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人] 이영곤 토스증권 리서치센터장 "AI사이클 관건은 기업 여력"
"하반기 국내증시 소강국면 전망…국채금리·AI투자·외국인 수급 주목"
"코스닥 활성화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중견기업 필요"
"토스증권, IB·법인영업 없는 구조…개인투자자 위한 독립적 리서치 지향"
(서울=연합뉴스) 김유향 기자 = "AI(인공지능) 투자가 지속적으로 필요한 상황인 것은 명확하지만 이제 중요한 것은 기업들이 그만한 투자를 이어갈 여력이 있느냐입니다."
지난 21일 서울 강남구 토스증권 본사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한 이영곤 토스증권 리서치센터장은 AI 투자 사이클이 아직 진행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AI 산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 불과 3∼4년밖에 되지 않은 만큼 구조적인 성장은 이어지겠지만, 최근에는 빅테크 기업들이 벌어들이는 돈보다 더 많은 금액을 투자하는 상황이 지속 가능한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해졌다는 설명이다.
이 센터장은 올 하반기 국내 증시를 두고 상반기보다 거래가 줄어든 '소강 국면'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이달로 출범 2주년을 맞은 토스증권 리서치센터의 가장 큰 차별점으로는 '개인 투자자를 위한 리서치'라고 말했다. 기관이나 법인 영업을 하지 않는 구조를 바탕으로 전문 투자자들이 접하는 정보를 쉽게 풀어 전달하고, 기업이나 시장에 불편할 수 있는 주제도 피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최근 이 센터장은 SK하이닉스[000660]의 미국 자회사 솔리다임 상장 추진설과 관련,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에 미칠 수 있는 영향과 주주가치 희석 가능성을 짚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는 "솔리다임 분할 상장은 기존 SK하이닉스 주주에게 불리한 이슈"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 센터장은 한화투자증권과 하나증권 리서치센터 연구원으로 투자전략, 기업분석, 포트폴리오 전략을 담당해왔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대한민국 애널리스트 대상을 수상한 그는 지난 2023년 2월, 토스증권에 합류했다.
아래는 이 센터장과의 일문일답.
-- 토스증권 리서치센터가 출범한 지 2년이 됐다. 기존 증권사 리서치센터와 가장 다르게 가져가고 싶었던 부분은.
▲ 대상이 다르다. 일반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자료를 쓰고 법인 영업을 하는 것이 기본인데 우리는 기관 영업을 하지 않고 개인 투자자를 위한 리서치를 한다.
전문 투자자와 개인 투자자 사이에는 정보의 격차가 있는데 그런 부분을 해소하는 것이 출범 때부터 지향해온 목표다. 또, 개인 투자자들이 확인하기 어려운 생생한 투자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직접 현장을 찾는 데도 힘쓰고 있다.
-- SK하이닉스 솔리다임 상장 이슈나 주주환원 등 주제를 적극적으로 다루는 것도 비슷한 이유인가.
▲ 그렇다. 조금 예민하거나 민감한 주제는 증권회사 리서치에서 다루기 불편하거나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불편하고 어려운 주제가 있다고 해서 피하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토스증권 리서치센터는 IB(기업금융)나 법인 영업 등 기업과 직접적인 관계가 구조적으로 없기 때문에 조금 더 독립적인 위치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남들이 하지 않는 형태의 리서치와 꼭 필요한데 아직 잘 전달되지 않는 것을 찾으려고 항상 고민하고 있다. 목표주가와 투자 의견을 제시하지 않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목표주가 자체에 집중하기보다 그 목표주가가 어떤 과정을 거쳐 나왔는지를 함께 고민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스스로 투자할 수 있는 힘이 강해지기를 희망한다.
-- 시장에서는 AI 투자가 과열됐다는 우려도 여전하다. 현재 AI 투자 사이클은 어느 단계라고 보나.
▲ 여전히 진행형이다. 투자 사이클은 조금 더 장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본다.
