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보수정당 반대에…獨소도시 나치 희생 추모동판 설치금지

입력 2026-09-27 18:42
극우·보수정당 반대에…獨소도시 나치 희생 추모동판 설치금지

"충격적 사건"·"완전히 잘못된 접근" 각계서 거센 비판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독일의 한 소도시에서 극우 성향 독일대안당(AfD)과 중도보수 기독민주당(CDU)의 반대로 나치 희생자 추모 동판 설치가 금지돼 각계의 거센 비판이 일고 있다고 DPA통신, BBC 방송 등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독일 작센주 하이데나우 시의회에는 AfD, CDU 소속 의원들이 발의한 지역 내 슈톨퍼슈타인(걸림돌) 설치 금지 안건이 올라와 지난 24일 통과됐다. AfD는 최근 옛 동독 지역 주의회 선거에서 2연승을 거두며 빠르게 영향력을 키우고 있으며 CDU는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가 중앙당 대표로 있는 정당이다.

안건을 발의한 의원들은 홀로코스트 희생자 유족 다수가 행인들이 슈톨퍼슈타인을 밟고 지나가야 한다는 점 때문에 이를 부적절한 추모 방식으로 여긴다고 주장했다.

가로·세로 10㎝ 정도 크기의 슈톨퍼슈타인은 나치 희생자의 이름, 출신, 생일, 사망일 등이 새겨진 기념물로 희생자가 살던 집이나 일터 앞 도로에 보도블록과 비슷한 형태로 설치된다.

걸림돌이라는 동판의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주로 사람들이 이를 우연히 발견하면서 해당 장소의 역사적 의미를 돌아보게 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까지 독일을 포함해 33개국에 약 13만개 이상이 설치돼 있다.

하이데나우 시의회가 슈톨퍼슈타인 설치를 금지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카린 프리엔 독일 교육가족노인여성청소년부 장관은 독일 일간 빌트를 통해 이번 일을 "충격적 사건"(Scandal)으로 표현하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슈톨퍼슈타인 설치 프로젝트를 처음으로 시작한 예술가 군터 데미니히는 최근 AfD의 선거 승리를 고려할 때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했다"며 CDU가 "자신들의 기독교적 뿌리를 놓아버렸다" 힐난했다.

CDU 내부에서도 이번 결정에 CDU의 책임이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독일 주재 이스라엘 대사인 론 프로소어는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부끄럽다"고 좌절감을 드러냈다.

프로소어 대사는 "독일은 우파든, 좌파든, 이슬람주의 세력이든 어디에서 비롯되든지에 관계없이 반유대주의에 명확한 방어선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ki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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