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경영계, 제조업 쇠퇴에 '노동시간 주 35→40 복귀' 군불
"시간당 임금 너무 높다"…40년 묵은 제도에 논쟁 재점화
헝가리와 비교하면 3배…노동계 "일자리수 줄어든다" 반발
(서울=연합뉴스) 오수진 기자 = 독일 경영계가 오는 10월 임금 협상을 앞두고 현재 임금 조건을 유지하되 주당 근로시간을 현재 35시간에서 40시간으로 늘리자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고숙련 노동자를 앞세워 수십년간 제조업 분야에서 우위를 점해왔으나 내외부 환경 변화로 이를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운 만큼 시간당 인건비를 낮춰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 이들 주장의 골자다.
2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독일의 주 35시간 근무제는 지난 1984년 당시 서독의 수만 명의 금속 노동자들이 7주간 파업을 벌여 쟁취한 결과물이며 10년간 안착 기간을 거쳐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주 35시간 근무제는 독일 노동자 5분의 1이 단체협약상 표준으로 적용받고 있다. 전체 노동자의 주당 노동 시간은 37.8시간이다.
무려 40년 가까이 유지된 주 35시간 근무제를 둘러싸고 논쟁이 재점화된 것은 독일 경제의 주력 분야인 자동차, 금속 등 제조업의 경쟁력이 빠르게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
FT는 독일의 산업 경쟁력이 지난 2017년 말 정점을 찍은 후 에너지 가격 증가, 중국과의 경쟁 심화, 미국의 관세 부과, 전기차의 빠른 도입 등으로 인해 이때와 비교해 15% 이상 감소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독일의 인건비는 유럽연합(EU)에서 여전히 가장 높은 수준이다. 현재 독일 제조업 시간당 인건비는 49.50유로(약 7만8천원)로 EU 평균인 33.70유로보다 47% 높다. 인근 헝가리 제조업 시간당 인건비인 15.60유로에 비하면 3배 가까이 높다.
높은 인건비는 과거에는 정치적 안전성, 탄탄한 인프라, 숙련된 노동자, 산업 클러스터 밀집성 등 그간 독일 제조업이 지닌 장점으로 상쇄됐지만 이제는 더 이상 버티기 어렵다는 게 경영계의 입장이다.
컨설팅 기업 롤랜드버거의 글로벌 전무이사 마르쿠스 베렛은 "많은 사람이 닥쳐올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치권과 대중의 논쟁이 독일 산업계가 직면한 위기의 규모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계의 입장은 명확하다. 엄격하게 주 35시간 근무제에 얽매인 일터는 없고, 이미 기업들이 노조와의 합의를 통해 근무 시간을 늘리거나 줄일 재량권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독일 최대 노조인 IG메탈(금속산업노조) 단체교섭 담당 위원이자 메르세데스 벤츠 감독위원회 위원인 나딘 보구슬라프스키는 "내가 아는 기업 가운데 엄격하게 주 35시간을 지키는 곳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는 주 35시간 도입 이유 중 하나가 업무량을 분산해 고용률을 높이기 위한 것이었다며 "원칙을 뒤집고 주40시간으로 근무 시간을 늘린다면 추가 근무 시간 수당 지급과 관계 없이 근로자 숫자는 더 줄어들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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