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익 영국개혁당 힘받나…역대최대 기부 1천300억원 약속받아
암호화폐 투자자 2명, 기성정치의 자금줄 견제 막는다며 선언
친트럼프 자금력 관측…당수 등 과거 정치자금 수수 위법성 조사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암호화폐 투자자 2명이 우익 영국개혁당(Reform UK)에 합계 7천200만 파운드(1천300억 원)를 정치자금으로 기부키로 했다고 영미권 언론매체들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암호화폐 거래 플랫폼 비트멕스(BitMEX)의 공동창립자 벤 델로는 영국개혁당이 노동당과 보수당의 '카르텔'을 깨는 데 도움이 되도록 3천600만 파운드(650억 원)를 기부하겠다는 계획을 11일 일간 텔레그래프 기고문에서 밝혔다.
델로를 포함한 비트멕스 공동창립자 3명은 2022년에 미국에서 자금세탁 방지법 위반 혐의로 유죄를 인정했다가 작년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사면을 받은 바 있다.
최근 홍콩에서 영국으로 거주지를 옮긴 델로는 이 액수가 이번 달부터 차기 총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있는 2029년 8월까지 매달 100만 파운드(18억 원)를 영국개혁당에 제공하는 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델로는 의회를 장악한 집권 노동당이 '국민대표법안'(Representation of the People Bill) 입법 추진을 통해 영국개혁당 등 경쟁 정당의 자금줄을 차단하려는 시도에 대비해 이 금액을 일시불로 내놓는다고 밝혔다.
델로는 이 법안의 목적이 야당의 자금줄을 옥죄는 것이라며 이는 극단적인 반민주적 행태라고 주장했다.
그는 노동당이 이 법안을 통과시킬 경우 노조로부터 받는 정치자금도 스스로 제한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하면서, 만약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노동당의 이 법안 추진은 실질적으로 선거 부정행위나 다름없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그 다음날인 12일에는 태국에 거주하면서 암호화폐 사업을 하며 스테이블코인 기업 '테더'에 상당한 지분을 보유한 영국·태국 이중국적자 크리스토퍼 하본이 델로의 선례를 본받아 똑같이 3천600만 파운드를 영국개혁당에 정치자금으로 내놓겠다는 뜻을 텔레그래프 기고문에서 밝혔다.
델로와 하본이 각각 내기로 한 액수는 영국 정치자금 기부 역사상 최대기록이다.
기존 기록은 보수당이 자당 소속 상원의원이었던 사업가 존 세인즈버리(1927∼2022) 남작의 유언으로 2023년에 받은 1천만 파운드(181억 원)였다.
영국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025년에 영국의 모든 정당들이 기부받은 정치자금 액수를 모두 합해도 6천480만 파운드(1천177억 원)로, 델로와 하본이 이번에 함께 영국개혁당에 낸 금액보다 적다.
영국개혁당의 나이절 패라지 대표는 소셜 미디어 X에 "크리스토퍼 하본과 벤 델로의 너그러움 덕택에 개혁당은 이제 평평한 운동장에서 차기 총선 선거전을 치르고 승리할 수 있게 됐다"는 글을 올렸다.
그러나 영국의 제3당인 자유민주당의 대변인인 리사 스마트 의원은 "나이절 패라지는 돈으로 권력을 구매해서 트럼프의 미국을 우리 나라에 끌고오려고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영국개혁당은 최근 정치자금 관련 의혹으로 수사와 조사를 받고 있으며, 이와 관련해 델로와 하본 등이 예전에 해외 거주자로서 제공했던 정치자금에 대해 기부 자격 확인과 내역 공개가 정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 등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영국 경찰은 정치자금 관련 수사를 개시했다고 지난 9일 발표했다.
영국 선거법에 따르면 영국 정당은 영국 유권자나 영국에 등록된 기업들로부터만 정치자금 기부를 받을 수 있다.
당대표인 나이젤 패라지의 보좌관 2명은 외국 기부자로부터 불법으로 정치자금을 받는 방법을 논의하는 것으로 보이는 대화가 언론에 보도된 후 정직 조치를 당하고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또 패라지 당대표는 2024년 정계 복귀 의사를 발표하기 직전에 하본으로부터 개인적으로 받은 500만 파운드(91억 원)를 신고하지 않았다는 의혹으로 현재 영국 의회 하원 윤리조사관실 조사를 받고 있다.
패라지는 이 돈은 조건이 달리지 않았고 정치와 무관한 개인적 선물이라며 선거자금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영국개혁당은 최근 정치자금 의혹이 불거지기 전까지 약 1년 6개월간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 정당이었으며, 의혹으로 지지율이 하락한 후에도 집권 노동당에 이어 2위를 유지하고 있다.
limhwas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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