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군경까지 공격한 정착민…네타냐후, 총선 앞 딜레마

입력 2026-09-30 10:56
수정 2026-09-30 11:06
이스라엘 군경까지 공격한 정착민…네타냐후, 총선 앞 딜레마

요르단강 서안 팔레스타인 가족 귀가 호송한 이스라엘군 공격

야권 "무정부 상태"…대응 지시하되 표밭 의식해 '소수일탈' 주장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기자 = 이스라엘 총선(10월 27일)을 앞두고 요르단강 서안지구 내 이스라엘 점령지에서 폭력 사태가 격화하면서 권좌 유지를 노리는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게도 정치적 딜레마가 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전날 저녁 유대인 정착민들이 팔레스타인 가족을 집으로 호송하던 이스라엘군의 차량을 공격했다.

이 팔레스타인 가족은 지난 7월 정착민들의 폭력으로 인해 집을 떠나야 했던 이들이다. 이스라엘 대법원은 이달 초 정부가 이 가족의 안전 귀가를 보장하라고 명령했다. 이에 약 30∼40명의 이스라엘군이 이 가족을 집으로 호송하기 위해 배치됐다.

이 소식을 들은 정착민들은 호송대가 도착하자 돌을 던지는 등 공격했다. 이들은 군인들이 집 안에서 가족을 보호하는 동안에도 창문을 통해 내부로 침입해 난동을 피웠다.

가족의 변호사는 "군인들은 처음에 가족을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집 안의 안전한 구역으로 대피시켰다"며 "그러나 상황이 악화하자 군은 공격을 통제할 수 없게 됐다"고 설명했다.



결국 이스라엘군은 이 가족을 집 밖 차량으로 이동시켰고, 정착민들이 차량을 포위하고 타이어를 찢는 등 공격을 계속하자 장갑차를 동원해 대피시켰다.

변호사는 가족이 현장을 떠난 후 불타고 있는 집의 영상 자료를 받았다고 전했다.

정착민들과 현장에 출동한 이스라엘 경찰 간 대치는 29일 아침까지 이어져 3명의 국경 경찰이 경상을 입었다.

이스라엘 군 당국에 따르면 최소 2명의 이스라엘인이 이 일로 구금됐다.

유대인 정착민들이 이스라엘군과 경찰까지 공격한 이 사건은 즉각 정치권의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네타냐후 비판자들은 유대인 정착민들의 공격이 이처럼 대담해진 건 네타냐후 정부가 그동안 이들의 폭력을 방치해 온 탓이라고 저격했다.

이번 총선에서 네타냐후 총리의 유력한 대항마로 떠오른 가디 아이젠코트 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엑스(X)에 올린 글에서 "이것이 바로 무정부 상태와 통제 상실의 모습이며, 이는 현 정부하에서 새로운 차원에 이르렀다"고 비판했다.

마탄 빌나이 전 이스라엘군 부참모총장도 "나는 테러와 싸우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다"면서 "오늘날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은 정착민들에 의한 이스라엘 테러임이 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 일을 규탄하고 가해자들의 기소를 촉구하면서도 공격자들을 "소수의 폭도"라고 규정하며 정착민 전체와는 선을 그었다.

정착민 폭력은 네타냐후 총리에게도 난감한 문제다. 정착촌 확대를 지지하는 극우 세력이 연립정부의 핵심 축을 이루고 있어 정착민 세력을 강하게 단속할 경우 연정 내 반발을 불러올 수 있는 반면, 폭력을 방치하면 정부가 법치와 치안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사건에서는 법원의 명령에 따라 팔레스타인 가족을 귀가시키려던 이스라엘군이 정착민들의 공격에 밀려 작전을 중단하면서 정부의 통제력에 대한 의문까지 제기됐다.

네타냐후 총리가 폭력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내놨지만, 실제로 정착민 폭력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023년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서안지구에서는 팔레스타인인들을 겨냥한 유대인 정착민들의 폭력이 급증했다. 공격자 가운데는 '힐탑 유스'(Hilltop Youth)로 알려진 극단주의 성향의 정착민들이 포함돼 있으며, 이스라엘 보안 당국은 수백 명의 소년과 청년들이 이 운동의 폭력적 핵심을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스라엘의 디지털 위협 전문가이자 허위정보 감시단체 '페이크리포터'(FakeReporter)를 설립한 아치야 샤츠는 정착민들의 폭력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공개적으로 조직되고 있지만 법 집행 당국이 이를 막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는 의지 부족과 무관심, 그리고 지휘부의 의도를 보여주는 것으로, 우리가 이 문제를 다루지 않겠다는 신호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s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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