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보조배터리 부풀어 오르면 소금물에 넣어라?…화재 대응법은

입력 2026-10-01 06:30
[팩트체크] 보조배터리 부풀어 오르면 소금물에 넣어라?…화재 대응법은

보조배터리 화재 서울서만 2023년 15건→2025년 55건…매년 증가세

부풀거나 흰 연기·이상 발열·냄새·케이스 변색 나타나면 위험 신호

소금물에 넣기 등은 상황별 주의 필요…배출은 폐건전지함·2차전지함에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집 청소하다가 보조배터리가 이렇게 부푼 것을 발견했어요. 조금만 건드려도 터질 것 같은데 어떻게 해야하나요."

온라인에서 휴대용 보조배터리가 부풀어 오른 것을 목격하거나 심지어는 폭발을 경험했다는 글을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미사용 보조배터리가 부풀어 오른 채 발견됐다는 글도 볼 수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선 이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소금물에 담가두거나 연결된 전선을 모두 자르라는 대응법도 언급된다.

실제 이런 대응법이 효과가 있을까. 관련 기관과 전문가들을 통해 보조배터리 사고 현황과 대처법을 알아봤다.





◇ 보조배터리 화재사고 증가세…정확한 통계는 없어

보조배터리 화재에 대한 이야기가 많지만 현시점에서 보조배터리 사고 건수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별도의 통계 항목이 없는 데다 개별적으로 처리되는 사건 자체는 집계되지 않는다는 점에서다.

일단 소방당국은 전동킥보드나 전기 자전거, 전기 오토바이 등을 포함한 리튬이온배터리 화재라는 큰 범주에서 통계를 파악하고 있다.

보조배터리도 일반적으로 리튬이온 계열의 배터리가 사용돼 여기에 포함되지만, 따로 보조배터리 화재 통계를 집계하진 않는다.

나아가 폭발이나 화재가 발생했어도 관계 기관에 신고하지 않은 채 처리하는 경우 이런 통계에서 제외되는 문제도 있다. 다만 소방청이 진행 중인 국가화재정보시스템 고도화 사업이 완료되면 보조배터리 화재 건수만 따로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NS에선 실제로 폭발 조짐이 보였거나 폭발해 불이 붙었지만 스스로 처리했다는 경험담을 쉽게 찾을 수 있다.

다만 여러 기관의 통계를 종합해볼 때 보조배터리 사고 건수는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된다.

우선 서울시 소방재난본부가 최근 3년간 서울에서 발생한 보조배터리 화재를 집계한 결과, 2023년 15건, 2024년 37건, 2025년 55건 등 매년 발생 건수가 증가하는 추세다.

이로 인해 사망 2명, 부상 5명 등의 인명 피해와 약 2만7천700만원의 재산 피해도 발생했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CISS)에 접수된 보조배터리 관련 위해 사례도 2021년 22건, 2024년 136건으로 3년 새 약 6배 증가했다.

소방청은 일반 배터리와 배터리·축전기 등을 포함한 전체 배터리 화재 건수가 2023년 359건, 2024년 543건, 2025년 706건 등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화재 건수가 늘면서 일상에선 보조배터리 사고 소식을 쉽게 접할 수 있다.

항공기 내에서 보조배터리 발화로 추정되는 화재 사고 소식이 잇따르는가 하면 올해 4~5월에만 서울 지하철에서 보조배터리 연기 사고가 연달아 4건이 발생했다.

휴대전화를 포함해 각종 모바일 기기 사용이 늘면서 그만큼 보조배터리 보유 및 사용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앞으로 이런 사고가 더 늘어날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했다.



◇ 부풀러 오를 때만 체크해야?…사전에 위험 파악할 방법은

보조배터리 사고를 예측할 수 있는 신호가 있을까.

SNS에선 주로 보조배터리가 부풀어 오르는 '팽창' 현상을 위험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그러나 비정상적인 발열 현상이나 흰 연기 등도 폭발이나 발화로 이어질 수 있는 신호다.

리튬이온배터리는 휘발성 전해질을 포함하고 있는데 정상적인 상태에선 배터리 내부 압력이 일정하게 유지된다. 그러나 다양한 요인으로 화학적 반응이 일어나 전해질이 분해되면 가연성 가스가 방출되는데 이 가스가 밀봉된 내부에 축적되면서 압력이 높아지며 배터리가 부풀어 오르게 된다.

이때 외부 충격 등으로 배터리 내부 분리막이 손상되면 연기가 나거나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

김수영 국립소방연구원 화재원인분석팀장은 "팽창도 위험하지만 일반적으로 흰색 연기가 보이면 곧 화재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가기술표준원(국표원) 관계자는 "팽창 외에 평소보다 뜨거워지는 이상 발열이나 이상한 냄새, 케이스 변색 등도 전조 증상"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연방소방청도 홈페이지에 게시한 '리튬이온배터리 화재 위험성과 대응 전략' 자료에서 팽창이나 '펑', '쉭' 등의 소리, 눈에 보이는 연기 배출, 온도 상승 등을 열폭주 현상의 징후로 제시했다.

충전 중이거나 사용 중일 때만 이런 사고 위험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무런 전조증상 없이도 화재나 폭발이 일어날 수 있다.

국표원 관계자는 "실제로 리튬이온배터리를 보관 중인 상황에서 화재가 난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보조배터리가 부풀었다고 곧바로 큰 폭발이나 화재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 만큼 차분한 대응이 중요하다.

