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쥐 뇌에 인간 뇌 조직 이식…뇌질환 연구 활용 가능성
스탠퍼드대 연구진, 학술지 네이처에 논문 발표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생쥐 뇌에 인간 뇌 조직을 이식하는 실험이 이뤄져 앞으로 뇌질환 연구에 활용될 수 있게 됐다고 로이터통신과 영국 BBC방송 등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연구진은 실험실에서 인간 대뇌피질(cerebral cortex)의 핵심 세포 유형과 발달 특성을 재현하도록 설계한 소형 3차원 '오가노이드'(장기유사체)를 만들고, 이를 생쥐에 이식했다.
오가노이드는 줄기세포를 배양해서 실제 장기의 구조와 기능을 일부 모방토록 하는 세포 조직이다.
대뇌 피질은 인간 뇌에서 인지, 언어, 주의, 의사결정 등 고차원적 기능을 수행하는 부분이다.
연구진은 피부 세포 또는 혈액 세포를 줄기세포로 재프로그램하는 방식으로 대뇌피질 오가노이드를 만들었다.
연구진은 이 인간 대뇌피질 오가노이드를 이식받을 충분한 자리가 생쥐의 뇌에 확보될 수 있도록 생쥐에 유전자 조작을 가해 생쥐의 대뇌피질과 해마로 자라게 될 세포 대부분이 발달하지 않도록 억제했다.
이렇게 유전자가 조작된 생쥐가 태어난 직후에 뇌에 이식된 인간 대뇌피질 오가노이드는 다양한 피질 세포 유형으로 발달하고 몇 달만에 생쥐의 신경계 전반과 연결을 형성하는 등 뇌 발달의 핵심 특성을 재현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식 조직에서 '폰 에코노모 뉴런'(VEN) 또는 '방추형 뉴런'이라고 불리는 드문 특수 신경세포 유형도 관찰됐다고 보고했다.
VEN은 인간, 유인원, 고래, 돌고래, 코끼리 등 일부 종에서만 발견되며 특정 신경 질환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쥐에서의 인간 유래 오가노이드를 사용한 발달단계 이종피질화'라는 제목이 붙은 이 논문은 과학 학술지 '네이처'에 실렸다.
책임저자는 스탠퍼드대 의대 수면의학부에서 정신과 및 행동과학 교수로 재직중인 세르지우 파슈카 교수다.
연구진은 살아 있는 인간의 뇌 조직에는 윤리적 이유로 사실상 연구 접근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하면서, 이런 한계를 극복할 가능성에서 이번 연구의 중요성을 찾았다.
파슈카 교수는 영국 BBC 방송에 "예전에는 불가능한 방식으로 인간 뇌 기능의 양상들을 포착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이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로이터통신에 "이제 동물 안에서 유전자와 개별 세포 유형부터 신경회로, 기능적 결과에 이르기까지 여러 수준에서 인간 신경 조직을 연구할 수 있게 됐다. 질환과 연관된 인간의 유전적 변화가 신경 발달과 신경회로를 어떻게 바꾸는지, 또 잠재적 치료법이 그러한 변화를 예방하거나 바로잡을 수 있는지를 물을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강조하고 싶은 한 가지는 용어"라며 이번에 연구진이 만든 것을 묘사하는 데에 '인간화 생쥐', '인간 뇌를 가진 생쥐', '미니 뇌' 등 표현을 쓰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생쥐의 신경계를 유지하지만, 그 안에서 발달하고 통합되며 연결을 형성하는 인간 피질 조직의 부피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종피질(xenocortical) 생쥐'라는 표현을 썼다.
이 생쥐가 외부에서 이식된 인간 대뇌 피질 조직을 갖고 있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BBC에 따르면 이종피질 생쥐들은 이식수술 6개월 후 주변을 이동하고 환경을 탐색하는 등 몇 가지 기초적 행동 양식을 시험했을 때는 일반 생쥐와 대체로 유사한 모습을 보였다.
다만 로이터에 따르면 미세운동 조정과 기억 관련 능력에 결함이 관찰되기도 했다.
파슈카 교수는 로이터통신에 "피질 오가노이드는 인간 뇌 발달과 질환을 관찰할 수 있는 실험적 창을 제공한다"며 "이는 축소된 뇌가 아니며 인간 뇌의 모든 복잡성을 재현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접근하기 극히 어려운 인간 신경세포 유형과 발달 과정을 연구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 접근법은 자폐, 간질, 조현병, 뇌성마비 등 뇌 발달 과정에서 시작되는 질환과 출생 전후에 발생하는 산소 결핍 등 환경적 손상을 연구하는 데 특히 유용하게 쓰일 잠재력이 있다.
연구진은 이 연구 모델의 첫 활용 사례로 생쥐를 산소 결핍 상태에 노출했다.
파슈카 교수는 "이종피질 생쥐에서는 일정 기간의 저산소 상태가 인간 피질세포에 상당한 손상을 일으켰고, 보행 및 운동 조정 이상이 동반됐다"고 말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일반 실험용 생쥐는 어느 정도 수준의 저산소 상태를 겪어도 이런 영향을 겪지 않았다.
solatido@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