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조작정보 첫 자율심의 27건…삭제 결정은 '0건'(종합)
KISO, 정보통신망법 시행 후 첫 심의 결과 공개
신고 70% 정보·후기·홍보형…의견·평가는 대상 제외
(서울=연합뉴스) 권하영 기자 = 인터넷 자율규제 기구인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가 개정 정보통신망법 시행 이후 허위조작정보 자율규제 심의 현황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총 27건을 심의한 결과 허위조작정보로 판단해 삭제를 결정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법 개정 과정에서 허위조작정보 규제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가운데, 실제 심의에서는 가이드라인상 엄격한 요건이 적용된 결과로 풀이된다.
KISO 허위조작정보심의특별위원회는 2일 서울 광화문 인근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소속 회원사로부터 심의를 요청받은 허위조작정보 신고 27건에 대한 심의 현황을 이 같이 공개했다.
이는 지난 7월 7일 개정 정보통신망법 시행 이후 KISO의 허위조작정보 자율규제 기준이 실제 심의에 어떻게 적용됐는지를 공개한 첫 사례다.
개정 정보통신망법은 정보통신망에서 유통을 금지한 '불법정보'의 범위를 확대하고, 허위 또는 조작된 정보임을 알면서 타인의 인격권이나 재산권 등을 침해하는 '허위조작정보'의 유통을 금지하고 있다.
◇ '상품 후기·홍보' 신고 대다수…허위조작정보 불인정
KISO는 접수된 27건 가운데 심의 도중 삭제되거나 명예훼손성 권리침해에 해당해 임시조치가 이뤄진 4건을 제외한 23건에 대해 최종 심의를 완료했다.
'KISO 허위조작정보 자율정책 가이드라인'상 허위조작정보로 판단된 사례는 없으며, 23건 모두 '해당없음'으로 결론 났다.
상정된 게시물의 유형을 보면 상품·서비스 관련 정보나 이용 후기, 홍보 성격의 '정보·후기·홍보형' 게시물이 19건으로 전체의 70%를 차지했다.
당초 KISO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게시물이 주로 신고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여행업체·숙박 관련 정보, 음식점 영수증 리뷰, 미용 시술 후기, 상품 할인 정보 등 생활밀착형 게시물이 대부분이었다는 전언이다.
이 밖에 분쟁·비방, 흥미·오락형 게시물이 일부 상정됐고, 학술·종교적 영역의 주장이나 의견을 다룬 게시물도 소수 포함됐다.
◇ 허위·조작성 불인정 시 종결…종합적 판단 원칙
위원회는 신고 내용과 증빙자료를 토대로 게시물이 허위 또는 조작된 정보에 해당하는지를 우선 검토하고, 허위·조작성이 인정되지 않으면 이후 요건 판단을 생략한 채 곧바로 '해당없음'으로 결정했다.
일부 내용이 사실과 일치하는지만을 기계적으로 따지지 않고, 핵심 메시지나 이용자의 사실 인식에 미치는 실질적 영향을 함께 살폈다는 설명이다.
세부 사항의 경미한 오류, 일부 부정확한 표현, 정보의 최신성 부족, 착오 게시 가능성 등이 있더라도 전체적인 맥락에서 허위·조작된 정보로 보기 어려우면 허위·조작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반면 허위·조작성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손해를 끼칠 의도나 부당한 이익 취득 목적이 있었는지, 타인의 권리 또는 공익이 침해됐는지를 추가로 따지되, 게시 반복성과 유통 방식, 공론의 장 참여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위원회는 또 주관적 평가나 의견, 학술·과학·종교적 논쟁 사안처럼 객관적 진실이 확정되지 않은 경우는 판단 대상에서 제외했다.
이는 위원회 심의가 정보의 진실성을 인증하는 절차가 아니라, 가이드라인 요건에 따라 '허위조작정보'로서 유통을 제한할 대상에 해당하는지를 가리는 절차이기 때문이라는 부연이다.
명예훼손·사생활 침해 등 개인 권리침해와 관련된 게시물은 기존 임시조치 제도를 안내하고, 심의 진행 중 임시조치가 이뤄진 건에 대해서는 허위조작정보 해당 여부의 본안 판단을 내리지 않았다.
김민호 허위조작정보심의특별위원장은 "이번 심의 결과는 온라인상의 모든 부정확한 정보나 권리침해 사안을 허위조작정보의 영역으로 포섭하기보다는, 가이드라인이 정한 요건과 판단 기준을 충족하는 정보에 한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KISO 자율규제의 운영 원칙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실제 정보통신망법 시행 후 현재까지 국내 플랫폼에서 이용자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정도의 무분별한 삭제·차단은 없었다는 점도 확인했다.
다만 KISO 회원사가 현재 국내 플랫폼 중심으로 형성돼 있는 것과 관련해서는 "국내외 관계 없이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며 "현재 글로벌 빅테크 기업 2곳 이상이 KISO 회원 가입을 전제로 논의 중이며, 네이버·카카오·다음·네이트 외에 당근마켓도 자율적으로 참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앞으로도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최대한 존중하면서 허위조작정보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원칙 아래 심의 사례를 축적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 자율규제의 예측가능성과 신뢰성을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kwonh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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