨 막히게 될 위험이 정말로 있다"고 강조했다.



cheror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