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속도조절론에도…"올해 반도체시장 1.6조달러로 성장 가속"
수출입은행 보고서…2분기 전망치보다 규모 60% 증가
D램 1년새 3.4배·낸드 4.9배↑…가격 안정돼도 2030년 2조달러로 성장
(서울=연합뉴스) 임성호 기자 = 글로벌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열풍이 나날이 거세지며 올해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가 상반기 예측치의 1.5배 이상으로 증가해 1조6천억달러(약 2천190조원)를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최근 AI 업계 일각에서 기술 통제 상실을 우려해 제기한 '속도조절론'에도 불구하고 AI 개발 경쟁이 사그라들기는커녕 가속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특히 AI가 처리·보관하는 데이터 양이 폭증하면서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이끄는 메모리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커져 절반을 넘길 것으로 예측됐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는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옴디아·트렌드포스 등 분석에 기반해 지난 15일 공개한 '3분기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동향 및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 규모는 메모리 반도체와 로직 IC(연산·제어 담당 반도체)의 가파른 성장 등으로 1조6천억달러를 돌파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연구소가 지난 5월 발간한 2분기 전망 보고서에서는 올해 반도체 시장 규모가 1조달러(1천366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는데,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세가 당초 예상을 뛰어넘자 전망치를 60% 올려잡아 지난해 규모의 2배에 달할 것으로 본 것이다.
대표적 메모리 반도체인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의 지난달 말 기준 가격은 각각 25.0달러, 30.5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각각 4.4배, 9.0배 치솟았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30년에야 1조달러를 넘길 것으로 예상됐으나, 미국·중국의 주요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사)의 AI 인프라 투자가 급격히 확대되는 영향 등으로 전망이 대폭 수정됐다.
반도체 시장의 급성장세는 메모리가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전년 대비 4배 성장한 약 8천865억달러로, 반도체 시장에서 메모리 비중은 지난해 약 30% 수준에서 55%로 확대될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했다. 2분기에 전망한 메모리 반도체 비중은 50%였다.
메모리 반도체 중 휘발성 단기기억 장치인 D램 시장은 지난해보다 약 3.4배 성장한 5천190억달러, 장기기억 장치인 낸드 시장은 4.9배 성장한 3천600억달러로 전망했다. D램 시장 성장률은 올해 상반기 예측한 147%에서 250%로, 낸드 시장 성장률은 300%에서 395%로 상향 조정했다.
낸드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것은 AI 시장의 중심축이 학습 중심에서 추론 모델로 이동하며 D램이나 고대역폭메모리(HBM)뿐 아니라 방대한 데이터를 쌓아둘 수 있는 낸드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메모리 반도체의 가격은 내년 이후 점차 안정될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했다. 범용 D램 가격은 올해 4분기까지 오른 뒤 내년 상반기에 보합세를 보이고, 하반기에는 하락세로 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낸드는 내년 1분기까지 오른 뒤 내년 말까지 보합세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메모리 반도체 가격의 보합·하락세에도 전체 반도체 시장은 꾸준한 수요에 힘입어 2030년 약 2조달러(2천732조원)로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했다.
보고서는 "반도체 시장은 AI로 인한 수요의 구조적 증가 등으로 성장할 전망"이라며 "빅테크 등이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의 메모리 반도체 기업과 3∼5년의 장기공급계약(LTA)을 추진하며 업황 변동성은 과거 대비 안정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AI 개발 감속론과 별개로 빅테크들의 글로벌 데이터센터 투자와 AI 서비스 확산은 오히려 거세지고 있어 메모리 업황이 단시일 내에 꺾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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