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멘 반군 공격 거센데 美 회피에 중동 내 불만 고조

입력 2026-09-20 15:02
수정 2026-09-20 15:42
예멘 반군 공격 거센데 美 회피에 중동 내 불만 고조

트럼프 '예멘에 직접 개입 거부'에 "충격적"

"미국의 군사 개입 가능성 있어야 억제력 발휘"



(서울=연합뉴스) 강훈상 기자 = 친이란 예멘 반군 후티가 홍해 통항을 위협하고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으나 미국 정부가 군사 개입을 꺼리는 데 대해 중동 국가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CNN이 1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란 전쟁으로 가뜩이나 불안해진 터에 아랍권의 '지도국' 사우디마저 후티를 저지하는 데 한계를 드러내자 걸프국들을 중심으로 미국에 대한 회의론과 함께 글로벌 에너지 위기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고조되는 양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후티를 향해 미군이 물리적으로 직접 타격하지 않는 것을 '레드라인'으로 정하고 사우디에 정보와 표적 데이터를 지원하는 수준의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미 당국자는 CNN에 "공격적 타격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트럼프 대통령은 "후티가 우리에게 전화해 싸우고 싶지 않다고 했다"며 "그들은 우리가 관여하지 않는 것을 훨씬 선호하며 대부분의 선박을 통과시켜 주고 있다"고 말해 동맹국들의 반발을 샀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두 차례나 직접 통화해 공습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바버라 리프 전 미 국무부 근동담당 차관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CNN에 "충격적"이라며 "외국테러단체(FTO)로 지정된 집단과의 합의를 가까운 파트너십보다 우선하는 것처럼 보이는 매우 가혹한 대처"라고 지적했다.

미국이 후티와 직접 충돌을 피하는 배경에는 대중동 전략의 변화와 화력의 한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은 수개월간의 폭격에도 예멘 내 후티 거점을 축출하지 못한 경험이 있는 데다 이미 이란과의 직접 충돌로 군사·재정적 부담이 누적된 상황이다.

결국 후티와 휴전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미군 자원을 보존하는 데 유리하다는 실리적 계산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지난 10년간 예멘 내전에 개입한 사우디는 자력으로 후티의 해안 도시 진격을 막아내지 못하며 단독 대응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석유시설, 송유관 등 자국 핵심 기반 시설까지 드론과 미사일 공격에 노출되자 사우디는 미사일 요격편대 부족을 메우기 위해 프랑스, 영국, 파키스탄, 이집트 등에까지 지원을 요청하는 처지에 내몰렸다.

최근 후티의 움직임은 단순한 지역 내 교전을 넘어 글로벌 물류와 석유 수송로 전체를 위협하는 방향으로 확장되고 있다. 후티는 최근 홍해의 전략적 요충 섬들을 점령하며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핵심 수로인 바브엘만데브 해협의 통제권을 거머쥐려 하고 있다.

후티가 예상 밖으로 강력한 영향을 발휘하면서 이란 전쟁과 맞물린 중동 정세는 더욱 난관에 빠져들 전망이다. 당초 호르무즈 해협 개방 등을 논의하려던 걸프협력회의(GCC)와 이란 간의 회담은 사우디의 불참으로 전격 취소됐다. 사우디로서는 후티의 공격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후원자' 이란과의 타협에 선뜻 나설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전직 중동 주재 미국대사 조이 후드 역시 "후티의 홍해 진격은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를 더욱 대담하게 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지상군 투입, 혹은 미국의 전향적인 억제력 제공이 없는 한 사우디가 단독으로 후티를 축출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본다. 군사적 타격만으로는 후티 세력을 약화할 뿐 완파할 수 없다는 회의론이 지배적이어서 사우디가 후티와 휴전 협상을 해야 한다는 제안까지 나온다.

한 중동 소식통은 "최소한 미국이 개입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감돌아야 (후티에 대한) 억제력이 생긴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으로) 이를 불필요하게 날려버린다면 예멘인들의 사기만 떨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리프 전 차관보는 "중동 내 당국자들은 사우디에 대한 분통보다 '대체 미국이 여기서 뭘 하겠다는 건가'라며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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