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지대 사라진 키이우…도심 정부·외교시설 잇달아 피격
대낮에도 공격 계속…키이우 시민 불안감 극대화 노린 듯
(로마=연합뉴스) 민경락 특파원 = 그간 안전지대로 여겨진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도심 중심부의 정부·외교기관 건물이 러시아 드론에 잇달아 피격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 외신과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달 들어 키이우 도심의 주요 정부기관 2곳이 러시아 드론의 공격을 받았다.
지난 5일에는 우크라이나 정보기관 국가보안국(SBU) 청사가 러시아의 제트 추진 드론 공격을 받았다. SBU 건물이 피격된 것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쟁이 일어난 뒤 처음이다.
전날에는 우크라이나 최고 수준의 종합 학술·연구기관인 국립과학아카데미가 공격받아 1명이 숨졌다.
국립과학아카데미와 SBU는 모두 키이우 시내 볼로디미르스카 거리에 있다. 이 지역은 대사관과 정부 청사 등 주요 정부·외교시설이 밀집한 키이우 중심부로, 그동안 상대적으로 러시아 공격이 많지 않은 곳이었다.
지난 27일에는 러시아 드론 공격으로 키이우 주재 사우디아라비아 대사 관저로 사용되는 건물이 피해를 봤다.
키이우는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의 지속적인 타깃이 됐지만 정부 기관과 외교 시설이 몰려있는 중심부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곳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의 공격으로 정부 기관과 외교 시설이 잇따라 피해를 보면서 더 이상 안전지대가 없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일리야 코토우 우크라이나 국가전략·공공정책개발센터 대표는 우크라이나 매체 노비니 라이브에 "확전을 피하기 위해 국가기관을 공격하지 않는다는 암묵적 합의가 존재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제 키이우에는 안전한 건물이 하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제트 추진 드론 발사가 급증한 뒤로 키이우를 겨냥한 공격 빈도도 더 잦아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탐사 매체 텍스티는 최근 키이우 공습경보 패턴을 분석한 결과, 러시아의 제트 추진 드론 공습 이후 낮 시간대 공습경보가 늘면서 과거의 드문드문했던 경보 패턴이 사실상 사라졌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가 발사한 제트 추진 드론은 올해 6월 350대에서 8월 2천800대로 급증했다.
지금까지 키이우 시민들은 공습경보가 끝난 뒤 다음 경보까지는 안전하다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다가오는 혹한의 겨울은 이런 불안감을 배가시키고 있다. 지난 겨울 러시아는 키이우의 에너지 시설을 집중 공격하면서 전기공급과 난방이 차단돼 시민들이 큰 고통을 겪었다.
세르히이 코레츠키 우크라이나 총리는 겨울철 혹한기 러시아 공격에 대비해 거동이 어려운 취약계층은 키이우를 떠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키이우를 겨냥한 러시아 공격은 이날도 이어졌다. 밤새 키이우 데이터센터와 비즈니스센터, 주거용 건물 등이 피해를 봤다.
흑해 항구도시 오데사 지역에서도 외국 선박 2척이 러시아 공격을 받았다. 드니프로, 하르키우, 수미, 자포리자 등 다수 지역도 러시아 공격의 타깃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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