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로 떠난 누나의 유산, 아프리카서 생명 살리는 병원으로
에스와티니서 희연기념병원 공식 개원
음스와티 3세 국왕, 병원에 '빛을 가져온 사람' 이름 붙여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나확진 특파원 = "먼저 세상을 떠난 누나로부터 시작된 일이 많은 분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왔습니다. 감사할 따름입니다."
인구 120만명의 남부 아프리카 왕국 에스와티니에서 전문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희연기념병원(Hee Yeon Medical Centre)을 세운 김한기 대표(57·에스와티니 한인회장)는 28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병원 공식 개원에 대한 소감을 이같이 밝혔다.
수도 음바바네 인근 에줄위니에 있는 희연기념병원은 현재 2개 진료동에 내과와 산부인과, 피부과, 치과 등의 진료실과 각종 의료 장비를 갖추고 있다.
일반의 1명과 간호사 2명, 약사와 방사선사가 상주하고, 한국과 미국 등에서 정기 또는 비정기적으로 자원봉사에 나서는 전문의들이 각 전문과목의 진료를 맡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공식 개원식에 앞서 이미 진료를 시작한 이 병원은 올해 1∼7월에만 4천명 이상의 환자를 진료했다.
이 병원은 김 대표의 작은누나 김성연씨가 2019년 교통사고로 숨지면서 남긴 유산이 건립의 마중물이 됐다.
자녀가 없었던 누나의 유산을 두고 유일한 상속인이었던 모친은 김 대표 등 가족들과 상의한 끝에 김 대표가 활동하던 아프리카 에스와티니에 병원을 짓는 데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병원 이름인 '희연'은 누나가 생전에 운영하던 사업체의 이름에서 따왔다.
김 대표는 누나의 유산을 바탕으로 시피소 구말로 에줄위니 추장(지역 전통 지도자)이 제공한 2㏊ 규모의 부지에 병원 건물을 짓기 시작했다.
이후 한국과 미국의 여러 후원자와 의료진 등이 사업에 동참하면서 현재까지 모두 5천만 에말랑게니(약 42억원)의 자금이 투입됐다.
이달 10일 열린 공식 개원식에는 음스와티 3세 에스와티니 국왕이 직접 참석해 병원의 공식 출범을 알렸다.
국왕은 이 병원에 '카니실레'(Khanyisile)라는 이름을 새로 붙였다. 카니실레는 에스와티니의 공용어인 시스와티로 '빛을 가져온 사람'이라는 뜻으로, 성연씨를 기리는 의미가 담겼다.
국왕은 이 병원이 에스와티니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지역사회에 장기적으로 기여하는 시설이 되기를 기대했다.
국왕은 개원식 당일 진료실 곳곳을 돌아보며 디지털 엑스레이 촬영 장비와 치과 진료 장비 등의 제조국을 묻는 등 병원에 설치된 한국산 의료기기에 큰 관심을 보였다.
국왕은 이 병원이 에스와티니의 보건의료 인프라 확충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면서 음두두지 마체불라 보건장관에게 의료센터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프로그램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또 사업에 참여한 관계자들에게 시설을 보호하고 지속적으로 유지·관리해 달라고 당부했다.
개원식에는 희연기념병원 측의 지원으로 최근 한국 세브란스 병원에서 선천성 림프관 기형 수술을 받은 에스와티니 소년 탄도(7)도 참석했다.
음스와티 3세 국왕은 개원 연설에서 이 소년의 치료 사례를 소개하며 "오늘 공식 개원식이 열리기 전부터 이 병원과의 파트너십은 생명을 구해왔다"고 말했다.
희연기념병원은 앞으로 모두 2억 에말랑게니를 투자해 CT 촬영센터와 암 진료센터 등을 추가로 조성하는 등 전문 의료 역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장기적으로는 암 진료와 생의학 연구, 의료진 교육 등을 강화해 에스와티니를 넘어 남부 아프리카 지역의 의료 허브로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이다.
김 대표는 "단순 치료를 넘어 전문적인 의료인 양성과 국제의료협력을 통해 에스와티니 의료의 미래를 함께 만들어 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ra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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