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둔 네타냐후, '하마스 기습' 경고 묵살 폭로로 사면초가

입력 2026-09-29 03:23
수정 2026-09-29 05:00
총선 앞둔 네타냐후, '하마스 기습' 경고 묵살 폭로로 사면초가

전직 신베트 국장 "전례 없는 방식 경고도 무시…명예훼손 소송할 것"

UAE 이어 이집트까지 아랍 동맹국 사전 경고 잇단 묵살 정황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이스라엘 총선(10월 27일)을 한 달 앞두고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2023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사전에 알고도 묵살했다는 잇따른 폭로 속에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다.

아랍 동맹국들의 사전 경고를 무시했다는 의혹에 이어 자국 전직 정보수장까지 명예훼손 소송을 예고하며 네타냐후 총리를 몰아세우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이스라엘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 국내 정보기관 신베트 국장을 지낸 로넨 바르는 이날 성명을 내고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하마스 기습 공격 전날 밤 위협을 사전에 알고 있던 안보 당국이 자신에게 보고하지 않았다는 네타냐후 총리의 주장을 겨냥한 법적 대응 예고다.

바르 전 국장은 "총리에게 전례 없는 방식으로 임박한 재앙을 경고했으나, 총리는 이 경고와 국경 방어 강화 권고를 모두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네타냐후 총리가 국가조사위원회 구성을 미루면서 자신에게 유리한 문서만 선별적으로 유출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진상 규명을 위해 하마스 기습 직전 총리의 면담 일정 등 관련 문건 공개를 요구했다.

특히 바르 전 국장은 "승리는 외부의 적을 선제 타격함으로써 얻는 것이지, 내부 안보 기관을 공격해서 얻는 것이 아니다"라며 안보 당국에 책임을 떠넘기는 네타냐후 총리의 태도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바르 전 국장의 폭로는 최근 불거진 우방국들의 '사전 경고 묵살' 보도와 맞물려 파장이 더욱 커지고 있다.

앞서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아바스 카멜 이집트 국가정보국(GIS) 국장이 하마스 기습 수일 전 네타냐후 총리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하마스의 공격 가능성을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이집트 당국자들의 거듭된 경고를 이스라엘 안보 당국이 일축하자 다급해진 정보국장이 직접 총리실에 연락을 취했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무함마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 역시 기습 전 네타냐후 총리와 직접 45분간 통화하며 위협을 알렸다는 폭로도 나왔다.

궁지에 몰린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 주말 UAE를 비밀리에 방문해 무함마드 대통령에게 관련 보도를 부인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AP 통신의 보도까지 더해졌다.

일각에서는 그가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 정상화 협상에 몰두하느라 우방국의 적색경보를 의도적으로 외면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런 의혹을 전면 부인해온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 기습 당일 새벽 안보 수장들이 이상 징후를 논의하면서도 자신을 깨우지 않았다며 책임을 군과 정보기관의 보고 누락 탓으로 돌려왔다.

그러나 전직 최고 정보책임자부터 주변국 정상들까지 잇달아 사전 인지 정황을 제기하면서 총리 측의 해명은 설득력을 잃어가는 형국이다.

다음 달 총선에서 생존을 위한 권력 연장을 노리는 네타냐후 총리에게 이번 사태는 치명타가 될 전망이다. '안보 수호자'를 자처해 온 그의 정치적 입지가 흔들리는 것은 물론, 국가적 참사의 책임을 안보 기관과 동맹국에 전가한다는 비판 속에 사면초가로 내몰리고 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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