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조 퇴직연금 원리금보장에 묶였다…운용구조 개선해야"
자본시장연구원 이슈브리핑…"퇴직연금 10년 평균 수익률 2.64%"
"기금형 도입·디폴트옵션 자동운용 강화 필요…국민연금공단 참여는 부적절"
(서울=연합뉴스) 김유향 기자 = 적립금 규모 500조원을 넘어선 퇴직연금이 원리금보장상품에 지나치게 편중돼 장기수익률이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만큼, 연금 운용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4일 서울 여의도 자본시장연구원에서 열린 '2026년 제1차 KCMI 이슈브리핑'에서 "퇴직연금은 적립금 규모가 빠르게 커졌지만 운용성과와 연금화 성과는 제도 목적에 미달했다"며 "개편의 초점은 상품 추가가 아니라 의사결정 구조와 책임구조의 전환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퇴직연금 적립금은 501조4천억원으로 2020년의 255조5천억원에서 5년 만에 두 배 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전체 적립금의 75.4%가 원리금보장상품에 머물고 있으며 최근 10년 평균 수익률은 2.64%에 그쳤다. 전체 퇴직자의 연금수령 비중도 16.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형별로는 확정급여형(DB)의 최근 10년 수익률이 2.27%로 가장 낮았다. 확정기여형(DC)과 개인형퇴직연금(IRP)의 수익률은 각각 3.09%와 2.99%로 집계됐다.
남 연구위원은 원리금보장 중심의 운용이 단기적으로는 안정적이지만 장기간 노후자산을 불리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퇴직연금의 사전지정운용제도인 '디폴트옵션'도 가입자가 직접 상품을 선택해야 하는 현행 '옵트인'(opt-in) 방식에서 벗어나 별도 선택이 없으면 타겟데이트펀드(TDF)와 타겟리턴펀드(TRF) 등 장기 분산투자 상품에 자동 투자되는 '옵트아웃'(opt-out) 방식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 연구위원은 작년 기준으로 디폴트옵션 적립금은 53조3천억원까지 늘었지만, 안정형 상품 비중이 85.4%에 달하며 전체 수익률은 3.69%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가입자의 무관심으로 저수익 상품이 방치되는 것을 막으려면 실질적인 자동 운용체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장기운용을 책임질 수 있도록 독립적인 의사결정기구와 수탁자책임을 갖춘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도 필요하다고 봤다.
그는 영국의 '마스터 트러스트'와 호주의 '슈퍼애뉴에이션' 등 해외 사례를 통해 기금의 규모 자체보다 독립성과 전문성, 이해상충 관리 및 감독체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기금형 도입 이후에도 기존 계약형 퇴직연금이 상당 기간 병존하는 만큼 DB형에서는 '적립금운용위원회' 체계를 실질화하고 외부위탁운용(OCIO)을 확대, DC형에서는 디폴트옵션을 옵트아웃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 연구위원은 국민연금공단의 퇴직연금시장 참여에는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국민연금공단이 내세우는 높은 운용수익률과 낮은 운영비용이 현행 공공형 퇴직연금인 근로복지공단의 '푸른씨앗'과 비교해 뚜렷한 차별성을 보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공적연금과 사적연금의 운용을 한 기관에 집중하는 것은 다층 연금체계의 위험분산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봤다.
남 연구위원은 "퇴직연금은 후불임금 보전 장치를 넘어 국민연금을 보완하는 의무적 노후소득보장 제도로 재정의돼야 한다"며 "퇴직연금은 적립금 규모가 아니라 운용책임 구조로 평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금융기관은 상품 판매 경쟁에서 벗어나 가입자 최선 이익을 위한 운용책임 경쟁으로 이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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