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투표 호소한 날 경윳값 사상최고…장바구니 민심 직격탄
식품·배송·난방비 연쇄효과…'격전지' 농업州 "곧 수확철인데"
묘수 없는 백악관 "경윳값 중대 우려" 곤혹…휘발유도 5달러 전망
(워싱턴=연합뉴스) 홍정규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이 전당대회를 열어 다진 '중간선거 필승' 결의에 경유 가격 급등이라는 대형 악재가 덮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공화당의 사상 첫 중간선거 전당대회를 마무리하면서 "우리는 11월 3일(중간선거일) 투표할 것을 맹세한다"며 당원과 유권자들에게 투표 참여를 호소했다.
하지만, 그날 공교롭게도 물가 민심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미국 경유 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유가정보업체 가스버디는 전국 평균 경유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갤런당 6달러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미국자동차협회(AAA)도 11일 평균 경유 소매가격이 갤런당 6.06달러를 기록했다고 거듭 확인했다. 지난해 같은 시기의 갤런당 3.71달러와 비교하면 63.3% 치솟은 것이다.
미국 주유소에서 팔리는 평균 경유 가격이 갤런당 6달러를 넘은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다만 화폐가치를 감안한 실질 가격으로 따져보면 2008년 금융위기(갤런당 7.20달러)나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6.56달러) 때만큼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란 전쟁 이후의 가파른 가격 상승에 따른 경제적 고통이 덜어지는 것은 아니다. 경유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 경로를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경유는 미국 내 주요 운송수단인 트럭과 기차의 연료다. 특히 전국 구석구석으로 물품을 나르는 트럭의 연료비 상승은 식료품과 생활필수품 가격을 끌어올린다.
AP 통신에 따르면 전 세계 슈퍼마켓 7천500곳으로 구성된 독립식료품연합은 연료비가 식료품 가격의 약 15∼30%를 차지한다고 추정했다.
최근 발표된 7월 물가지수에서 전체 식료품 가격은 전년 동월 대비 2.7% 올랐는데, 냉장·냉동 운송이 필수인 해산물 가격은 7.0%, 신선 과일은 4.9% 상승했다.
미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아마존은 전쟁 이후 일부 판매자에게 3.5%의 연료 할증료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페덱스, UPS, 연방우정청(USPS)도 일부 배송 소포에 추가 요금을 부과하게 됐다.
경유 가격은 운송비뿐 아니라 생산비에도 영향을 미친다. 농산물을 재배·수확하는 농기계, 수산물을 포획하는 어선에 경유가 쓰이기 때문이다.
경유는 일부 지역에서 난방용이나 전력 생산에도 사용된다. 또 건설용 중장비와 버스 같은 대중교통의 연료로도 쓰여 경유 가격 상승은 다른 비용 상승으로 일파만파 확산한다.
결국 경유 가격은 장바구니 물가로 직결되고, 선거의 표심을 가장 크게 좌우하는 생활비 부담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과 집권 공화당의 책임론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큰 셈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 문제는 전국에서 가정 난방에 난방유를 사용하는 가구 비율이 가장 높은 메인주, 그리고 오하이오·캔자스·아이오와 같은 수확철을 앞둔 농업주에서 결정적으로 중요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메인·오하이오·아이오와 등은 연방 상원의원 선거에서 '격전지'로 꼽히는 곳이다. 이들 지역에서 갤런당 6달러가 넘은 경유 가격은 공화당 후보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경유와 함께 국제유가에 연동하는 휘발유 역시 평균 소매가격이 4.29달러까지 올랐다. 이란 전쟁 직전의 2.98달러와 비교하면 44.0% 오른 가격이다. 제프 커리 원자재 전략가는 선거일까지 휘발유 가격이 5달러에 이를 가능성이 "극도로 높다"고 말했다.
경유·휘발유 가격이 중간선거 판세에 '발등의 불'이 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전략 비축유 방출 외에는 뚜렷한 정책 수단이 거의 없다고 블룸버그는 지적했다.
중동에서 호르무즈·바브엘만데브 해협의 에너지 수송 병목 현상이 지속하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타격까지 겹쳐 수급에서 근본적인 문제가 풀리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 책사인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폭스비즈니스에 출연해 디젤 가격이 "중대한 우려 사항"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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