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프·독 '유럽 빅3' 극우 기세…권력 중심부로 성큼
독일 극우 AfD 주의회 선거 압승 충격파…"대륙 전체에 경고"
"나치 트라우마 독일서 극우당 전후 최고 성적"…이민·경제정책 불만 커져
프랑스·스페인 등 내년 주요국 줄줄이 선거…"반파시스트 전선 붕괴 직전"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독일 극우 성향 정당 독일대안당(AfD)이 작센안할트 주의회 선거에서 40% 넘는 득표율로 돌풍을 일으킨 충격파가 유럽 전역을 흔들고 있다.
지방 선거이고 과반 확보는 못 해 주정부 집권은 불확실하지만, 나치 정권에 대한 역사적 트라우마가 남은 국가의 극우당이 전후에 거둔 최고의 성적이라는 점에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의 중앙 정부에 가해질 추가 압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아울러 이제까지 집권해온 중도 기반의 기성 정당들의 이민과 경제 정책에 대한 깊은 불신과 불만이 계속해서 확인되고 있고, 이를 등에 업은 극우 세력이 유럽 권력의 중심부에 성큼 다가서는 징후라는 해석이 나온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선거 결과를 "유럽에 보내는 신호"라며 "드물게도 하나의 지방 선거가 유럽 민주주의의 운명에 전조로서 읽히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극우를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 또는 '민주주의의 구원자'로 보는 유럽인들 간의 분열을 보여준다"며 "전자는 극우가 견제와 균형의 원칙을 뒤흔들고 소수자를 2등 시민으로 취급한다고 경고하고, 후자는 극우를 국가정체성을 깎아먹고 생계를 위협하는 현실 괴리 엘리트층에 맞서는 방어벽으로 본다"고 풀이했다.
이에 유럽은 대륙 전체가 극우 돌풍에 휩싸이고 정치적 혼란이 커질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영국 BBC 방송은 "이런 정치적 혼란은 유럽이 러시아의 침략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변덕, 중국의 경제적 위협으로 분투하는 전대륙적 위기 속에서 유럽연합(EU)의 최강대국 독일을 더욱 약화시키고 주의를 분산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시기상으로도 유럽에는 중요한 선거가 줄줄이 예정돼 있다.
EU 내 유일한 핵보유국이자 전통적인 강국 프랑스에서는 내년 4∼5월 대선을 앞두고 극우 국민연합(RN)의 마린 르펜 의원이 좌파 및 중도 진영 주자들과 비교해 압도적인 지지율 격차를 보이며 선두를 달리고 있다.
필리프 마를리에르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 유럽정치학 교수는 NYT에 "양국(프랑스와 독일) 모두 2차대전 이후로 사회를 지배한 반파시스트 전선이 붕괴 직전"이라고 짚었다.
내년 8월까지 총선을 치러야 하는 스페인에서는 페드로 산체스 총리의 좌파 정부가 부패 스캔들, 세우타 이민 사태 등으로 흔들리고 있다. 보수 성향 국민당(PP)은 여론조사에서 산체스 총리의 사회노동당(PSOE)에 앞서고 있고 극우 복스당도 기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일부 지방 정부에선 이미 국민당이 복스당과 연합하고 있다.
산티아고 아바스칼 복스당 대표는 AfD의 작센안할트 선거 승리 이후 엑스(X·옛 트위터)에 "이는 독일과 유럽에 위대한 희망"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더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우익 성향 정당들이 주류 입성에 공을 들이는 사이 '진짜 우파'가 필요하다며 그보다 더 오른쪽을 지향하는 신생 극우 정당이 등장하는 추세도 나타나고 있다.
내년 11월까지 총선을 치러야 하는 폴란드에서는 우파 법과정의당(PiS)이 도날트 투스크 총리의 시민연합(KO)에 정권을 내주기는 했으나 여전히 원내 최대 정당이다. 여기에 극우 세력이 급성장하면서 지난해 5월 대선에서는 자유독립연맹(KWiN)과 폴란드왕권연맹(KKP) 등 극우 정당 후보가 득표율 합계 21%를 넘겼다
이탈리아에서는 강경 우파 정당인 이탈리아형제들(FdI) 대표인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이끄는 연립정부가 최근 역대 최장수 정부 기록을 세웠고, '진정한 우파'를 자처하는 신생 극우당 국가의 미래(FN)가 새롭게 부상한 가운데 내년 말까지 총선을 치를 예정이다.
영국은 앤디 버넘 총리의 중도좌파 노동당 정부가 역대급 비호감도를 기록하던 키어 스타머 전 총리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은 이후 지지율 1위를 회복했으나 우익 영국개혁당과 격차가 3%포인트 정도에 불과해 전혀 안심할 수 없는 처지다. 또한 '진짜 보수'를 자처하며 집권을 노리는 영국개혁당에서 쪼개져 나온 '더 강경한 극우' 영국복원당이 출범해 보궐선거에서 상당한 득표율을 보였다.
EU로서는 '독일 우선주의', '이탈리아 우선주의', '프랑스인을 위한 프랑스'와 같은 구호를 내건 민족주의 정당의 부상은 외부의 압박이 그 어느 때보다 거센 상황에서 유럽의 결집력을 약화할 것이라는 우려를 안긴다고 BBC는 짚었다.
EU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위협이나 러시아의 안보 위협, 중국산 저가 물량 공세에 맞서는 데 유럽의 단결이 필수라고 보지만, 독일의 AfD나 이탈리아의 동맹과 같은 민족주의 정당 대부분은 유럽 통합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또한 상당수 극우 정당은 '친러시아적'이라는 의심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이나 대러시아 제재에 부정적이며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으로 물가를 낮추자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러시아 국부펀드 러시아직접투자펀드의 키릴 드미트리예프 최고경영자(CEO)는 AfD의 승리는 '역사적'이라고 평가하면서 메르츠 총리가 지난 7월 사임한 스타머 전 영국 총리와 같이 '굴욕을 당했다'고 꼬집었다.
cheror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