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국방부, 선거앞 해외유권자 등록양식 '긴급조치'로 변경
WP "통상적 의견수렴 절차 생략"…해외투표 위축 우려 제기
트럼프 행정부 '우편투표 제한·신원확인 강화' 추진 속 변경
(워싱턴=연합뉴스) 이유미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해외에 거주하는 자국민의 유권자 등록 및 부재자 투표 신청 양식을 '긴급 조치'를 통해 변경한 것으로 나타났다.
워싱턴포스트(WP)는 1일(현지시간) 미 국방부(전쟁부)가 지난 8월 '연방 우편엽서 신청서'(FPCA)의 신분 확인 요건 등 일부 내용을 변경하면서 통상적인 의견 수렴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FPCA는 해외 거주 미국인이 유권자로 등록하고 부재자 투표용지를 신청하는 데 사용하는 양식이다. 해외에 거주하는 미국 유권자는 200만명 이상으로 추산된다.
새 양식에서는 미국에 한 번도 거주한 적이 없는 해외 거주 미국 시민이 자신의 신분을 체크할 수 있는 항목이 삭제됐다. 이에 따라 해외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미국 시민권자의 자녀 등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WP는 전했다.
숀 오키프 국방부 차관은 지난 8월 13일 백악관 예산관리국(OMB)에 보낸 서한에서 기존 양식이 유권자들에게 연방법상 필요한 정보와 투표 자격에 대해 혼란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다음 연방 선거가 90일도 남지 않아 통상적인 절차로 양식을 변경할 시간이 부족하다며 긴급 변경을 요청해 이를 승인받았다.
그러나 선거 일정이 수년 전부터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중간선거를 불과 수개월 앞두고 이를 긴급 사안으로 처리한 배경을 놓고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재외국민 단체에서는 이번 조치가 사실상 일부 해외 유권자들의 투표권을 박탈하는 것이란 비판이 나온다.
해외 거주 미국인 협회의 도리스 스피어 회장은 "절차를 너무 어렵게 만들어 정말로 투표하고 싶은 사람만이 그 과정을 헤쳐 나갈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며 그 결과 혼란이 야기되고 해외 투표가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방부는 WP에 이번 변경이 "유권자 신원 확인 지침을 간소화하고 연방법과의 일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어떤 연방법에 따른 것인지, 긴급한 사유가 무엇인지 설명하지 않았다고 WP는 전했다.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우편투표 제한과 유권자 신분 확인 요건 강화를 추진해온 가운데 이뤄졌다. 특히 11월 중간선거를 한 달여 앞두고 공화당이 다수당 수성을 위해 민주당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통상적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변경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yumi@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