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일자리 뺏긴 뜻밖의 사람들…'과제 대필' 고학력 케냐인들

입력 2026-09-06 15:44
AI로 일자리 뺏긴 뜻밖의 사람들…'과제 대필' 고학력 케냐인들

한때 4만명 종사했던 온라인 대필업계 사실상 고사…"모두에게 닥칠 일"



(서울=연합뉴스) 곽민서 기자 = 해외 대학생들의 에세이를 대신 써주며 생계를 꾸리던 고학력 케냐인들이 인공지능(AI)의 등장으로 일감이 끊기는 처지에 놓였다.

5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영어가 공용어 중 하나인 케냐의 수도 나이로비에서는 한때 최대 4만명이 에세이 대필업에 종사한 것으로 추산됐다.

그중 한 명인 테레시오스 분디(34)는 12년간 2천500편이 넘는 에세이를 대필하며 높은 소득을 올린 인물이다.

그는 2011년 대학 진학을 위해 수도 나이로비로 이주했다가 온라인 대필 부업에 발을 들였다.

2015년 공중보건학 학위를 마친 뒤에는 아예 본격적으로 대필 사업에 발을 들여 건당 40∼70달러의 대필료를 받았다.

당시 그는 공중보건 분야에서 기대할 수 있는 소득보다 최소 5배 많은 돈을 벌었다. 학생들의 부정행위를 돕는 데 따른 고민도 있었지만, 결국 선택은 학생들의 몫이라 여기며 스스로 '과외 선생님'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그러나 2022년 오픈AI가 대화형 인공지능 서비스인 챗GPT를 출시한 뒤 일감은 급격히 줄기 시작했고, 대필 단가도 바닥을 쳤다. 케냐의 에세이 대필 업계는 순식간에 사실상 사라져 버렸다.

분디는 "AI가 이런 일을 해낼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NYT에 말했다.

이후 에세이 대필로 생계를 잇던 이들은 노동시장에 다시 진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때 대필 작가 100명을 고용할 정도로 사업을 키웠던 리처드 에실라체(38)는 현재 대필업을 접고 사진 편집 일을 하고 있다.

에실라체는 AI를 활용한 작업을 시도하고 있지만, 대필 사업만큼의 수입을 올리지는 못한다고 NYT에 말했다.

앨릭스 무뉴아(30) 역시 에세이 대필업에 종사하다가 일자리를 옮긴 케이스다. 그는 업계가 쇠퇴한 뒤 데이터 라벨링 및 소셜미디어 콘텐츠 검토 업무를 했지만, 이제는 그 일감마저 사라지고 있다고 NYT에 전했다.

무뉴아는 "일자리가 사라진 후 일부는 고향으로 돌아갔고, 나머지 일부는 다른 분야에 도전했으나 정규직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좌절하고 있다"고 말했다.

케냐에서는 매년 10만명 넘는 대학 졸업생이 배출되지만, 정규직 일자리는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체 일자리의 약 80%는 배달·건설·노점상 등 비정규직 일자리이고, 청년 실업률은 25%를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때문에 케냐 정부도 에세이 대필을 비롯한 온라인 플랫폼 노동을 사실상 묵인해 왔다고 NYT는 짚었다.

그러나 AI가 빠르게 발전하면서 이러한 온라인 프리랜서들이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스케일AI와 AI안전센터가 공동으로 진행한 테스트에서 AI 모델의 온라인 프리랜서 업무 수행률은 지난해 10월 2.5%에서 올해 7월 16%까지 높아지기도 했다.

분디는 "AI는 이제 은행가와 회계사, 엔지니어, 건축가에게까지 다가오고 있다"며 "(일자리 위기는) 결국 모두에게 닥칠 일"이라고 말했다.

mskwa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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