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문화전쟁 표적' 스미스소니언 사무총장 사임
첫 아프리카계 미국인 총장, 7년 이상 재단 이끌다 사임 발표
트럼프, 집권 2기 시작하며 '진보 의제' 겨냥해 재단 강력 압박
(워싱턴=연합뉴스) 박성민 특파원 = 미국 수도 워싱턴DC에서 국립 박물관·미술관 등을 운영하는 스미스소니언 재단의 로니 번치 3세 사무총장이 8일(현지시간) 사임을 발표했다.
번치 총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사임을 알리면서 "내 인생의 거의 절반을 스미스소니언에서 일하며 스미스소니언 가족의 일원으로 지냈는데 참으로 큰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재단 측은 번치 총장이 올 연말까지 근무할 예정이며, 이 기간 총장 대행을 발표하는 한편 후임자 선정을 위한 공모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 1978년 이 재단에 입사해 국립항공우주박물관, 미국역사박물관 큐레이터를 거쳤으며, 14년 동안 국립아프리카계 미국인 역사·문화 박물관 관장을 역임한 뒤 2019년 6월부터 아프리카계 미국인 최초로 사무총장을 맡아 재단을 이끌어왔다.
번치 총장은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2기 행정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한 역사·문화 전쟁의 한복판에 서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기 취임 두 달여 만인 지난해 3월 스미스소니언 박물관과 교육·연구센터, 국립 동물원 등에서 부적절하거나 분열을 조장하고 반미적인 이념을 제거할 것을 지시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한 것을 시작으로 꾸준히 스미스소니언 재단과 산하 기관들을 표적으로 삼아왔다.
이 재단과 산하 박물관·미술관의 전시·학술 활동이 인종·성소수자 차별 등에 반대하는 '정치적 깨어있음'(WOKE·진보적 의제를 의미)에 경도됐고, 진보 진영의 구호인 'DEI'(다양성·공정성·포용성)를 추구하고 있다면서 강도 높게 비난해왔다.
백악관 국내정책위원회는 미 독립 250주년 기념일인 지난 7월 4일 발표한 '미국 역사 구하기' 보고서에서 재단 산하 국립미국사박물관이 왜곡된 역사관과 부적절한 이념을 조장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박물관은 우리가 애정을 품을 만하고 미래 세대에 전할 가치가 있는 미국 국가의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보고서가 발표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해당 박물관 주변에 전시 내용이 부정확하다는 점과 미국 역사에 관한 정확한 정보를 안내하는 임시 안내판을 설치하라는 지시를 내리기도 했다.
AP 통신은 "번치의 사임은 백악관 보고서가 스미스소니언 재단 지도부, 특히 미국사박물관 관계자들을 신뢰할 수 없는 급진적 활동가들로 규정한 지 두 달 만에 이뤄진 것으로,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재단 지도부로) 자기 팀을 꾸릴 준비를 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짚었다.
세계 최대 규모 박물관 재단인 스미스소니언 재단은 워싱턴DC를 중심으로 박물관 21개, 교육·연구 센터 14개, 국립동물원을 운영하고 있다. 재단은 연방정부의 보조금과 민간 기부금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다.
min2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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