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상원, 두테르테 부통령 탄핵심판 유죄 문턱 낮춰

입력 2026-09-23 20:26
필리핀 상원, 두테르테 부통령 탄핵심판 유죄 문턱 낮춰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 기준, 전체 의원 아닌 출석 의원으로 바꿔

수사로 탄핵심판 참여 어려운 親두테르테 의원 최소 4명…더 늘 가능성도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필리핀 대통령의 라이벌이자 가장 유력한 차기 필리핀 대선 주자인 세라 두테르테 부통령에 대한 최종 탄핵심판을 맡은 필리핀 상원이 탄핵 유죄 판결의 문턱을 상당히 낮추는 결정을 내려 탄핵심판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필리핀 상원은 23일(현지시간) 탄핵심판 유죄 판결의 헌법상 요건인 '상원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전체 의원이 아닌 출석 의원을 기준으로 한다는 내용의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 안건은 마르코스파 의원들을 포함한 의원 13명의 찬성표를 얻어 반대 1표를 누르고 통과됐으며, 두테르테 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6명은 표결에 불참했다.

현재 전체 상원의원 24명 중 두테르테 부통령과 가까운 의원 4명이 각종 수사 등으로 탄핵심판 표결에 참여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상원의 이번 결정으로 탄핵 가결에 필요한 의원 수가 기존 16명에서 14명으로 줄어들게 됐다.

이들 4명 중 로단테 마르콜레타, 징고이 에스트라다 의원은 각자 부패 혐의로 체포됐다.

두테르테 부통령의 부친인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2016∼2022년 재임) 당시 경찰청장으로서 '마약과의 전쟁'을 사실상 집행한 로널드 델라 로사 의원은 반인도적 범죄 혐의에 따른 국제형사재판소(ICC) 체포영장을 피해 도피 중이다.

로렌 레가르다 의원도 에너지 관련 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던 도중 병가를 내고 해외 출국한 상태다. 이들 의원 모두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게다가 뇌물수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는 마크 빌라·카밀 빌라 의원 남매, 델라 로사 의원의 도피를 도운 혐의를 받는 로빈 파딜랴 의원 등 두테르테 진영의 다른 상원의원 5명도 법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

따라서 앞으로 탄핵심판에 참여할 수 없는 두테르테 측 의원들이 더 늘어날 경우 두테르테 부통령 탄핵 가결에 필요한 의원 수는 한층 줄어들 수 있다.

당초 지난 5월 탄핵소추안이 하원을 통과해 상원으로 넘어왔을 때만 해도 전체 의원의 3분의 2인 16명의 찬성을 얻기는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마르코스 행정부 수사 당국이 친(親) 두테르테 의원 등에 대해 수사에 나선 데 이어 이번 상원 결정으로 두테르테 부통령 탄핵 가능성이 이전보다 커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결정에 대해 파올로 파넬로 부통령실 대변인은 "그들은 16표를 확보할 수 없기 때문에 세라 부통령에게 유죄 판결을 내리려고 기준을 낮추려 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두테르테 부통령 측 변호인단도 상원 결정을 일단 수용하지만 대법원에 상고해 결정의 타당성을 다투는 권리를 포기하지 않겠다고 언급했다.

두테르테 부통령은 2024년 11월 만약 자신이 암살되면 마르코스 대통령 부부 등을 살해하도록 자신의 경호원에게 지시했다고 말해 이들을 협박한 혐의, 부통령·교육부 장관을 지내면서 공금을 유용한 혐의 등으로 탄핵심판을 받고 있다.

그는 상원에서 탄핵 유죄 판결을 받으면 부통령직이 박탈되고 선출직 출마가 영구적으로 불가능해져 2028년 대선에 나설 수 없게 된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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