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우주기업 4곳, 트럼프 압박에 파리 우주정상회의 불참

입력 2026-09-04 10:49
수정 2026-09-04 10:54
美 우주기업 4곳, 트럼프 압박에 파리 우주정상회의 불참

폴리티코 "백악관이 불참 압박 가했다" 보도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다음 주에 열리는 파리 국제우주정상회의에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와 제프 베이조스의 블루오리진 등 미국 우주기업 4곳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으로 불참키로 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폴리티코는 프랑스 정부 관계자를 익명으로 인용해 로켓 제조업체 스토크스페이스와 스타클라우드를 포함한 4개 미국 기업이 이날 "참가를 취소한다"고 프랑스 당국에 통보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폴리티코 기자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압력이 있었다는 언론 보도 소문과 연관 짓지 않기는 힘들다. 전략적 변동과 정치적 압박으로 때때로 일이 불필요하게 복잡해지더라도, 우리는 미국 파트너 및 동맹국과 계속 협력하기를 원한다"며, 다른 미국 기업들은 참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파리 국제우주정상회의는 9∼10일에 120여개국이 참가하는 가운데 열리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역점을 두고 있는 행사다.

그는 프랑스와 유럽이 미국 기술에 의존하는 것을 피하고 독자적 위성 발사 역량과 자체적 글로벌 위성통신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앞서 폴리티코는 백악관이 미국 기업들에 이 행사에 불참토록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 관계자는 지난주에 몇몇 미국 우주 기업들과 전화회의를 하면서 해당 기업들이 참석할 경우 미국 측 이견이 있는 유럽 측 정책 입장을 지지하는 것으로 여겨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회의에 참여한 백악관 관계자들은 기업인들에게 명시적으로 불참 지시를 내리지는 않았으나 불참을 강력히 권고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이에 대해 OSTP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는 우주 분야에서 동맹국 및 파트너들과 지속적으로 협력하고 있다. 이번 우주 정상회의에서 과학 임무, 탐사 프로그램, 우주 안보를 포함한 주요 우선순위에 대해 생산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번 파리 국제우주정상회의는 유럽과 미국 사이의 관계가 우주 정책뿐만 아니라 전방위적으로 경색된 가운에 열린다.

미국은 유럽연합(EU)이 추진 중인 EU 우주법안이 미국 기업들에 EU 규정을 적용하려는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또 프랑스와 독일이 EU의 IRIS²위성통신망을 포함해 유럽 기업들에 더 많은 이동 통신 위성 주파수를 배정하려고 하는 점에도 미국 측은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EU, 프랑스, 독일 등은 유럽의 위성통신이 스타링크 등 미국 사업자에 전적으로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지만, 미국 측은 EU가 규제와 시장 접근권을 이용해 미국 기업들을 희생시키려고 한다고 보고 있다.

정상회의에 참가할 한 우주기업 관계자는 "이것은 너무나 트럼프답다"며 "그는 유럽인들을 깎아내리기를 좋아한다. 특히 어떤 식으로든 유럽의 '리더십'을 상징하는 마크롱에 대해서는 더 그렇다"고 폴리티코에 말했다.

한 프랑스 정부 관계자는 미국 기업들의 공백을 다른 이들이 채울 수 있다며 "미국 기업들이 없다는 것이 정말 그렇게 큰 문제인가. 그게 질문"이라며 "다른 강국들이 참석할 것이며, 특히 중국이 그렇다"고 말했다.

EU 우주법 초안 마련 작업에 참여했던 프랑스 출신 유럽의회 의원 크리스토프 그뤼들레르는 "우주 부문의 다른 참여자들이 더 협력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분명히 점수를 얻을 것"이라며 "그것이 해결책이라는 말은 아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기분이 낳은 효과는 중국이나 다른 쪽이 더 호감 가는 존재로 보이게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solat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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