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수장, 캐나다에 첫 준회원국 제안…中과 무역불균형도 정조준(종합2보)

입력 2026-09-16 23:48
EU 수장, 캐나다에 첫 준회원국 제안…中과 무역불균형도 정조준(종합2보)

유럽의회서 연례 연설…카니 캐나다 총리 '특별손님' 초청

"중국과 무역 균형 다시 맞추기 위해 모든 수단 쓸 것"

"기후·AI 대응, 유럽 미래 좌우"…15세 미만 SNS 제한도 추진





(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유럽연합(EU) 수장이 캐나다에 EU의 첫 준회원국 지위를 제안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16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유럽의회에서 열린 연례 정책연설에서 '초대 손님'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를 향해 "캐나다가 EU의 첫 번 준회원국이 될 수 있도록 함께 문을 열고 싶다"면서, 캐나다와의 관계를 가능한 가장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리고자 한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캐나다를 향한 이런 제안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적대적인 관세 정책과 미국의 국익을 핵심 가치로 하는 안보 정책 추진에 불안을 공유하고 있는 캐나다와 유럽이 경제·안보 등에 있어 협력 강화를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유럽은 트럼프 대통령 2기 출범 이후 유럽의 방위비 지출 증액을 압박하고, 그린란드 병합 의지를 공공연히 드러내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내부 분열을 조성하는 미국에 대한 안보 및 무역에서의 의존을 줄이기 위해 캐나다 등 유사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들과 협력 관계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2기 출범 직후부터 강대국 간 패권 경쟁에 맞서 '중견국 연대'의 필요성을 역설해온 카니 총리 역시 '캐나다를 미국의 51번째 주로 편입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복적인 위협성 발언에 최근엔 양측의 관세 전쟁이 격화하며 미국과 사이가 급격히 틀어지자 EU와 '특별한 동맹' 관계를 구축할 필요성을 여러 차례 천명해 왔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이날 제안에 유럽의회 총회장을 채운 유럽의회 의원들과 EU 집행위원회 관계자들은 뜨거운 기립 박수로 환호했고, 카니 총리도 미소로 고개를 끄덕이며 화답했다.

카니 총리는 이날 초청 손님 자격으로 유럽의회를 방문해 폰데어라이엔의 연례 연설을 참관한 데 이어 17일에는 같은 장소에서 유럽의회를 상대로 연설할 예정이다. 외국 정상이 EU 수장의 연례 정책연설에 초청된 것은 카니 총리가 사상 처음이라고 외신은 짚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날 연례 연설에서 점점 불안정해지는 세계 속에서 유럽은 경제적, 기술적, 군사적 측면에서 주권과 독립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을 수 차례 강조해 캐나다에 준회원국 지위를 제안한 것이 유럽의 자강을 위해서는 비슷한 가치를 공유한 세력과의 연대가 필수적이라는 인식에서 나온 것임을 시사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의 이날 연설에서 또 다른 패권국으로 유럽 산업에 직격탄이 되고 있는 중국과의 무역 불균형 문제도 언급했다.

그는 현재 EU가 중국과의 무역에서 하루 10억 유로(약 1조6천억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적자를 보고 있는 현실을 거론하면서 "중국과의 무역 관계의 균형을 다시 맞추기 위해 모든 수단을 쓸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한, 현재 일부 희토류의 약 90%가 중국에서 공급되고 있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핵심 원자재 확보와 비축을 지원할 EU 차원의 조직을 설립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지 4년 반이 지난 가운데, 최근 유럽 전역에서 러시아가 배후로 의심되는 드론 출몰, 사보타주(파괴 공작), 사이버 공격이 증가하고 있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에 대응하기 위해 나토와 유사한 '하이브리드 위협 대응 지침'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이와 관련, EU와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의 정상들이 참여하는 새로운 안보 협의체인 '유럽 안보이사회'를 구체화하기 위해 나설 것이라고도 밝혔다.



기후변화와 AI(인공지능)도 주요 화두였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유럽 미래의 번영과 안보는 기후변화와 AI라는 '시대적 전환점'(tipping point)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크게 좌우될 것"이라며 올여름 유럽을 강타한 치명적인 폭염 사태에 대응하고, AI 시대에 기민히 대처하기 위한 새로운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변화 대책과 관련해서는, 지구 온난화로 가뭄, 홍수, 산불의 빈도와 강도가 증가하는 반면 현재 재해 손실의 4분의 1만이 민간 보험으로 보상이 이뤄져 국가 예산 부담이 커지는 현실을 고려해 '기후 보험 연합체'도 설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EU 내에서 재해에 가장 취약한 100개 지역을 지정해 관리에 나설 것이라는 구상도 공개했다.

AI에 있어서는 EU가 기술 개발의 최전선을 주도하기 위해 역량을 모으는 한편, 최근 여러 기술기업 경영진이 제기하고 있는 AI 안전성 우려에 발맞춰 AI 기업들을 EU로 초청해 AI 개발 속도를 늦추기 위한 업계의 노력에 EU가 어떻게 기여할지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EU 차원에서 13세 미만 청소년들의 소셜미디어 이용을 전면 금지하고, 13∼15세에게는 보호자가 관리·감독하는 '미니 계정'을 허용하는 등 전세계적인 청소년 상대 소셜미디어 규제 흐름에 가세할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는 "우리는 (소셜미디어의)중독을 유발하는 기능을 받아들일 필요가 없고, 아이들이 점점 더 극단적인 콘텐츠로 빠져드는 상황을 용인할 필요도 없으며, 소녀들의 사진이 AI로 생성된 성적 이미지에 악용되는 것을 용납할 이유도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7월 스페인의 북아프리카 영토 세우타에 모로코 이주민 7만명 이상이 하루 사이 무단으로 대거 몰려든 사건이 벌어진 것을 계기로 대규모 이주민 유입 사태에 27개 회원국이 더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비상 대응 수단을 제안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밖에 "전범을 미화하는 행위는 EU에 결코 발붙일 곳이 없다"는 발언으로 최근 세르비아가 보스니아 내전의 전범인 라트코 믈라디치의 장례식을 국가 차원에서 성대하게 치른 것에 대한 불편한 시각도 드러냈다. 하지만, EU가 세르비아에 징벌적 조치를 포함해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는 일부 국가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세르비아를 직접 비판하지는 않았다.

EU 집행위원장이 해마다 9월에 하는 연례 정책연설은 미국 대통령의 국정연설을 본 따 향후 1년간 정책 우선순위를 설명하는 자리로, 2010년 조제 마누엘 바호주 전 집행위원장이 시작한 이래 EU의 연중 최대 행사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ykhyun1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