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무기조달 사기·낭비로 한 해 1조6천억원 손실
계약 이행 않는 방산업체에 일감 주기…불량무기 공급 업체 사장은 호화생활
(서울=연합뉴스) 곽민서 기자 = 우크라이나가 무기 조달 과정에서 이어진 부패와 사기, 낭비 탓에 연간 1조원이 넘는 손실을 본 것으로 드러났다.
6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방부와 국가감사원은 내부 감사를 통해 2024년 무기 조달 과정에서 약 12억달러(약 1조6천2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했다.
감사관들은 기존 계약을 이행하지 못한 전력이 있는데도 정부와 신규 조달 계약을 맺은 업체 18곳을 확인했다.
이 가운데 6곳은 우크라이나 정부와 체결한 계약을 단 한 건도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우크라이나 10대 군수 계약업체 중 7곳은 최고경영자가 사기 혐의로 수사를 받거나 계약을 이행하지 못한 전력이 있었고, 일부는 최고경영자가 부패 혐의로 체포된 가운데에도 신규 계약을 따냈다.
우크라이나 군수업체들은 이처럼 부실한 조달 관리 체계를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불량 무기를 공급받은 우크라이나군은 전선에서 위기를 감수해야 했다.
실제로 2024년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에서 러시아군이 참호선을 공격하자 우크라이나 포병대가 대응 사격에 나섰지만, 일부 박격포탄이 불발되는 사고가 있었다.
당시 우크라이나 국영 군수업체 파블로흐라드 공장 책임자였던 레오니드 시만이 군에 수천 발의 불량 박격포탄을 공급한 정황이 드러났고, 그는 방산 사기 혐의로 체포·기소됐다.
수사 결과 시만은 첫 박격포탄 공급 계약을 따냈을 때 이미 횡령과 사기 혐의 등으로 여러 건의 수사를 받고 있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그가 부패 혐의로 보석 상태에 있던 중에도 2억8천만달러(약 3천770억원) 규모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시만은 상당한 규모의 부동산을 보유하며 호화로운 생활을 누렸고, 공장 부지에는 물소와 사슴, 무스 등을 풀어놓고 길렀다. 반부패 활동가들은 이 동물들이 회사 경영진의 사냥을 위한 용도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같은 제품을 두고 더 비싼 업체와 계약해 예산을 낭비한 사례도 확인됐다.
2024년 국방조달청이 수억달러 규모 로켓포 구매 입찰을 진행할 당시 튀르키예 제조업체가 가장 낮은 가격을 제시했지만, 실제 계약은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낸 체코 군수업체의 자회사로 돌아갔다.
우크라이나 정부가 제조업체와 직접 거래하는 대신, 체코 업체를 중개업체로 선택한 것이다. 이에 따라 우크라이나가 부담한 로켓 비용은 당초 계획보다 약 1억3천만달러(약 1천750억원) 증가한 것으로 추산됐다.
이처럼 보이지 않는 손실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동맹국에 추가 무기 지원을 호소하는 와중에도 계속 누적됐다고 NYT는 지적했다.
우크라이나 국방조달청 전 고문 타메를란 바하보프는 "군은 필요한 물자를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고, 납품 불이행과 과도한 대금 지급으로 예산만 소진되고 있다"며 "결과적으로 추가 무기를 주문할 자금이 부족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NYT에 말했다.
우크라이나 무기 조달 비리는 국내 정치 뇌관으로도 떠올랐다.
국방 조달 개혁을 추진하던 미하일로 페도로우 전 국방장관은 개혁에 반대한 방산업체들이 자신을 장관직에서 몰아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페도로우 전 장관의 주장에 선을 긋고 있지만, 무기 조달 문제는 그의 측근까지 번진 상태다.
지난해 반부패 수사관들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전 사업 파트너가 당국자들에게 안전성 시험을 통과하지 못한 방탄조끼를 구매하도록 종용하는 내용의 녹취를 확보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 사건에 연루됐다는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으며, 그는 해당 수사를 지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ms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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