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교착' 美-이란 종전 논의, 유엔총회서 돌파구 열리나

입력 2026-09-22 21:24
'장기 교착' 美-이란 종전 논의, 유엔총회서 돌파구 열리나

트럼프 '이란 궤멸전' 경고 속 이란 '호르무즈 재개방' 제안

유엔총회 열리는 뉴욕에 전권 쥔 이란 대표단 파견



(카이로=연합뉴스) 김상훈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란 궤멸' 위협 속에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이라는 파격적인 유화 카드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란은 협상 복원의 전권을 쥔 대표단을 유엔총회가 열리는 뉴욕에 보낸 것으로 전해져, 종전 양해각서(MOU) 폐기 후 장기 교착 상태에 빠졌던 미국과 이란의 종전 논의가 이번 총회를 계기로 중대 분수령을 맞을지 국제사회의 이목이 쏠린다.



◇ "7일 내 호르무즈 연다"…이란, 유엔총회서 총력전?

22일(현지시간) 로이터·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 정부는 최근 중재국을 통해 미국 측에 군사적 압박 완화와 이란 항구 봉쇄 해제를 조건으로 '7일 이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전격 제안했다.

보도 내용이 사실이라면 이란은 미국과의 종전 협상 복원을 위해 가장 강력한 카드를 꺼내 든 것이다.

이번 보도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유엔총회에 참석 중인 이란 대표단이 미국과의 외교 복원을 결정할 수 있는 '전권'을 위임받았다는 점이다.

이란 정부 당국자는 유엔총회를 계기로 중재국들과 관련 협의를 본격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며 "미국과의 외교를 복원할 전권을 위임받은 이란 대표단이 현재 뉴욕에 머물고 있다"고 강조했다.

비록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간의 직접적인 정상회담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지만, 이 당국자는 "유엔총회는 미국이 외교로 복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며 막후 대화 의지를 드러냈다.

양국의 적대행위 영구 종식을 위한 물밑 논의가 뉴욕 현지에서 중재국들을 통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 트럼프의 '궤멸' 위협 중 나온 이란의 유화 제스처 배경은

이란의 이번 제안은 양국 간 군사적 긴장이 임계점을 넘나드는 상황에서 나왔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을 겨냥해 "언제 그 나라 전체를 날려버릴지가 문제다. 그들은 처신을 잘해야 할 것"이라며 사실상 국가 궤멸을 시사하는 초강경 발언을 쏟아냈다.

이란군 중앙사령부도 최근 "미국의 군사작전 재개 첩보를 입수했으며, 제한 없는 보복에 나설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할 만큼 살얼음판을 걷던 이란이 불과 며칠 만에 대화의 손길을 내민 배경에는 복합적인 국내외적 요인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가장 큰 요인으로 '가중되는 이란의 경제난'을 꼽는다.

미국의 강력한 경제 제재와 핵심 수출입 통로인 항구 봉쇄가 장기화하면서 이란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입고 있다.

경제난에 허덕이는 국민의 불만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이란 지도부는 전면전이라는 파국을 피하면서 경제 숨통을 틔울 출구 전략이 절실해진 상태다.

11월로 예정된 미국 중간선거도 이란이 호르무즈 재개방 제안을 던지게 한 배경 가운데 하나로 보인다.

선거를 앞두고 중동발 안보 위기와 유가 급등에 따른 정치적 부담을 안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에 수용 가능한 외교적 성과(호르무즈 재개방)를 쥐여주고 제재 완화 등 실리를 챙기려는 계산이 깔렸다는 해석도 나온다.



◇ 종전 양해각서 파기 그 후…불씨 되살릴까

앞서 양국은 지난 6월 군사적 긴장 완화를 골자로 하는 종전 양해각서를 체결하며 종전 논의에 들어갔다. 그러나 합의는 MOU 이행 단계에서 삐걱거리며 사실상 휴지 조각이 됐다.

이후 상황은 급격히 악화했다. 양해각서 조항을 근거로 호르무즈 해협의 통제권을 주장하는 이란이 상선을 공격하고, 미국이 이에 물리력 행사로 대응하면서 산발적인 무력 충돌이 이어졌다.

미국이 해상 봉쇄에 이어 이란 경제를 질식시키는 수준의 '왕따 작전'을 펴면서 이란을 옥죄었고, 이란은 대리세력인 예멘의 후티 반군을 내세워 홍해 입구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통제권을 쥐고, 최대 석유 수출국 사우디의 원유 수출을 가로막으면서 상황은 꼬일 대로 꼬였다.

이란이 유엔총회를 계기로 '호르무즈 재개방'이라는 카드를 던지며 공을 미국에 넘겼지만, 미국이 이란 측에서 요구한 외교적 해결 의지 공식화와 일정표 합의 등 조건을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다만 유엔 총회장에서는 양국의 대화 재개 가능성을 점치는 발언도 나오고 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NBC 방송 인터뷰에서 유엔총회를 계기로 이란과의 대화에 "열려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시점에서는 어떤 것도 예정돼 있지 않다"면서도 "그것이 무언가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면, 궁극적으로 이 모든 일의 핵심적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전망이 있다면, 우리는 분명 그것에(대화에) 열려 있다"고 강조했다.

meola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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