AI 산업이 가시적으로 시작된 것은 불과 3∼4년이다. 아직 시작 단계에서 커가는 산업이라고 생각한다. 초기에 투자가 너무 단기간에 급하게 이뤄지면서 과잉 아니냐는 우려는 있을 수 있지만 여전히 AI 투자는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해외 현장에서도 빅테크뿐 아니라 소재·부품·장비 기업들도 많이 만나고 있는데, 이들 기업이 실제 어느 정도 CAPA(생산능력)가 필요한지를 확인해보면 투자가 정말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기업들 사이에는 이 투자 사이클에 뒤처지면 안 된다는 조바심도 크다.
투자가 안정적으로 계속될 수 있느냐도 관건이다. 돈을 버는 것보다 더 많이 투자하거나 돈을 빌려 투자하는 상황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만큼, 이제는 투자의 필요성뿐 아니라 투자하는 쪽에서 이를 감당할 여력이 충분한지가 더 중요해질 것 같다.
-- 'AI 속도 조절론'도 거론된다.
▲ 이론적으로는 AI 윤리 등을 정비하면서 발전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 속도를 늦추는 동안 경쟁사가 계속 투자하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 투자하는 업체들이 다 같이 속도를 조절하기도 힘들다. 법으로 속도를 정하기도 어렵고, 정한다고 해도 관리·감독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기술 변화 속도가 워낙 빠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속도 조절론이 적용되기는 어렵다고 본다.
-- 최근 국내 증시는 상반기와 비교해 거래대금도 크게 줄었다. 하반기 증시를 어떻게 보나.
▲ 상대적으로 쉬어가는 장세라고 본다. 지수는 저점을 조금씩 높이고 있지만 박스권 흐름을 나타내고 있어 거래량과 거래대금도 상반기보다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다.
3분기 기업 실적 등을 통해 반도체 투자의 지속 가능성이 확인되고 주가가 다시 직전 고점 수준으로 올라선다면 거래도 증가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하반기에는 당분간 이른바 소강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본다.
-- 과거 코스닥 시장을 10년 넘게 분석해오셨다. 올해 들어 코스닥 활성화 정책이 추진되고 있는데 현재 코스닥 시장을 어떻게 평가하나.
▲ 2000년대 초에는 정보기술(IT)과 닷컴 기업을 중심으로 관심도 많았고 언론에도 코스닥 지면이 따로 있을 정도였다. 현재 코스닥이 과거와 비교해 충분히 활성화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수는 올해 1,200선을 넘었지만 고점은 2,900포인트대다.
코스닥에는 중견기업, 소재·부품 기업, 벤처기업 등 성장 동력이 될 기업들이 있는데 이들이 더 활성화돼야 산업 생태계도 만들어진다. 코스닥에 대한 제도적 관심이 커진 것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우량한 중소·중견기업이 충분히 생겨나지 않는다는 점은 아쉽다.
-- 최근 한국거래소가 애프터마켓을 도입했다. 개인 투자자의 매매 시간이 늘면서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하는데.
▲ 영향을 받을 수는 있다. 다만 (애프터마켓은) 정규장만큼 거래가 활발하지 않고 변동성도 그렇게까지 크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이나 기회, 시간이 늘어나는 것은 선택지가 확대된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부분이 있다. 이를 잘 관리하면서 유동성을 조절하는 것은 '운영의 묘'라고 생각한다.
-- 올해 남은 기간 투자자들이 가장 눈여겨봐야 할 변수를 꼽는다면.
▲ 지표 중에서는 미 국채금리를 봐야 한다. 국채금리가 5% 수준까지 올라오면서 금리 부담이 나타나고 있다. 금리는 경제의 여러 변수를 보여주는 지표이며, 기업과 주식시장 전체의 밸류에이션을 평가할 때 할인율에도 영향을 준다.
산업 측면에서는 AI 투자, 특히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AI 투자가 계속 이어질 수 있는지를 봐야 한다. 투자 필요성이 있는 것뿐 아니라 실제 투자할 여력이 있고 지속 가능하냐가 중요하다.
수급 측면에서는 한국 증시의 외국인 수급을 봐야 한다. 결국 글로벌 자금이 어디로 움직이는지, 외국인 투자자가 다시 유입될 수 있을지를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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