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대선 앞둔 프랑스서 '이민자와 공존' 촉구

입력 2026-09-26 18:34
교황, 대선 앞둔 프랑스서 '이민자와 공존' 촉구

프랑스 방문 이틀째 난민 지원단체 찾아…"존엄·평화 속 공생 가능"

오후엔 60만명 운집 대규모 미사 집전



(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레오 14세 교황이 프랑스 방문 이틀째 일정을 난민 지원단체 방문으로 시작하면서, 이민자와의 공존을 촉구했다고 AFP통신이 전했다.

레오 14세는 26일(현지시간) 오전 파리 시내에 있는 이민자·난민 등을 지원하는 사회통합 시설 '바키타의 집'을 찾아 아프리카, 중동 등지에서 프랑스로 건너온 이주민들과 장애인들을 만났다.

레오 14세는 이 자리에서 "서로 만나 존엄과 평화 속에서 함께 살아가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도시 전체에 증명해 보이는 이곳에서, 여러분과 함께 파리에서의 둘째 날을 시작하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바키타의 집은 교황의 이번 방문에 앞서, 레오 14세가 대선을 앞둔 프랑스 사회에 '메시지'를 전하는 차원에서 알제리, 벨라루스, 이라크, 코트디부아르 출신의 기독교인들, 이슬람 신자들을 만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내년에 중도 성향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후임을 뽑는 대선을 앞둔 프랑스에서는 반이민 정책을 내세운 극우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후보가 현재 지지율 선두를 달리며 사상 첫 집권을 노리고 있다.

'바키타의 집'의 발레리 모니오드 회장은 기자들에게 "교황은 정치적 신념이 무엇이든 간에 우리 모두가 공통된 인간성을 지니고 있으며 존엄성을 누릴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프랑스 국민에게 전하러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톨릭 역사상 최초의 미국 출신 교황인 레오 14세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 복귀한 뒤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주민 대우 방식을 강하게 비판하며, 이주민들을 인간적으로 대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평소 강조해왔다.

2008년 9월 베네딕토 16세 이후 18년 만에 프랑스를 공식 방문한 레오 14세는 일정 첫날인 25일에는 파리 엘리제궁에서 마크롱 대통령 등과 만나 인공지능(AI)의 무분별한 사용과 핵 군비 경쟁의 위험성 등을 경고하고,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후 미국이 탈퇴한 여파로 예산이 삭감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유네스코 본부에서도 연설했다.

이어 2019년 화재를 겪은 이후 복구된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저녁 미사를 집전하고, 파리 북부 외곽의 생드니 경기장에서 청년 신도 약 8만명의 환호 속에 심야 기도를 이끌었다. 이날 지붕이 없는 하얀색 교황 전용차 파파모빌을 타고 파리 거리를 지나는 교황을 보기 위해 약 30만 명이 거리에 몰렸다고 AFP는 전했다.



교황은 이날 오후에는 파리 중심부인 콩코르드 광장과 샹젤리제 대로에서 대규모 야외 미사를 집전할 예정이다. 60만 명이 참가 등록을 한 이날 미사에는 르펜을 비롯해 중도 성향의 에두아르 필리프 등 대선 주자들도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 영역에서 종교색을 엄격히 금지하는 철저한 세속화를 지향하는 프랑스에서는 작년 기준으로 인구 6천900만명 가운데 정기적으로 미사에 참석하는 사람이 약 5%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청소년·성인 세례가 급증하는 등 역주행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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