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왕제색도·까치호랑이가 런던 한복판에…"숨막히는 수준"

입력 2026-10-01 10:00
인왕제색도·까치호랑이가 런던 한복판에…"숨막히는 수준"

영국박물관 42년만에 대규모 한국전…이건희 컬렉션 국보·보물 총출동

'일월오악도' '체재공 초상', 서도호까지 '역사와 현대의 만남'

영국박물관장 "독창적 한국문화 정체성"…유홍준 "한국적 분위기 느끼기를"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영국박물관이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의 기증품을 중심으로 2천년에 걸친 한국 문화 발전사의 장대한 여정을 명료하게 소개하는 전시가 1일(현지시간) 막을 올렸다.

'한국:2천년 창의의 여정'은 연간 전 세계 방문객 640만명이 찾는 영국 대표 국립박물관 영국박물관이 42년 만에 여는 대규모 한국전이며,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이 미국 워싱턴DC·시카고에 이어 세 번째로 여는 '이건희 컬렉션' 국외 순회전이다.

전시에는 평소 한국을 벗어나선 만나기 어려운 '최상급' 작품들이 알차게 들어차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국보와 보물만 23건이다. 영국과 유럽뿐 아니라 영국박물관을 찾는 전 세계 관객이 해외에선 드물게 '진짜' 한국문화의 정수를 맛볼 기회다.



지난달 29일 언론 공개 행사에서 만난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영국과 전 세계 관람객들에게 가장 보여주고 싶은 부분에 대한 질문에 "전체적으로 한국적 분위기란 어떤 것인가 느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유 관장은 "화려하지는 않은데 보는 사람들에게 편안한 마음을 주고, 자연과 잘 어울리며, 인간미가 넘치는 한국 문화를 (관람객들이) 느껴보면 좋겠다"고도 설명했다.

이번에 선보이는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은 79건 164점이고 국립현대미술관은 15건이다.

국보 '대구 비산동 청동기',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 덕에 세계인에게 익숙해진 '까치와 호랑이' 등 처음 선보이는 작품들로 앞선 순회전과 차별화했다. 고고학 유물에 강한 영국박물관 특성에 맞게 '날개 모양 관꾸미개', '금동신발', '토우 장식 토기' 등 삼국시대 유물도 더했다.



전시는 시대별 주요 유물을 따라 '시간의 터널'을 걷다가 통일신라 이전, 고려, 조선, 현대로 나뉜 시대별 방에 들어가는 구성이다.

니컬러스 컬리넌 영국박물관장은 "이 전시는 독창적인 한국의 문화적 정체성이 과거, 그리고 더 넓은 세상과 대화하며 어떻게 지속해서 형성돼 왔는지 관객들에게 생각해볼 점을 던진다"며 "이는 영국과 한국의 오랜 관계의 중요한 이정표"라고 강조했다.

컬리넌 관장은 이건희 컬렉션에 대해 "찬란한 불상부터 현대 조각에 이르기까지 컬렉션의 폭과 깊이는 숨막히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 회장 일가의 컬렉션 국가 기증이 '모든 이의 앎과 정보 개선을 위한 수집'이라는 영국박물관 설립자 한스 슬론의 정신과 유사하다고 빗대기도 했다.



영국박물관은 '나전 국화 당초무늬 경전함'과 이명기의 '채제공 초상', 현대 미술 작품들을 포함한 자체 소장품 6건도 함께 선보인다. 영국박물관은 2000년부터 한국 정부의 지원으로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을 대여해 한국실을 활성화해 왔다.

전시는 한국의 전통 유물과 같은 주제의 영국박물관 소장 근현대 작품을 배치하는 방식으로 전통과 현대, 한국과 영국의 연결성을 살렸다. 최근까지 영국박물관 한국실에서 전시돼 오던 '번역된 도자기 2018 TVG1'(이수경)이 고려 청자들과 나란히 배치돼 있는 식이다.



또한 이번 특별전을 위해 영국박물관이 최근 구입한 서도호의 '자화상'이 전시의 대미를 장식한다.

유홍준 관장이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로 꼽은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의 경우에는 영국박물관이 기획·제작한 벽면 디자인과 영상, 음향효과가 어우러진 공간에 자리했다.

김상아 영국박물관 큐레이터는 "과거가 과거에 머물지 않고 현대 작가들도 계속 소통하며 작업한다는, 한국의 창의성이 현재까지 이어진다는 걸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수석 큐레이터로서 이번 전시 전체를 이끈 김 큐레이터는 "영국박물관과 국립중앙박물관이 오랜 파트너십을 이어 왔고 이번 특별전은 그 결실"이라며 "한국과 영국의 활발한 문화 교류 출발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서 가장 먼저 관람객의 시선을 끌어당길 만한 작품들은 '케데헌'에 등장한 '까치와 호랑이'와 '일월오악도'다. 작품 전시 라벨에 영화 속 호랑이 더피와 까치 서씨, 걸그룹 헌트릭스의 무대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다.

이들 작품을 바탕으로 영국박물관이 자체 개발한 문화상품과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의 '뮷즈'(MU:DS)가 전시실 앞 숍에서 현지 관람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이같은 'K-컬처'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을 한국의 깊고 오랜 문화까지로 확장하겠다는 게 이번 전시의 주요 취지이기도 하다.



제시카 해리슨홀 영국박물관 아시아관 총괄은 "관람객들에게 전하고자 하는 주요 메시지는 한국인들의 특별한 개성과 창의성"이라며 "인기 있는 음악, 패션, 음식을 통해 잘 알려진 동시대 문화 너머로 사람들의 시야를 열어주고 싶다"고 설명했다.

해리슨홀 총괄은 "영국박물관에서 40년 만에 하는 한국전이고, 한국을 더 잘 이해하려는 엄청난 관심이 있다"며 "사람들이 다시는 볼 수 없을 국가 보물들을 본다는 생각에 매료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 파트너사인 삼성전자는 런던 도심 피카딜리 광장과 켄싱턴, 히스로공항 안팎 등지에서 디지털 전광판 광고를 통해 전시를 알리고 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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