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그녀를 잊게 될 것"…영국왕실, 다이애나 동생 회고록에 흔들
다이애나 동생 연쇄 '폭탄 발언'에 왕실 이례적 반박
"앤드루 추문·해리 왕자 귀환 이어 왕실에 새 골칫거리"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찰스 3세 영국 국왕의 차남 해리 왕자의 '폭로'로 이미지 실추를 겪었던 영국 왕실이 이번에는 고(故) 다이애나 왕세자빈의 동생이 쓴 회고록으로 흔들리고 있다.
다이애나의 동생 찰스 스펜서 백작이 오는 22일(현지시간) 출간하는 회고록 '백조의 노래: 다이애나, 나의 누이' 발췌본이 조금씩 공개되자 영국 언론은 지난 16일부터 연일 이를 '폭탄 발언'이라며 상세히 다루고 있다.
공개된 발췌본에 따르면 스펜서 백작은 1997년 다이애나 사망 당시 왕세자였던 찰스 3세가 자신에게 부고를 알리려 전화를 걸었을 때 "마치 복권에 당첨된 것처럼 기뻐서 들뜬 목소리였다"고 주장했다. 스펜서 백작은 오랜 연인 커밀라 파커 볼스(현 커밀라 왕비)와 결혼하게 될지 생각해보는 게 찰스 3세의 첫 반응이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스펜서 백작은 찰스 3세가 군중으로부터 '난무하는 욕을 막아보려는' 의도로 당시 15, 12세에 불과한 두 아들 윌리엄·해리 형제를 장례 행렬에 참여시키겠다고 고집을 부렸다고도 책에 적었다.
스펜서 백작이 다이애나라면 어린 두 아들이 관을 따라 걷기를 원치 않았을 것이라고 반대하자, 찰스 3세가 '다이애나를 향한 억눌린 경멸감, 세상이 다이애나의 죽음에 크게 황망해 할 거란 공포'를 전화로 쏟아내더니 "걱정 말라, 우린 곧 그녀를 잊게 될 것"이라고 쏘아붙였다고도 했다.
다이애나의 죽음은 실제로 당시 불안정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영국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사랑받던 다이애나가 36세에 비극적으로 요절해 대중이 슬픔에 잠겼는데 왕실이 그에 공감하지 못하고 폐쇄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비난이 쏟아졌고 이는 현대 영국 왕실이 겪은 최대 위기 중 하나로 꼽힌다.
스펜서 백작은 책에서 다이애나의 허리둘레가 약혼 때 29인치였다가 결혼식 때 23.5인치로 줄었는데 이는 찰스 3세가 허리에 손을 둘러보고 '좀 통통하군'이라고 말한 데 다이애나가 충격받았기 때문이었다며 찰스 3세가 다이애나의 섭식장애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취지의 주장도 썼다.
스펜서 백작은 다이애나가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와 거절민감성장애(RSD)를 앓았다고 확신했으며, 한 차례 이상 절벽으로 차를 몰고 가기까지 했지만, 아들들에 대한 사랑으로 그런 생각을 버렸다고도 적었다.
왕실은 지난 16일 첫 발췌본 공개 약 1시간 만에 강한 반박 입장을 냈다.
버킹엄궁 대변인은 "국왕은 형제자매를 잃은 슬픔이 이성을 흐리게 하고, 판단에 영향을 미치며, 기억을 왜곡할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하고 있다"면서 "그런 상실로부터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도 본인은 그런 영향을 인식하지 못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입장 발표는 이례적이다. 영국 왕실에 관한 많은 책과 언론 보도가 쏟아지지만, 버킹엄궁은 '불평도, 설명도 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관련해 입장을 내놓는 일은 극히 드물다. 어지간한 위기 상황이 아니면 무반응으로 대응한다는 뜻이다.
찰스 3세의 공보 비서를 지냈던 줄리언 페인은 BBC와 인터뷰에서 저자가 다이애나의 동생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훨씬 개인적인 상황이라 더 큰 해를 입힐 수 있다"며 "(이번 입장 발표는 왕실에서) 감정이 얼마나 격앙됐는지 보여준다"고 말했다.
시대가 달라지고 최장기 재위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2022년 서거한 이후로 군주제에 대한 회의론이 커진 만큼 왕실로서는 왕실을 둘러싼 스캔들을 피하고 싶겠지만 바람 잘 날이 없는 실정이다.
찰스 3세의 동생인 앤드루 마운트배튼 윈저는 미국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틴과 연루돼 왕자 칭호를 박탈당하고 경찰 수사를 받고 있으며, 회고록 '스페어'에서 왕실 불화를 세세히 폭로했던 차남 해리 왕자는 올여름 영국으로 갑자기 돌아와 연일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미국 CNN 방송은 "영국 왕실은 올해 국왕 동생의 경찰 체포로 특히 험난한 출발을 했고, 좀 더 조용한 여름을 보낸 후엔 스캔들 없는 연말을 바랐을 것"이라며 "그러나 해리·메건의 깜짝 귀환 직후 스펜서 회고록까지 찾아와 왕실에 새로운 두통을 안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일로 앞선 왕실 가족의 '폭탄 발언' 이후 버킹엄궁 반응도 다시 거론되고 있다.
해리 왕자와 부인 메건은 2021년 오프라 윈프리 쇼 인터뷰에서 왕실에서 둘 사이에 난 자녀의 피부색이 얼마나 어두울지 언급한 사람이 있었다며 인종차별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버킹엄궁은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면서도 "일부 기억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언급을 포함한 입장을 냈다.
1995년 다이애나는 BBC 파노라마 인터뷰에서 "이 결혼엔 세 명이 있어서 좀 혼잡했죠"라며 찰스와 커밀라의 불륜을 공개적으로 비판해 세간에 충격을 안겼다.
그로부터 몇 주 뒤 버킹엄궁은 "여왕은 왕세자와 왕세자빈에게 보낸 서한에서 조속한 이혼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일간 가디언은 당시 다이애나가 이혼하라는 여왕의 요구에 답하지 않고 있다가, 버킹엄궁의 발표로 이 문제가 공식적으로 다이애나의 손을 떠나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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