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그린란드 합의'에 조심스레 웃는 덴마크…"주권 지켜"

입력 2026-09-20 01:28
트럼프와 '그린란드 합의'에 조심스레 웃는 덴마크…"주권 지켜"

트럼프 '안보통제권' 강조…덴마크·그린란드 "영토보전·자결권 인정"

덴마크 신문 "우리가 이겼다고 트럼프에 알리지 마라"

"실제 변화 없이 논쟁 끝내 3자에 모두 이득" 해석도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덴마크령 그린란드 안보에 관한 합의를 발표한 가운데 덴마크와 그린란드에서 조심스러운 낙관론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그린란드 병합을 주장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트루스소셜을 통해 그린란드의 안보에 대한 미국의 '영구적인 통제권'을 확보하고 미국이 그린란드에 병력을 증강 배치하는 내용의 합의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그 직후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와 옌스-프레데리크 닐센 그린란드 총리는 공동 성명을 내 "(이번 합의는) 덴마크 왕국의 주권과 영토 보전성, 그린란드인의 자결권을 인정한다"며 "북극과 북대서양 지역에서 우리의 공동 안보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3자 모두 상세한 합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미국은 그린란드 안보에 대한 영구적 통제권 확보를, 덴마크와 그린란드는 주권과 자결권 유지를 강조한 것이다.

AP 통신은 덴마크에서 조심스러운 낙관론이 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외무장관은 19일 오전 인스타그램에 올린 글에서 "다음 주는 그린란드와 덴마크, 미국에 하나같이 좋은 한 주일 것"이라며 "바라건대 불확실성의 시기가 구속력 있는 합의로 대체될 것"이라고 했다.

그린란드의 닐센 총리는 "그린란드와 덴마크, 미국, 서방 동맹의 안보를 강화하고 확보하는 합의"라며 "이번 합의는 그린란드의 이익과 국제 협력에서 우리의 위치를 인정한다. 우리 모두에게 이익"이라고 말했다.

무테 에게데 그린란드 외무장관도 "우리가 마침내 최종 결과물을 손에 넣게 돼 기쁘다"며 "이제 때가 됐다"고 말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주세페 카보 드라고네 군사위원장도 이날 코펜하겐에서 이번 합의를 "대단히 환영한다"고 말했다.



덴마크와 그린란드 쪽에선 무엇보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초 영유권을 주장했다는 점에서 '주권'을 지켜냈다는 데 환영하는 목소리가 높다.

그린란드 풀뿌리 운동가 오를라 조엘센은 엑스(X·옛 트위터)에 "트럼프의 그린란드 점령 야욕에 대항한 우리의 싸움은 승리했다"고 썼다.

몇몇 덴마크 매체들도 이번 합의를 '덴마크 외교의 조용하지만 중요한 승리'로 보고 있다고 영국 BBC 방송은 전했다.

덴마크 일간 베를링스케는 기사 한 꼭지의 제목을 '트럼프에게 덴마크가 이겼음을 말하지 말라'고 달았고, 다른 신문 폴리티켄의 미국 특파원은 "트럼프는 그린란드를 얻지 못했지만, 소셜미디어에서 세리머니를 했다"고 적었다.

BBC는 이번 합의 세부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미국이 그린란드에 원하는 만큼 파병할 수 있는 1951년 미·덴마크 그린란드 방위 협정과 이번 합의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 수 없다고 짚었다.

마르크 야콥센 덴마크왕립국방대 연구원은 AFP 통신에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전선을 확대하지 않고 '승자'로 보일 수 있다는 점, 그린란드로선 미군 주둔 확대로 경제 보상을 늘릴 수 있다는 점, 덴마크로선 양쪽에 모두 좋은 파트너로 평가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3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합의라고 평가했다.

야콥센 연구원은 이번 합의가 미국의 그린란드 병합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서 치우면서 실질적으론 별다른 변화를 일으키지는 않는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덴마크 시민 상당수도 안도감을 표시했다.

코펜하겐 북부 겐토프테의 이동통신사 직원 미카엘 부르가르드 씨는 AP 통신에 "그(트럼프 대통령)가 무력으로 그린란드를 점령할까 걱정했다"며 "외교적으로 해결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코펜하겐의 고등학교 교사 미카엘 프레스 씨도 "우리로선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인 것 같다"고 평했다.

다만, 상세한 내용이 알려지지 않은 만큼 불안한 심정을 드러내는 사람도 있다. 그린란드의 전직 정치인 아야 쳄니츠는 합의가 마무리되기를 바란다면서도 "회의적이다. 트럼프에 대한 신뢰가 별로 없다"고 말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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