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고위 관리, '발칸 도살자' 장례 예우에 세르비아 방문 취소
코스 집행위원 "사망한 전범 미화, EU 가치와 양립 불가"
(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마르타 코스 유럽연합(EU) 확장 담당 집행위원이 지난주 옥중 사망한 보스니아 내전의 핵심 전범 라트코 믈라디치에게 국가적 예우를 갖춰 장례를 치르려 하는 것에 항의하는 뜻으로 세르비아 방문을 전격 취소했다.
dpa통신 등에 따르면, 코스 집행위원은 4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엑스(X)에 글을 올려 "믈라디치 유해의 베오그라드 귀환은 유럽 최근 역사의 가장 어두운 시기를 떠오르게 한다"며 "그의 죽음을 미화하는 것은 EU를 향한 여정이 지향하는 가치들과 양립할 수 없다. 그 과정에서는 과거를 직시하고, 진정한 화해를 이루며, 전쟁 범죄 피해자들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코스 위원은 "우리의 공동 미래를 뒷받침하는 가치는 타협의 대상이 아니다. 이런 맥락에서 현시점에서 세르비아로의 예정된 방문을 진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믈라디치는 1992년부터 1995년까지 이어진 보스니아 내전 당시 이슬람계 주민에 대한 잔혹한 '인종 청소'를 지휘해 '발칸의 도살자'라는 악명을 떨쳤다. 내전이 끝난 뒤 16년간의 도피 생활 끝에 체포된 그는 2017년 유엔 전범재판소에서 종신형을 선고받고 네덜란드 헤이그의 유엔 구금시설에서 복역 중 지난 27일 84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국제사회에서 전범으로 손가락질받은 그는 여전히 세르비아와 보스니아 내 세르비아계 자치 지역인 스릅스카 공화국에서는 국민적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다.
스릅스카 공화국에서는 그의 사망 소식에 곳곳에서 철야 추모 집회가 열렸고, 믈라디치의 시신이 실린 관이 3일 군용기 편으로 베오그라드로 운구됐을 때는 거리에 시민들이 몰려 경의를 표하는 장면도 목격됐다. 세르비아 군도 세르비아 국기로 감싼 믈라디치의 관을 예우 속에 맞이했다.
믈라디치는 보스니아의 세르비아계 출신이었지만, 세르비아군으로부터 급여를 받았고 전쟁 후 세르비아군의 연금도 지급받는 등 세르비아군과 밀착 관계였다.
믈라디치의 아들 다르코는 세르비아 법무장관과 함께 연 이날 기자회견에서 믈라디치의 장례식이 오는 7일 베오그라드에서 열릴 것이라고 알리며 "전 세계를 향해 아버지의 역할이 자랑스럽다는 점을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은 믈라디치 예우를 둘러싼 EU와의 긴장을 의식한 듯 공식 일정과 겹친다는 이유를 내세우며 믈라디치의 장례식에는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세르비아는 2014년부터 EU와 가입 협상을 진행해 왔으나, 부치치 대통령 집권 이후 최근 몇 년 동안에는 가입 협상에 진척이 없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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