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로 수감교도소 20분 거리에서 트럼프-로드리게스 첫 회동(종합)
미국-베네수엘라 공식 회담은 27년만…미 외교·안보 라인 총출동
베네수 야권지도자 마차도는 귀국 또 좌절…트럼프·로드리게스 밀월 가속화
베네수엘라 '채무 재조정' 문제 집중 논의…최대 270여조원 추산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송광호 특파원 =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임시대통령이 니콜라스 마두로 전 대통령 축출 이후 처음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했다고 현지 일간 엘나시오날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회동은 마두로 전 대통령이 마약 밀매 등의 혐의로 수감된 뉴욕 브루클린 교도소에서 불과 20분 거리에 있는 맨해튼의 한 호텔에서 이뤄졌다. 22일 저녁 7시 40분을 넘겨 시작된 이번 회담은 철저한 보안 속에 비공개로 진행됐다.
백악관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회동에는 트럼프 대통령을 비롯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등 미국의 핵심 외교·경제 라인이 총출동했다.
양국 정상이 공식적으로 마주 앉은 건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당시 당선인이었던 우고 차베스가 1999년 만난 이래 27년 만이다. 2015년 오바마 전 대통령과 마두로의 약식 환담을 포함해도 11년 만의 고위급 접촉이다.
회담에서 양측 정상은 채무 재조정과 베네수엘라 재건 등 다양한 문제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베네수엘라 정부와 국영 석유회사(PDVSA)가 보유한 디폴트 상태의 미상환 채권은 약 600억 달러(약 82조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해외 기업에 줄 손해 배상금과 누적 이자를 포함한 총부채 규모가 최대 2천억 달러(약 273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한다.
루비오 국무장관은 23일 브리핑에서 양국 정상이 채무 재조정 문제 등에 대해 논의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베네수엘라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바로잡아야 할 부분이 너무나 많다"며 "부채 재조정은 그 과정에서 핵심적인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미국의 채무 재조정 요구에 발맞추며 베네수엘라 재건에 앞장서고 있는 주인공은 아이러니하게도 과거 '반미 투사'였던 로드리게스 임시대통령이다.
과거 차베스 정권과 마두로 체제에서 승승장구하며 외무장관과 부통령 등을 지낸 로드리게스 임시대통령은 미국의 강력한 비판자였다. 그는 2019년 유엔총회 연설에서 미국의 제재를 '국가 테러리즘'으로 규정하고 워싱턴이 '제국주의의 발톱'을 드러내고 있다고 맹비난한 바 있다.
그러나 마두로 체포 이후 권력을 잡은 그는 최근 확연히 달라진 태도를 보이고 있다. 지난 21일 뉴욕에 도착한 직후 소셜미디어를 통해 "국가 간의 만남과 연대를 믿는다. 상호 존중과 협력을 바탕으로 한 의제들을 앞세워 목소리를 낼 것"이라며 유연하고 실리적인 외교 행보를 예고했다.
실제로 이번 방문에서 베네수엘라 대표단은 미국 당국 및 기업들과 에너지, 광업, 채무 조정을 논의하며 '투자할 수 있는 국가'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 같은 에너지 문호 개방 분위기 속에 미국은 자체 매장량보다도 많은 석유 매장량(650억 배럴)에 대한 접근권을 베네수엘라로부터 최근 확보했다. 석유 매장량을 기준으로 베네수엘라는 세계 1위다.
트럼프 대통령과 로드리게스의 임시대통령의 이런 밀월관계 속에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작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그는 마두로 축출 후 베네수엘라로 돌아가기 위해 사방으로 노력을 기울였으나 뜻대로 풀리지 않고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망명 생활 중인 마차도가 최근 며칠 사이 베네수엘라로의 귀국을 세 차례 시도했으나 모두 좌절됐다. 이는 그가 망명 생활에 접어든 이후 겪은 일곱 번째 입국 실패다.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미국 관료들이 비공개로 마차도에게 귀국 연기를 촉구하며 재입국 시도에 반대해 왔다고 전했다. 워싱턴 정가가 민주주의 진영의 야권 리더십 대신, 실리적 석유·경제 협력이 가능한 로드리게스 정부와의 타협을 선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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