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후티 공세 탓 앙숙돼가던 UAE와 화해 추진

입력 2026-09-30 11:20
사우디, 후티 공세 탓 앙숙돼가던 UAE와 화해 추진

예멘·수단 내전에서 입장차 보이며 관계 악화일로

턱밑 후티 진군에 UAE·예멘 남부세력과 연대 필요성 부각



(서울=연합뉴스) 곽민서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가 앙숙으로 변해가던 아랍에미리트(UAE)와 다급하게 관계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예멘의 친이란 무장세력 후티의 공세가 점점 거세지면서 사우디로서는 UAE와 다시 손을 맞잡는 게 절실해졌다는 분석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칼리드 빈 살만 사우디 국방장관은 29일(현지시간) 사우디 리야드에서 셰이크 만수르 빈 자이드 알나하얀 UAE 부통령과 만나 예멘 문제를 논의했다.

칼리드 빈 살만 장관은 사우디의 실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의 동생이며 셰이크 만수르 부통령은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UAE 대통령의 동생이다.

사우디의 공식 초청에 UAE가 응하는 방식으로 양국 최고위급 인사 간 회담이 성사된 것이다.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걸프·예멘 전문가 바라 시반은 "사우디와 UAE의 균열을 끝내기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고, 일부 신뢰 구축 조치가 나올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사우디와 UAE가 본격적인 관계 개선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양국 관계는 지난 2023년 수단 내전을 계기로 급격히 악화했다. 당시 사우디가 수단 정부군을 지지한 반면, UAE는 반군인 신속지원군(RSF)을 지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예멘에서도 사우디는 정부군을, UAE는 분리주의 세력인 남부과도위원회(STC)를 각각 지원하며 이해관계가 엇갈렸다.

이후 사우디의 공격으로 STC가 패배하고 UAE가 사실상 예멘에서 철수한 뒤에도 양국의 '뒤끝'은 이어졌다.

UAE는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전격 탈퇴하며 사우디가 주도해온 중동 질서에 사실상 정면 도전했다.

이에 격분한 사우디가 UAE 계좌에 대한 송금을 차단하거나 지연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UAE에 불이익을 주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그러나 최근 예멘의 반군인 후티의 공격이 거세지면서 사우디는 불가피하게 UAE와의 관계 개선을 모색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으로 보인다.

후티는 홍해와 아덴만을 잇는 핵심 길목인 바브엘만데브 해협 인근의 주요 연안 도시와 섬 지역을 장악했으며, 최근에는 예멘 정부군이 통제하는 남부 고원지대로도 전선을 넓혔다.

일각에서는 사우디가 예멘 남부 분리주의 세력과의 관계를 재고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예멘 전 외무장관이자 STC 지지자인 칼리드 알야마니는 예멘 남부에서 UAE의 훈련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STC 계열 세력 '자이언트 여단'이 후티의 진격에 맞설 주요 병력이 될 수 있다고 가디언에 말했다.

사우디로서는 이들 남부 분리주의 세력과의 협력을 통해 후티 반군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고 이를 위해 UAE와의 관계개선이 절실하다는 얘기다.

미국 백악관 역시 최근 UAE와 사우디에 남부 자이언트 여단을 포함한 통합 군 지휘 체계를 구성해 후티에 맞설 것을 촉구했다고 가디언이 전했다.

그러나 사우디는 남부 분리주의 세력이 주장하는 예멘 분단에 반대해온 만큼, 이들과의 협력 가능성은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지난 27일 UAE에서 열린 회의에서 사우디를 돕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사우디가 이러한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가디언은 짚었다.

ms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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