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러, '시베리아의 힘2' 가스관 협상 중단…가격 이견 못 좁혀"

입력 2026-09-10 16:07
"중러, '시베리아의 힘2' 가스관 협상 중단…가격 이견 못 좁혀"

SCMP "中, 러 국내 수준 가격 요구"…러, '바이칼의 힘'으로 사업명 변경



(서울=연합뉴스) 권숙희 기자 = 중국과 러시아가 '시베리아의 힘-2' 가스관 사업을 둘러싸고 벌여온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사안을 잘 아는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소식통들은 양측이 가스 공급 가격에 대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서 수십 년에 걸쳐 진행돼 온 협상이 현재 중단됐다고 전했다.

'시베리아의 힘-2'는 러시아 야말반도에서 몽골을 거쳐 중국으로 천연가스를 수송하는 가스관 건설사업으로, 완공 시 러시아는 연간 500억㎥ 규모의 천연가스를 중국으로 수출할 수 있다.

지난 5월 중국을 방문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 정상회담에서도 핵심 의제로 이 사업이 논의됐으나 공급 가격 등 주요 조건에 대한 이견으로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사안의 민감성을 이유로 익명을 요구한 한 소식통은 "중국은 러시아 정부의 보조금이 적용되는 가정용 가스 가격 수준인 1천㎥당 약 50달러(약 6만6천원) 혹은 적어도 러시아 국내 산업용 가격인 1천㎥당 약 120∼130달러(약 16만∼17만원) 수준의 가격을 원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그러나 러시아는 기존 '시베리아의 힘-1' 가스관 공급 가격인 1천㎥당 약 250∼260달러(약 33만∼35만원)를 원하고 있어 기대치가 다르다"고 덧붙였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지난 5월 정상회담 이후 3개월여 만인 지난달 31일부터 이달 1일까지 키르기스스탄 수도 비슈케크에서 열린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를 계기로 가진 회담에서 이 사업에 대해 다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공식 회담 결과 관련 발표에는 '시베리아의 힘-2'에 관한 논의가 빠져 있었다.

이후 러시아 측은 푸틴 대통령이 이 가스관 사업의 명칭을 '바이칼의 힘'으로 바꿨다고 밝혔다.

2006년 첫 양해각서가 체결된 이후 장기간 협상이 이어져왔지만 이번에도 구체적인 협상 진전 대신 명칭 변경만 발표된 것이다. 러시아 측은 명칭을 바꾼 구체적인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몽골 국가안보회의 관리를 지낸 문크나란 바야를하그바는 명칭 변경은 "국내(러시아) 여론을 겨냥한 조치로, 베이징과 울란바토르 양측과는 사전에 조율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이 협상을 서두를 유인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베이징의 협상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뉴 유라시안 전략 센터의 알렉세이 치가다예프 연구원은 중국의 협상력이 날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다며 중국 정부로서는 '시베리아의 힘-2' 건설에 관한 결정을 서두를 필요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미중 정상회담이 예상되는 만큼 "미국이라는 변수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향후 미중 회담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에너지 공급 문제가 논의될 경우 그 결과가 중국의 대러 가스 협상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시베리아의 힘-2' 가스관 사업 관련 협상 중단과 별개로 양국은 기존 가스 공급망을 통한 물량 확대는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익명의 소식통은 "러시아 국영 가스 기업 가스프롬과 중국석유천연가스그룹(CNPC)이 극동 노선을 통해 러시아산 가스를 중국에 공급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하고 있다"며 "이 노선의 공급량을 늘리는 방안이 논의 중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기존 '시베리아의 힘-1' 가스관을 통한 공급량 확대도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suk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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