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풍계리 핵실험, 잠든 단층 깨웠나…지진 8년간 증가
6차 핵실험 3주 뒤부터 지진 활동 증가…2025년까지 지속
한중 연구팀 사이언스 발표…"기존 단층 재활성화 촉진"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한국과 중국 공동연구팀이 북한의 함경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이 주변 지각에 장기적 영향을 미쳐 폭발 이후에도 수년간 더욱 강화된 지진 활동을 유발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김광희 부산대 교수와 싱리 판 중국 청두이공대 교수 공동연구팀은 이런 연구 결과를 18일 세계 최고 권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 6차 핵실험 3주 뒤 지진 증가…2025년까지 빈도·규모 커져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에서는 2006년부터 2017년까지 6차례에 걸쳐 지하 핵실험을 수행했다.
가장 규모가 컸던 마지막 실험은 2017년 9월 6차 실험으로 위력은 100~250kt 수준이었다.
미국지질조사국(USGS)은 이를 규모 6.3 지진으로 보고했으며, 위성 레이더 측정 결과실험장이 위치한 만탑산 정상 부근에서 상당한 지표 변형이 관찰되기도 했다.
연구팀은 이런 강력한 폭발이 주변에 미친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 2008년 이후 중국과 한국에서 기록된 지진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이 지역에서 2008년부터 2025년까지 국지적 지진 1천399건이 발생한 것을 확인했다.
이는 기존 지진 빈도보다 훨씬 늘어난 수치라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특히 연구팀은 6차 실험 이후 만탑산 주변의 지진 활동이 이전 핵실험 후 지진 활동과는 다른 양상을 보이는 것도 확인했다.
이전 핵실험 후 지진 활동은 빠르게 소멸하는 단기간 지진으로 나타났지만, 2017년 실험 3주 이후 지진 활동이 증가했고, 2025년까지도 빈도와 규모 모두 지속해 증가했다.
◇ 두 개 단층대 따라 지진 집중…"인간 활동 영향 장기평가해야"
정밀 위치 측정 결과 지진은 북북서 방향으로 뻗은 두 개의 단층 구조를 따라 집중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것이 무작위적인 지진 활동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조직적인 단층 재활성화를 시사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6차 핵실험 이후 만탑산의 두 개 기존 단층대를 따라 지진 활동이 수년간 증가하고 점차 뚜렷한 분포를 보였음을 확인했다"며 "반복된 핵실험으로 누적된 암반 손상과 응력 재분배가 기존 단층의 재활성화를 촉진한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결과가 2017년 포항지진을 통해 경험한 촉발 지진 문제에도 시사점을 준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서 2018년 이진한 고려대 교수 등과 처음으로 포항지진이 심부 지열발전소의 물 주입에 따른 유발 지진이라는 주장을 사이언스에 발표한 바 있다.
김 교수는 "포항과 풍계리는 지진을 촉발한 과정은 다르지만, 인간 활동이 기존 단층에 미치는 영향을 장기적으로 평가해야 한다는 공통된 교훈을 준다"며 "지하 공간과 에너지 자원을 안전하고 지속 가능하게 개발·활용하려면, 개발 이전부터 지질 구조와 단층의 응력 상태를 면밀히 평가하고 운영 중은 물론 종료 이후에도 지진 관측과 안전성 평가를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shj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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