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속도조절론' 못마땅한 트럼프…中 추격 속 '죄수의 딜레마'

입력 2026-09-14 02:05
'AI 속도조절론' 못마땅한 트럼프…中 추격 속 '죄수의 딜레마'

AI 통제불능 우려 고조에도 "앞선 상태 유지 원해" 中과의 경쟁에 무게

트럼프 눈치에 참모진도 규제 찬반 갈리고 美의회도 실질적 대응 없어

24일 백악관 미중정상회담서 'AI 위험관리' 중대 의제…담판 결과 주목



(워싱턴=연합뉴스) 백나리 특파원 = 인공지능(AI) 기술이 통제 불능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면서 속도조절론이 부상하고 있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여전히 이에 부정적 입장을 고수하는 모양새다.

규제에 무게를 두다 중국과의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큰 탓이다. 미중 모두 AI 경쟁을 놓고 '죄수의 딜레마'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이달 24일 열리는 미중정상회담을 통해 일정한 합의가 도출될지 주목된다.

아일랜드를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취재진과의 문답에서 "우리는 AI에서 중국을 앞서고 있다. 솔직히 말해 나는 (그 상태를) 계속 유지하고 싶다. AI에서 승리하는 자가 승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AI 기술 발전 속도가 너무 빨라 인간이 통제하지 못할 수준까지 내달릴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된 상황에서 중국 견제를 우선시하는 인식을 내보인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전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 하지만 제기될 필요가 없는 것들을 제기하는 부정적 세력이 많다고 본다"고도 했다.

통제 가능한 범위로 AI 발전 속도를 제어하기 위한 안전장치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속도조절론이 과도하다고 평가하는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인식의 중심에는 AI 분야가 중국과의 핵심 경쟁 영역이라는 전제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AI는 인터넷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한 분야이고 AI에서 이기는 쪽이 승리한다'는 발언을 여러 차례 하며 중국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해야 할 필요성을 거듭 제기해왔다.

중국이 국가적 역량을 총동원해 AI에 투자하는 동시에 규제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상황에서 미국이 행정부와 의회 차원의 규제로 기업의 발목을 잡으면 민간의 AI 기술 발전은 물론 국가안보에도 심대한 타격을 자초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같은 인식 속에 미 행정부 차원에서는 적극적인 대응이 이뤄지지 않은 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과 숀 케언크로스 백악관 국가사이버국장은 AI 기술 질주에 대한 업계의 우려를 청취하면서 독립적 규제기관 설립을 지지하고 있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반면 마이클 크라치오스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장을 필두로 한 그룹에서는 규제가 혁신을 저해해 중국의 추월을 허용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같은 정책적 마비는 중대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행정부 당국자들이 AI를 규제할지, 한다면 어떻게 할지 결정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기업들은 공통된 안전장치 없이 앞다퉈 달려 나갈 가능성이 커진다"고 우려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도 미국이 정부 차원이든 의회 차원이든 AI에 실질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라고 지적했다.

AI의 위험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는 참모진도 트럼프 대통령의 심기를 거스를 수 있다는 우려에 목소리를 높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의회 역시 11월 초 중간선거의 쟁점이 된 데이터센터 건설 여부와 관련해 AI 문제에 접근할 뿐 AI 대응 전반에 대해서는 별다른 진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패권 경쟁의 심화 속에 충돌을 방지하는 수준의 협력에 그치는 상황에서 AI 경쟁이야말로 '죄수의 딜레마'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따로 갇힌 죄수가 상대의 배신을 염려해 둘 다에게 나쁜 결과를 초래하는 선택을 하는 상황을 지칭하는 표현이 죄수의 딜레마다.

미중이 협력할 수 있으면 양국은 물론 전 세계에 유익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미중 모두 서로 약속을 지키지 않을 것이라는 의심 탓에 규제 마련을 꺼릴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더구나 강대국의 핵 군축과는 달리 AI 개발 분야에서는 사실상 준수 여부를 검증할 방법이 없다고 NYT는 지적했다.

NYT는 이어 "미 의회에서 중간선거를 두 달 앞두고 AI 모델을 즉시 중단시키는 '킬 스위치' 의무화를 포함해 관련 입법들이 실질적 추진력을 얻을 가능성은 희박하고 내년에 새 의회가 구성된다고 해도 심각한 당파적 분열을 극복하고 대응에 나설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일단은 이달 24일로 다가온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AI 의제에 어떤 결론을 도출하는지가 최대 관심사다.

트럼프 대통령은 얼마 남지 않은 시 주석과의 대면을 의식해 중국의 AI 발전을 견제할 필요성을 더욱 부각하는 것으로 보인다.

연방수사국(FBI)과 국가안보국(NSA) 등 미 연방기관 3곳은 지난 8일 중국 AI 기업들이 미국 기업의 첨단 AI 모델에서 대규모로 데이터를 추출해 경쟁 모델 개발에 활용했다고 공개 저격했다. 시 주석의 방미를 앞두고 미국의 협상력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이뤄진 발표로 보인다.

미중은 AI 의제가 갖는 중요성을 감안, 정상회담 이전에 별도 고위급 회담을 갖는 방안을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상회담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라 AI를 주제로 한 별도 고위급 회동이 이뤄질지, 아니면 경제 분야 의제 논의를 위한 고위급 협의에 AI도 주제 중 하나로 포함되는 형식일지는 불분명하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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