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정부 "동물병원 진료비 공개"…수의계 "단순 비교 안돼"
수의사회, 정부·국회에 협의 촉구…"가격 비교 어렵고 약품 오남용 우려"
(서울=연합뉴스) 김세린 기자 = 정부와 국회가 개별 동물병원 진료비 공개와 진료기록 발급 의무화를 추진하자 수의계가 동물의료 현장에 미칠 영향과 동물용의약품 유통·처방 체계 등 선결과제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며 제도 재검토를 요구하고 나섰다.
대한수의사회는 2일 서울 국회의사당역 인근에서 '동물의료 말살정책 저지 투쟁 선포식'을 열고 "국민의 알권리와 동물의료 정보 공개라는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직접 규제 대상자인 수의계와의 충분한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6일 수의사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개정안은 지난 2023년부터 수의사법에 따라 전국 시·도와 시·군·구별 통곗값(중간·평균·최저·최고) 형태로 제공해온 주요 동물병원 진료비 정보를 개별 동물병원별로 확대해 공개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도 지난달 25일 보호자가 동물의 진료기록을 열람하거나 발급받을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수의사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이런 조치는 반려동물 양육 가구가 늘고 진료비 부담이 커지면서 동물의료 정보 공개를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의 '2025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동물 양육가구가 최근 2년간 지출한 반려동물 치료비는 평균 102만7천원으로 2023년(57만7천원)과 비교해 약 2배 증가했다.
한국소비자연맹 조사에서도 최근 3년간(2023~2025년) 접수된 동물병원 관련 불만 가운데 진료비 게시 제도 시행 이후에도 의료행위 관련 피해가 전체의 53.8%, 진료비 관련 피해가 33.3%를 차지했다.
진료비 자체도 전반적인 물가 상승과 고가 의료 장비 도입, 의약품 원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오르는 추세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동물병원의 초진 진찰료는 평균 1만520원으로 전년 대비 2.2% 오른 것으로 집계됐다.
다만 수의사회는 동물의 체중과 건강 상태, 마취 여부, 병용 처치 등에 따라 실제 진료비가 달라질 수 있어 개별 항목의 가격만으로 병원 간 비용을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수의사회는 "동물병원 진료비를 병원별 단일 금액으로 게시하도록 강제하면 보호자가 정확한 정보가 아니라 오인하기 쉬운 정보를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가격 경쟁에 따른 동물병원 진료 인프라 위축 가능성도 제기했다. 예방접종과 기초 진료 비중이 높은 소규모 1인 동물병원과 수도권 외 지역의 농장동물 진료 현장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수의사회는 동물용의약품 유통·처방 체계의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의사회는 "현재 처방 대상 동물용의약품이 전체의 약 20%에 불과한 만큼 진단명과 처방 내역이 공개되면 보호자가 수의사 진료 없이 약국 등에서 의약품을 직접 구매해 사용하는 사례가 늘어날 수 있다"며 "이는 의약품 오남용으로 이어져 동물의 안전은 물론 국민 건강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소·돼지·가금 등 농장동물의 자가진료가 허용된 상황에서 진료기록 공개가 확대되면 동물용의약품 오남용과 항생제 내성 등의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공적 동물의료보험제도 도입 등 동물의료 비용과 책임을 국가와 사회가 함께 분담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이에 걸맞은 재정 지원과 제도적 기반을 갖춰야 한다"며 "동물이 전문가의 진료와 처방을 통해 안전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동물의료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수의사회는 농식품부에 시행규칙 개정안의 입법예고 철회와 규제영향분석서 작성·공개를 요구했다.
국회에는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한 수의사법 개정안을 재논의하고 동물 자가진료와 동물용의약품 유통·처방 체계 개선을 함께 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아울러 수의사회는 농식품부에 다수인 관련 민원을 제출하고 관련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등 집단행동을 이어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athen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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