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정상회담] '전략적 안정' 재확인…AI·무역·안보는 평행선 그렸나

입력 2026-09-26 04:49
[미중정상회담] '전략적 안정' 재확인…AI·무역·안보는 평행선 그렸나

양국 관계설정, 5월 합의 연장선…시진핑 '투키디데스 함정' 경고 반복

트럼프 "엄청난 진전" 발표 예고…농산물·희토류 실질적 소득 여부 주목

AI 속도조절론 이견, 대만 문제도 접점 못찾은듯…'무역휴전 두달 더' 관측

"연내 두차례 더 만나자" 했지만…美중간선거후 '현상유지' 고착화 가능성

(워싱턴=연합뉴스) 홍정규 특파원 = 4개월 만에 다시 마주 앉은 미중 정상이 양국 관계의 '전략적 안정' 필요성을 재확인했지만, 손에 잡히는 성과물은 아직 파악되지 않는다.

오히려 인공지능(AI) 문제를 비롯해 '무역 전쟁'과 아시아·중동 안보 이슈에서 각자의 입장을 고수하는 평행선만 그린 것 아니냐는 평가가 가능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할 "엄청난 진전"이 과연 무엇인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강도 높게 압박한 "대만 독립 반대"에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보였는지가 관심사로 남았다.

두 정상은 올해 두 차례 더 대면할 전망이다. 그러나 핵심 현안에 대한 획기적 돌파구가 마련되기보다는 현상 유지 수준에서 머무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경쟁하되 충돌않는 '안정' 도모…핵심이익 놓고선 '글쎄'

25일(현지시간)까지 사흘간 워싱턴 DC에 머무른 시 주석의 방미는 4개월 전 트럼프 대통령의 베이징 방중에 대한 답방 성격이었다.

두 정상은 세계 양대 경제대국으로서 '전략적 안정관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큰 명제를 이번에 재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불가피한 경쟁 속에서도 파국으로 치달을 충돌은 피하자는 의미다.

시 주석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의 티타임에서 "존중, 공정성, 상호주의를 바탕으로 한 전략적 안정을 지향하는 건설적 관계"라는 표현을 썼다.

이는 지난 5월 베이징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의 연장선에서 상호 존중과 공정을 가미한 버전인데, 대등한 관계 속에 공정한 경쟁을 벌이자는 취지로 해석된다.

시 주석이 기존 강대국이 신흥 강대국을 견제하는 데서 비롯되는 위험인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거듭 경고한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읽힌다. 미국과 더불어 양강(G2)으로서 중국의 위상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더는 중국을 압도적 힘으로 억누를 수 없게 된 현실을 고려할 때 이같은 좌표 설정이 양국의 "건설적 관계"를 보장한다는 시 주석의 구상은 트럼프 대통령에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그러나 전략적 안정이라는 모호한 외교 수사가 각자 결코 양보할 수 없는 핵심 이익을 마주했을 때도 유효할지는 미지수다.

시 주석이 워싱턴에 들고 온 "대만 독립 반대" 요구는 그가 핵심 이익으로 삼은 레드라인이지만, 미국으로서도 대만의 경제·안보적 가치를 무시할 수 없다.

미국의 오랜 입장인 '지지하지 않는다'(do not support)를 '반대한다'(oppose)로 바꾸라는 압박에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입장을 보였을지 주목되는 이유다. 만약 대만 독립이나 무기 판매에 대해 미묘한 입장 변화가 감지될 경우 아시아 안보 지형에 큰 충격파가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AI의 기술적 우위를 미국의 핵심 이익으로 간주한다. 이를 지키기 위한 미국산 첨단 반도체의 대중(對中) 수출 통제는 협상에서 "논의 대상조차 안 된다"고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이날 선을 그었다.

전날 시 주석은 AI를 인류의 통제 아래 두기 위해 협력하자고 제안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자리에서 AI 속도조절론이 추격자인 중국을 이롭게 하는 "사기극"이라고 일축했다.

이란에 핵무기를 허용할 수 없다는 명분 아래 시작한 전쟁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이란 지원은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시 주석에게 분명히 보였다고 데이비드 퍼듀 주중 미 대사가 전했다.

이란 전쟁에 대한 시 주석의 반응은 "(중국이) 국면 완화를 위해 건설적 역할"을 해왔으며, 양측이 "조속한 대화·협상"을 통해 전쟁을 끝내야 한다는 수준이었다고 관영 신화통신이 전했다.



