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폭격 받을 뻔…러시아, 영국 전 총리 노리고 때렸나

입력 2026-09-14 19:51
수정 2026-09-14 21:10
드론 폭격 받을 뻔…러시아, 영국 전 총리 노리고 때렸나

우크라 찾았다 지근 공습에 가슴 쓸어내린 보리스 존슨

재임기 대러 초강경파로 우크라에 열성적 외교·군사지원



(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우크라이나를 방문했던 보리슨 존슨 전 영국 총리가 러시아의 무인항공기(UAV·드론) 공격을 가까스로 피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러시아와 존슨 전 총리의 악연에 관심이 쏠린다.

14일(현지시간) AP 통신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존슨 전 총리와 칼 빌트 전 스웨덴 총리, 그리고 여러 유럽연합(EU) 국가의 외교안보 관리들을 태운 외교용 열차가 우크라이나 서부 야호딘 역을 출발해 폴란드 국경을 넘은 직후 공습이 이뤄졌다.

이들을 태운 열차는 예정보다 일찍 출발했고, 그 다음 열차의 기관차가 폴란드 도로후스크 국경에서 약 2㎞ 떨어진 지점에서 공습 표적이 됐지만 사전에 대피 경보가 내려진 덕에 인명피해는 없었다고 한다.

공습 당시 야호딘 역에는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탄 열차가 정차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드론의 희생양이 될뻔한 인사들 가운데 존슨 전 총리는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영국 내각의 수장으로써 우크라이나에 대한 적극적인 군사적 지원에 무게를 두며 러시아와 불편한 관계가 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전쟁 발발 2달 뒤인 2022년 4월 9일 존슨 당시 총리는 서방 지도자 중 처음으로 키이우를 깜짝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과 함께 도심 거리를 활보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런 행보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같은 해 8월 존슨에게 '자유 훈장'을 수여했다.

가장 결정적인 장면은 전쟁 발발 초기 이스탄불에서 열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평화 협상 테이블에서 나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속전속결로 점령하는 데에 실패한 분위기 속에서 양측이 평화안에 극적으로 타결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졌지만, 당시 존슨 총리가 러시아를 신뢰하기 어렵다는 회의적인 입장을 고수하는 와중에 협상이 결국 결렬됐다.

우크라이나 측 협상 수석대표였던 다비드 아라카미아는 2023년 11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존슨 전 총리가 2022년 4월 9일 예고없이 키이우를 방문해 "그들과 어떤 합의도 해서는 안 되며, 그냥 싸우자"라고 말했다고 전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를 두고 협상에 개입했다는 비판에 직면한 존슨 전 총리는 우크라이나에 "우려를 표명"했던 것뿐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러시아는 존슨 전 총리를 향한 책임론을 계속해서 제기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개전 2년째인 2024년 2월 터커 칼슨 전 폭스뉴스 앵커와 인터뷰하면서 "우리는 이스탄불에서 방대한 문서를 준비했고, 우크라이나 대표단장이 일부 조항에 서명했었다"며 "하지만 영국 총리였던 보리스 존슨이 와서 우리를 그만두게 만들었고, 우리는 그 기회를 놓쳤다"고 주장했다.

존슨 전 총리는 13일 철도시설 피격 직후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푸틴이 폴란드 국경에 정차해 있던 우크라이나 기관차를 폭파시킨 이유가 무엇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며 "분명한 점은 이게 우크라이나인들이 매일 겪는 무분별하고 무의미한 공습의 전형이라는 사실"이라고 비난했다.

존슨 전 총리는 "왜 푸틴의 동결된 자금으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지 않나"라며 "벨기에 은행 계좌에 1천400억 유로가 넘는 돈이 있고, 런던에 약 100억파운드가 있다"고 더 강력한 지원을 촉구하기도 했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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