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넘, '브렉시트 국가토론' 제안…"EU와 관계, 합의점 찾자"

입력 2026-09-30 07:42
버넘, '브렉시트 국가토론' 제안…"EU와 관계, 합의점 찾자"

소선거구제 개편 추진과 사회복지 개혁 구상도 제시

외신 "사회 급변 일으킬 논쟁적 구상 승부수"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앤디 버넘 영국 총리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둘러싼 국가적 토론을 제안했다.

로이터·AP 통신과 BBC 방송 등에 따르면 버넘 총리는 29일(현지시간) 리버풀에서 열린 노동당 전당대회 연설에서 "브렉시트는 득보다 폐해가 더 많았다"면서 오는 11월로 계획된 영국과 유럽연합(EU) 간 정상회담을 언급했다.

버넘 총리는 "이 정상회담을 계기로 여러분께, 유럽 파트너들과 영국의 장기적인 관계를 위해 제가 생각하는 여러 가지 옵션들을 제시하겠다"며 "우리가 합의를 이루는 하나의 방안을 찾을 수 있을지 보겠다"고 말했다.

앞서 버넘 총리는 EU 재가입에 찬성하는 의견을 드러낸 적이 있지만, 올해 5월 차기 총리로 유력하게 거론되기 시작한 이후로는 '2016년 국민투표 결과를 존중한다'면서 재가입을 추진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2024년 7월 출범한 노동당 정부는 EU 재가입 추진은 배제하는 대신, EU와 훨씬 밀접하게 양자 관계를 재정립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영국의 EU 재가입 희망 여론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지난 6월 유고브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EU 재가입 지지율은 55%로, 반대율 34%를 크게 앞섰다.

그러나 영국이 정치적, 사회적 대혼란을 겪으며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를 이행한 만큼 실제로 재가입 토론을 공식화하는 것은 정치적 금기에 가까웠다.

로이터 통신은 버넘 총리의 이날 발언은 브렉시트를 둘러싼 쓰라린 분열을 다시 불러올 위험을 감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EU는 영국과 더 가까운 관계를 환영한다는 원론적 입장으로,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을 바라는지 제시하지는 않고 있다.

우익 영국개혁당 리처드 타이스 부대표는 "버넘은 총리가 된 지 5분 만에 우리를 브뤼셀(EU)로 향하는 뒷문으로 몰래 다시 집어넣으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고 맹비난하면서 "영국개혁당이 이런 배신을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날 버넘 총리는 사회복지 제도 개편과 선거 제도 개편 추진도 발표했다.

그는 국민보건서비스(NHS)와 같이 무상으로 제공되는 '국가 돌봄 서비스' 구상을 제시했다. 재원 마련을 위해 2030년부터 현행 국가 연금 지급액 결정 방식을 폐지하겠다고 말했다. 연금 지급액 인상을 보장하던 제도를 폐지함으로써 노인 돌봄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뜻이다.

버넘 총리는 차기 총선부터 도입할 선거제도 개편 방식을 연구하기 위한 국가 위원회를 설립하겠다고도 밝혔다. 앞서 그는 비례대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드러낸 바 있다.

영국은 650개 선거구에서 최다 득표한 후보가 하원의원이 되는 소선거구제로, 최근 수년에 걸쳐 전통적인 양당제가 흔들리고 여러 정당으로 표심이 갈리는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노동당은 2024년 총선에서 득표율이 34%였지만 650석 중 412석을 휩쓸어 소선거구제에 대한 의구심이 더 크게 제기됐다.

버넘 총리는 "우리가 지금처럼 하다가 30%쯤 되는 득표율로 분열적인 정부에 총리실을 내준다면 공적 의무를 다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가 정치적 대가를 치를지도 모른다는 점을 인정한다"면서도 "누군가는 고통의 장벽을 뚫고 반창고를 떼어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요 외신들은 버넘 총리가 이날 영국 사회에 급변을 가져올 수 있고 정치적 논란이 불가피한 구상을 제시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버넘 총리가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 가장 논쟁적인 정치 토론을 야기할 수 있는 급진적 정책의 주사위를 던졌다"고 풀이했다. AP 통신도 "버넘 총리가 높은 리스크의 정치적 연설에서 영국에 급진적인 변화를 약속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들은 당장 실행 가능한 방안이기보다는 2029년 치러질 차기 총선에서 집권 노동당이 내세울 공약에 가깝다고 BBC 방송은 짚었다.

2024년 7월 스타머 총리 취임 직후 급락한 집권 노동당 지지율은 올해 7월 버넘 총리 취임 후 다소 회복했으나 여전히 20%대에 그치고 있다. 우익 영국개혁당, 제1야당 보수당과 오차 범위 내의 아슬아슬한 1위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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