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회, '그레이엄 유산' 초강경 신규 대러시아 제재법안 가결

입력 2026-09-17 11:02
美의회, '그레이엄 유산' 초강경 신규 대러시아 제재법안 가결

트럼프 서명해 발효될듯…3국 관세폭탄 등 전쟁자금 차단

초당적 매파기조 확인…트럼프, 실제로 푸틴 옥죌지 미지수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미국 의회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전 종식을 압박하기 위한 강력한 신규 제재법안을 통과시켰다.

로이터,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 하원은 16일(현지시간) '2026 린지 O. 그레이엄 대러시아·대이란 제재법안'을 찬성 262표, 반대 159표로 가결했다.

이 법안은 지난달 7일 상원에서 찬성 86표, 반대 11표로 가결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서명하면 발효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법안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만큼 특별한 변수가 돌출하지 않는 한 시행이 유력하다.

이번 신규제재의 골자는 러시아의 장기전 지속을 떠받치는 자금줄에 대한 한층 더 강력한 단속이다.

미국은 서방의 제재를 회피하며 러시아의 전쟁 자금 벌이에 중대한 역할을 하는 유조선 무리인 '그림자 선단'을 직접 표적으로 삼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법안에 따라 중국과 인도 등 러시아의 석유와 가스를 수입하는 국가에 최대 100%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얻는다.

러시아의 전략적 우군인 이란에 대한 제재도 연장된다.

미국은 러시아의 에너지, 방위산업,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롯한 러시아 고위 당국자들에 대한 제재도 광범위하게 강화할 예정이다.

이번 법안은 지난 7월 별세한 린지 그레이엄 전 상원의원이 발의한 마지막 정치적 유산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우군이자 조언자인 그레이엄 전 의원은 미국이 주도하는 질서를 위협하는 러시아에 강경한 전통적 매파 정치인이었다.

그는 단순히 러시아를 제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러시아를 비호하는 제3국에 2차 제재를 가하는 방식으로 종전압박을 강화하기를 원했다.



그레이엄 전 의원은 급사하기 직전까지 우크라이나를 방문하고 초당적 합의를 위해 법안을 진전시키려고 바쁜 나날을 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여야의 사사건건 치열한 대치 속에도 신규 대러 제재법안이 통과된 배경에는 전쟁 종식을 위한 더 강력한 압박이 필요하다는 초당적 공감대가 있다.

공화, 민주당 의원들은 자유시장 위축, 행정부의 권한 남용 등을 두고 이견을 제시하기도 했으나 평화협정을 촉진해야 한다는 점에 동의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전을 5년째 지속해 글로벌 안보를 훼손했으며 에너지시설 난타와 무역로 위협으로 세계 경제를 위협하고 있다.

전통적 대러시아 매파인 그레이엄 전 의원의 이름을 딴 신규 대러제재법이 실제로 효과를 낼 수 있을지는 현재로서는 불투명하다.

야당인 민주당 일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명분으로 고율 관세를 부과할 권한만 확대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를 압박할 수단을 갖고 있음에도 단행을 꺼리는 상황에서 다른 목적을 위한 자의적 결정의 법적 토대만 마련해준다는 지적이다.

미국 하원 외교위원회의 민주당 간사인 그레고리 미크스 의원은 "백악관 법률가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인들에게 새 관세를 부과할 권한을 극대화하고 러시아나 그 조력자들에게 실제로 신규제재를 부과할 의무는 모조리 최소화하도록 현재 법안을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는 자국 지원을 위한 미국의 실정법 혜택을 받게 되는 국면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줄곧 밝혀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최근 연설에서 "법률이 되는 게 중요하다"며 "이 접근법을 지지한 분들, 힘이 작동한다는 점을 인지하는 분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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