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유엔 연단서 "실패국" "불량배" 직격…이란·쿠바 퇴장

입력 2026-09-23 03:50
수정 2026-09-23 04:46
트럼프, 유엔 연단서 "실패국" "불량배" 직격…이란·쿠바 퇴장

각국 정상·대표단 면전서 원색 비난…취재온 CNN엔 "여기 있어선 안돼"

"멜라니아, 훌륭한 일 하고 있어" 아내 칭찬…유엔 바깥에선 反트럼프 시위



(뉴욕=연합뉴스) 임수정 김연숙 특파원 = "이란은 중동의 불량배였다." "쿠바는 완전히 실패한 나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세계 각국 정상과 외교관들이 빼곡히 들어찬 뉴욕 유엔본부 총회장 연단에 올라 이란과 쿠바 등 적대국들을 향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관례에 따라 두 번째 연설자로 나서 연설 전반부 상당 부분을 지난 6개월간 펼쳐진 대이란 군사작전의 정당성을 강조하는 데 할애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을 상대로 한 군사적 작전에서 큰 성과를 거뒀다는 취지로 "그들은 중동의 불량배였지만 이제 더는 불량배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이란과 협상을 통해 재건의 기회를 주거나 이란을 "전멸"시킬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각국 대표단과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유엔 총회서 이 같은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낸 것은 이례적이다.



강도 높은 비판이 이어지자 총회장에 앉아있던 이란 대표단들은 항의 뜻으로 실무급 대표부 직원 1명만 남겨둔 채 단체 퇴장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아바스 아라그치 외무장관은 애초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때 총회장에 들어오지 않은 상태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표현은 쿠바를 향해서도 이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쿠바를 향해 "우리 행정부는 쿠바 상황에 근본적인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며 "쿠바는 완전히 실패한 국가"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전례 없이 무너지고 있고, 결국 무너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총회장에 앉아있던 쿠바 대표단 역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 도중 총회장을 빠져나갔다.



각국 정상들이 다자주의와 국제협력을 강조하기 위해 모이는 유엔총회장이었지만,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은 미국과 대립해온 국가들을 거론하며 직접 압박하는 무대가 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유엔을 비판했다.

그는 유엔이 "선출된 적도 없는 글로벌리스트 관료들의 극좌(far-left) 의제를 주권 국가들에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미국 주권을 침해한다며 해체를 벼르고 있는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대해서는 "통제 불능의 기관", "불량 기관"이라고 지칭하며 회원국들에 탈퇴를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유엔 본부에 도착해서는 언론을 향한 불만도 쏟아냈다.

그는 자신을 포함해 유엔 총회장에 도착한 각국 정상들을 취재하고 있던 매체 중 CNN 기자를 발견하고선 "CNN이 여기 와서 나를 취재하고 있다니 놀랍다"며 "당신들은 여기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자신에 대해 '가짜뉴스'를 보도한다는 이유로 CNN과 MS나우, 폴리티코 등 3개 매체의 백악관 출입을 금지한 상태다.

그러나 여기저기에 날을 세우던 트럼프 대통령도 부인 멜라니아 여사를 언급할 때만큼은 한껏 부드러워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멜라니아 여사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가족과 헤어진 어린이들의 재결합을 돕는 활동을 해왔다고 소개한 뒤, 이날 유엔에서 전 세계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한 '함께 미래 육성하기' 행사를 주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멜라니아, 정말 고맙다"며 "훌륭하다. 정말 훌륭한 일을 하고 있다"고 거듭 추켜세웠다.

멜라니아 여사도 웃으며 손을 흔들며 화답했다.

한편 지난해 트럼프 대통령의 유엔총회 참석 당시 멈춰 서 논란을 빚었던 에스컬레이터는 이날 별다른 문제 없이 작동했다.

작년 트럼프가 연설을 시작할 때 작동하지 않았던 자막기(프롬프터)도 이날은 문제없이 작동했다.

이날 유엔본부 밖에서는 반(反)트럼프 시위도 벌어졌다.

수백명의 시위대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 연설이 시작하기 전부터 유엔총회장 인근 거리에서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가두시위를 벌였다.



sj997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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