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선거 다급해진 트럼프, 우편투표 이어 '유권자 검증'도 상고

입력 2026-09-09 05:23
중간선거 다급해진 트럼프, 우편투표 이어 '유권자 검증'도 상고

'필승카드' SAVE법안 난관 부딪히자 우정청·국토부 행정명령으로 우회

하급심 잇단 제동에 '보수우위' 대법원에 긴급신청…조만간 결론 나올듯



(워싱턴=연합뉴스) 홍정규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우편투표 제한에 이어 유권자 검증 강화를 추진했다가 제동이 걸리자 다급해진 모습이다.

두 사안에 대한 하급심 판단을 뒤집어달라고 대법원에 긴급 신청한 것인데, 두 달도 남지 않은 11월 중간선거에서 고전이 예상되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미 법무부는 8일(현지시간) 국토안보부(DHS)의 체류자 신분검증 프로그램(SAVE·Systematic Alien Verification for Entitlements)을 유권자 명부 검증에 활용할 수 있게 해달라고 대법원에 긴급 상고했다.

이 프로그램은 불법 체류자가 미국의 복지 수급이나 행정 서비스를 받지 못하도록 신청자의 시민권·이민 신분을 확인하기 위해 사용해 온 데이터베이스(DB)다. 개별 유권자의 검증을 위해 구축된 DB는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행정명령을 통해 사회보장(Social Security) 자료를 DB에 추가하고 각 주(州)가 이를 이용해 비(非)시민권자일 가능성이 있는 유권자를 대규모로 솎아내도록 했다.

이 행정명령이 개인정보 침해와 행정절차 위반이라는 이유로 1·2심에서 사용 중단 명령이 내려지자 법무부가 "다가오는 선거의 무결성을 위협한다"며 보수 우위의 대법원에 상고한 것이다.

현재 대법원에는 연방우정청(USPS)을 통해 각 주의 우편투표 시행을 대폭 제한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과 관련, 하급심의 제동에 맞서 법무부가 긴급 신청한 사건도 계류돼있다.

각 주에 우편투표 용지를 받는 유권자들의 명단을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이 명단에 등재된 사람에게만 우정청이 우편투표 용지를 배달하도록 했다. 이에 24개 주가 새로운 우정청 규정에 이의를 제기했다.

대법원의 판단을 기다리는 유권자 신분 검증 강화와 우편투표 제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월 내린 행정명령에 담겼다. 우편투표 관련 새 규정에 대한 대법원 판단은 이르면 오는 9일 나올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당시 행정명령은 그가 중간선거의 필승카드로 여겼던 '세이브(SAVE·Safeguard American Voter Eligibility) 아메리카 법안'의 연방의회 통과가 사실상 어렵다고 판단하자 우회로로 선택한 수단이었다.

SAVE 법안은 유권자 등록 때 시민권 증명 의무화, 투표 때 사진 부착 신분증 제시, 유권자 중 비시민권자 퇴출, 부재자·우편투표 원칙적 금지가 골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법안을 통과시켜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이민자 출신 저소득 유권자들의 투표를 막으려 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법안은 하원을 통과했지만 상원에서 교착 상태다.

AP 통신은 지난 6월 "SAVE 법안이 의회에서 험난한 길을 걷게 될 것이 분명해지자, 트럼프가 지난 3월 두 번째 행정명령"을 통해 의회의 권한을 우회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격 없는 유권자들의 투표로 선거 결과가 왜곡됐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은 정치적 전략인 동시에 '부정선거 음모론'을 옹호하는 그의 신념에 가깝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월 대국민 연설에서 2020년 대선 당시 미시간주에서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유권자 등록 신청서에 서명하거나 존재하지 않는 사람을 대상으로 허위 등록 신청서를 제출한 사례가 미 연방수사국(FBI)에 포착된 바 있다고 밝혔다.

이어 국토안보부 조사에 따르면 시민권이 없는 27만8천명이 유권자로 등록됐으며, 민주당 성향 주들이 제공을 거부한 자료까지 고려하면 그 규모는 훨씬 크다는 주장도 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대로 일부 무자격자의 투표 사례가 간혹 발견되지만,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규모는 아니라는 게 미 주류 언론의 공통된 평가다.

zhe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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