김 팀장은 "부푼 상태에서 끝나는 경우도 있고, 발화해도 순간적으로 불이 커졌다가 곧바로 줄어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언론에 보도되는 사례처럼 인명 및 재산 피해가 커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충전 중에 사고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고, 충전하는 장소 주변에 가연물이 많은 특성이 있어서다.

침대나 이불, 소파 위에 두고 충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장소는 불이 옮겨붙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국표원과 소방연구원, 소비자원 등이 지난해 4월 발표한 '휴대용 보조배터리 화재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수칙 안내'에서도 제품 발화 시 주변의 가연성 물질로 옮겨붙으면 큰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며 사용자의 주의를 촉구했다.



◇ "연기 난다면 물러서서 소화기나 물 준비"…무리한 진화보다 119 신고 뒤 대피

SNS에선 팽창 등의 현상이 나타났을 때 대응책으로 소금물에 담가두거나 배터리 연결선을 모두 절단하는 등의 방법이 언급된다.

소금물에 담그는 방법을 두고는 전문가들도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국표원 관계자는 "리튬이온배터리 시험 인증기관에선 시험한 배터리를 모두 농도 3% 이하의 소금물에서 최소 3일 이상 담근 상태로 안정화한 뒤 방전됐는지를 확인하고, 건조 및 절연 처리를 거쳐 폐기업체에 넘긴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만 일반인이 소금물 농도를 정확히 맞추기란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김수영 국립소방연구원 팀장은 "그냥 물속에 넣어두기만 해도 열폭주 발생 시 그 여파가 적다"면서 일단 물에 넣어둔 뒤 몇시간 지켜보라고 조언했다.

그러나 이미 연기가 난다면 물러서서 소화기나 물을 준비해둘 것을 권했다.

김 팀장은 "연기가 나면 갑자기 열폭주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빠르게 대처하기 어렵다면 차라리 화상 피해를 막기 위해 물러나서 다음 대응을 준비하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도 올해 6월 보조배터리 보관 파우치 화재 적응성 실험 결과를 발표하면서 화재 발생 시 무리하게 직접 진화하려 하기보다 119에 신고한 뒤 안전한 장소에 대피할 것을 권했다.

소방 기관들은 이런 사고를 사전에 막으려면 ▲ 충전 시 제품에 맞는 충전기·케이스 사용 ▲ 충전 완료 후 신속하게 전원 분리 ▲ 외부 충격에 주의 ▲ 침대·소파 위 등 가연성 물질 주변에서 장시간 충전 금지 ▲ 단락 방지를 위해 금속류와 접촉하지 않도록 분리해서 보관 ▲ 직사광선이나 차량 내부 등 고온 환경에 방치하지 않기 ▲ 발열, 부풀어 오름, 냄새 등 이상 징후가 나타나면 즉시 사용 중단 등을 유념해야 한다고 안내한다.

특히 보조배터리는 정격 입력(전압·전류)과 충전기의 출력(전압·전류)이 일치해야 안정적으로 전원을 공급받을 수 있어 사양에 맞는 정격 충전기 사용이 중요하다.

소방청은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충전은 4시간 이내로 하고, 잠들거나 외출할 때는 무조건 코드를 뽑으라고 안내했다.

일각에선 중국산 제품의 폭발·화재 위험이 더 커 중국산을 쓰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하나 이를 뒷받침할 객관적인 증거는 없다고 국표원 관계자는 말했다.

이 관계자는 "KC 인증받은 제품 사용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소비자원도 공식 유튜브 채널에서 보조배터리의 안전한 사용법을 안내하면서 보조배터리와 충전기가 반드시 인증받은 제품인지 확인하도록 권했다.



◇ 보조배터리 어떻게 버리나…"폐건전지함에 배출해도 돼"

보조배터리를 장시간 사용하지 않을 계획이라면 완전히 충전된 상태가 아닌, 일정 부분 방전시켜 보관하는 편이 안전하다고 김수영 팀장은 조언했다.

아예 쓰지 않게 된 보조배터리는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충전식 보조배터리는 일반 종량제봉투나 일반 재활용품에 섞어 버리면 안된다. 폐기물 선별·압축·운반 과정에서 배터리가 눌리거나 충격을 받으면 화재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별로 약간씩 차이는 있으나 서울시 거주자라면 2차 전지만 별도로 수거하는 원형 폐배터리 수거함에 배출하면 된다.

서울시는 보조배터리를 포함한 2차 전지의 화재 예방과 자원 재활용 등을 위해 지난해부터 개폐형 안전수거함을 설치 중이다. 현재 서울 시내 행정복지센터와 아파트 단지, 공공시설 등 4천100여곳에 설치됐다. 폐건전지 분리수거함 위치는 '스마트서울맵'에서 조회할 수 있다.

개폐형 안전수거함이 없다면 기존의 폐건전지함에 배출해도 된다.

부풀어 오른 보조배터리도 이런 곳에 버려도 될까.

서울시 자원순환과 관계자는 "살짝 부풀어 오른 정도라면 괜찮다"면서 "하지만 맨눈으로 내부가 보일 정도로 부풀었다면 랩 등으로 잘 싸서 버리는 편이 좋다. 혹시 부푼 정도가 더 심하다면 반찬통 등에 넣은 다음 배터리가 잠길 만큼 물을 부어 수거함에 넣어달라"고 말했다.

직접 배출하기에는 위험해 보일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다면 폐전기·전자제품 처리를 지원하는 서울도시금속회수센터(SR센터)로 연락하면 처리법을 안내해준다고 이 관계자는 덧붙였다.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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