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서 서방 아티스트 공연 줄취소…보수화 여파
(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튀르키예에서 서방 아티스트의 음악 공연이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7일(현지시간) 쇠즈쥐, 줌후리예트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이달 12일 튀르키예 최대 도시 이스탄불에서 예정됐던 이탈리아계 미국인 아니마(Anyma)의 콘서트가 열리지 못하게 됐다.
일렉트로닉댄스뮤직(EDM) 장르의 음악을 선보이는 아니마의 무대 연출에 '사탄 숭배 의식'과 연관된 상징이 쓰인다는 주장이 현지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제기되자 이스탄불주정부는 이 공연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결정했다.
아니마는 성명을 통해 "어떤 영상이나 작업에서 한 장면을 따와 전체 프로젝트의 의미를 단정 짓는 일은 근본적으로 잘못됐다"며 "우리 작업은 종교적 인물을 직접적으로 묘사하지 않고, 어떤 종교나 문화도 공격하거나 모욕하려는 의도가 없다"고 반박했다.
아니마는 "우리 일에 잘못된 종교적, 정치적 의미가 부여되는 것을 강력히 거부한다'며 "튀르키예 사람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계속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이슬람주의를 통치이념에 반영하는 레제프 타이이프 대통령의 집권이 장기화하는 튀르키예에서는 보수적 가치에 반하는 행사가 취소되는 일이 되풀이되고 있다.
지난 7월 튀르키예 당국은 '게이 크루즈 및 LGBT+ 휴가'를 표방하는 미국 여행사 애틀랜티스이벤트의 크루즈선 스칼렛레이디호의 이스탄불 입항을 거부했다. 이스탄불의 한 게이바에서 이 배를 타고 온 여행객들이 참여하는 파티가 열릴 계획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거센 비난 여론이 인 데 따른 조치였다.
지난 2월에도 러시아 출신 데스코어 록밴드 슬로터투프리베일, 폴란드 밴드 베헤모스 등의 공연이 보수 진영에서 제기된 '사탄주의의 청소년 선동' 여론 속에 금지됐다. 비슷한 시기 아일랜드 밴드 갓이즈언애스트로넛의 콘서트 일정도 돌연 취소됐다.
당시 다부트 귈 이스탄불 주지사는 "사회를 타락시키는 어떤 일도 이스탄불에서 허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경한 메시지를 냈다.
지난 2월 독립 언론 비아넷은 친정부 성향의 이슬람 매체 아키트TV가 "사탄주의를 설파하고 젊은이들의 신앙을 훔치는 '슬로터투프리베일', 사탄적인 복장으로 노골적으로 종교에 반기를 드는 '베헤모스' 등이 튀르키예에 온다"며 비난을 유도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세속주의 매체 비르귄은 이번 아니마 공연 취소 소식을 두고 "반동 세력의 표적이 된 문화예술 행사 또 하나가 취소됐다"며 소셜미디어에서 시작되는 '좌표찍기'가 친정부 매체의 보도, 대통령실 공보국 등 관련 기관의 성명과 취소 결정으로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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