◇ 실질적 소득 뭘까…'무역휴전' 두달 연장·농산물 수입 거론

이처럼 AI와 대만·이란 문제에 대해 두 정상의 인식차만 노출되거나 접점이 뚜렷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됨에 따라 회담의 실질적 소득이 무엇인지 궁금증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시 주석과의 티타임에서 "우리는 엄청난 진전을 이뤘고, 양국 모두에 매우 긍정적인 커다란 진전을 이뤘다"며 회담의 성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어 대표도 "(협상에) 진전이 있었다. 중국과 지난 몇 주 동안 협상하며 이룬 성과에 관한 훨씬 자세한 내용을 월요일(28일)에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리어 대표의 발언을 놓고 보면 AI나 안보 문제가 아닌 무역 분야에서 양국 간 모종의 합의가 도출된 것으로 추측해볼 수 있다.

시 주석이 전날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양측 경제무역팀이 새로운 공동 합의에 도달했다"며 "이는 양국 산업계와 국민, 나아가 세계 경제에도 희소식"이라고 언급했다는 신화통신 보도와도 맞닿아 보인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농민들이 매우 기뻐할 것"이라고, 그리어 대표는 "우리 농민과 목장주 및 다른 사람들이 제품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도록 하고, 제조업에 필요한 희토류를 확보하는 것"이 이번 협상의 의제였다고 밝혔다.

따라서 중국의 미국산 농·축산물 또는 항공기 수입, 중국의 대미(對美) 희토류 수출이 진전 사항일 가능성이 있다. 이는 양국 '무역 휴전'의 조건으로 약속된 것이었지만, 중국의 이행이 더디다는 게 미국 측 평가다.

미국 농업지대의 표심은 트럼프 대통령의 11월 중간선거 캠페인에 결정적 변수다. 공화당 후보들이 전통적 텃밭이던 농업주(州)에서 고전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들에게 가져다줄 희소식에 목마르다.

희토류 수출 통제와 맞물려 지난해부터 세계 경제를 뒤흔든 양국 간 '관세 전쟁'은 추가 유예로 기우는 분위기다. 양측이 고위급 협상에서 11월 10일 종료되는 무역 휴전을 내년 1월 10일로 연장하는 데 합의한 상황이다.

미국은 무역 휴전의 연장 여부와 기간을 그에 대한 중국 측의 약속 이행과 연계해 판단하고 있다고 그리어 대표는 설명했다. 당초 중국이 2년으로 제시했던 휴전 연장 기간이 2개월로 줄어든 데는 약속 이행을 재촉하는 미국의 압박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 정상 간 접촉면 넓히고 우호 과시…美정치지형이 변수될듯

현재까지 이번 회담의 가장 가시적인 결과물은 화려한 의전과 극진한 예우 속에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과시한 우호적 관계다. 여기에는 적대국인 중국 정상을 지나치게 환대했다는 미국 내 비판이 뒤따르고 있다.

국익을 놓고 냉철한 셈법이 우선돼야 하는 외교 무대에서 개인적 친분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지적, 그리고 유독 권위주의 국가의 지도자들에 호의적인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권위주의적 리더십을 지향하기 때문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다만,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선임보좌관을 지낸 에드가드 케이건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석좌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보여준 이례적인 대접이 "단순한 휴전을 넘어 양국 관계를 안정시키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러한 의전은 대통령이 직접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과 강력한 관계를 구축하는 것을 중국과의 관계를 안정시키는 수단으로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부산에 이어 올해 5월 베이징과 9월 워싱턴까지 1년 새 시 주석과 세 차례 대좌했다. 성과 여하를 떠나 과거 미 대통령들보다 중국 정상과의 접촉면을 넓힌 것만은 사실이다.

두 정상은 오는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이어 12월 미국 마이애미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두 차례 더 대면할 전망이다. 한 해 동안 양국을 두 번씩 오가는 셔틀 외교다.

접촉이 늘어나는 만큼 양국 간 현안에서 해법을 모색할 기회도 많아지는 셈이지만, 만남 그 자체에만 의미를 두게 될 우려도 없지 않다.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치러지는 중간선거 이후 재편될 미국의 정치 지형이 관건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거 패배로 정치적 좌절을 겪는다면 그의 외교적 협상력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이 경우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시간을 벌 필요가 있는 시 주석으로선 당장 양국 관계에 변화를 가져오기보다는 현상 유지에 주력하면서 차기 미 대통령과의 담판을 기다릴 가능성이 있다.

zhe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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