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금리 연쇄급등에 각국 빚부담 가중…가계·기업까지 파장
부채 많은 나라 이자 부담 '눈덩이'…주담대·기업대출 '들썩'
日 국채금리 3%에 해외투자 자금도 '집으로'…채권시장 재편
각국 중앙은행 행보 주목…일각선 'AI 거품론' 증시 영향 주시
(뉴욕=연합뉴스) 김연숙 특파원 = 1일(현지시간) 전세계 국채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각국 정부와 기업, 가계의 자금 조달 비용에도 부담이 커지고 있다.
국채 금리는 금융시장에서 다른 자산의 가격과 자금 조달 비용을 결정하는 기준 역할을 하는 만큼, 금리가 오르면 정부의 국채 이자 부담부터 주택담보대출과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까지 연쇄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
이날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의 국채 금리는 수년만의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2025년 1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올랐고, 일본의 10년물 국채 금리는 1996년 이후 처음으로 장중 3%를 기록했다.
영국의 30년물 금리는 1998년 이후, 독일 10년물 금리는 2011년 이후 각각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글로벌 국채 수익률 지표는 전날까지 나흘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며 3.72%까지 올라 2008년 중반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 민간 대출 부담 늘어…정부는 차환 비용 눈덩이
국채 금리가 오르면 민간의 자금 조달 비용도 커진다.
특히 장기 국채금리는 주택담보대출과 회사채 등 장기 자금 조달 비용에 영향을 미치는 준거 금리 역할을 한다.
가계로서는 주택 구입이나 대출 상환에 들어가는 비용이 커지면서 소비 여력이 줄어들 수 있다. 기업 역시 투자와 사업 확대에 부담을 받을 수 있다.
대규모 부채를 안고 있는 각국 정부는 더 타격이 크다.
정부는 기존 국채의 만기가 돌아올 때마다 더 높은 금리로 새로운 국채를 발행해 기존 빚을 차환해야 하므로 시간이 지날수록 이자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특히 미국의 총 국가부채는 지난달 40조달러를 넘어선 가운데 재정적자도 계속되고 있다. 일본 역시 국내총생산(GDP)의 두배를 웃도는 막대한 정부부채를 안고 있어 국채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부담이 크다.
◇ 중동 리스크·유가 급등에 AI 투자가 불러온 인플레 우려
최근 채권 매도세는 몇 주간 이어져온 현상으로 원인은 복합적이다.
우선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 재개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시 커졌다. 호르무즈 해협의 불안이 유가 수급 차질 우려를 키우면서 국제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의 11월 선물 가격은 이날 배럴당 94달러를 넘겼다.
각국의 재정적자와 국채 발행 확대도 부담이다. 여기에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자금을 마련하려는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이 늘면서 채권시장 내 자금 수요가 커진 점도 국채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미국에서는 유럽 등과 달리 장기금리 상승의 상당 부분이 실질금리 상승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OCBC의 외환·금리 전략 책임자인 프랜시스 청은 "유럽과 영국은 인플레이션 기대치 상승이 더 큰 요인인 반면, 미국은 장기 금리 상승이 여전히 더 높은 실질금리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질금리는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뒤 채권 투자자가 요구하는 수익률로, 정부와 기업의 실제 자금 조달 비용을 보여주는 지표다.
◇ 日 국채금리 3%…글로벌 채권시장도 재평가
일본의 국채금리 상승은 글로벌 금융시장에도 새로운 변수다.
수십년간 초저금리 환경이 이어졌던 일본에서 국채 금리가 오르면서 일본 투자자들이 해외 채권보다 일본 국내 자산을 선호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미국, 호주 등 글로벌 채권시장에 추가적인 금리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TD증권의 프라샨트 뉴나하 선임 금리 전략가는 "진정한 체제 변화(regime change)"라며 "일본 국채는 오랫동안 글로벌 채권의 닻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상황이 뒤집혔다"고 말했다.
◇ 중앙은행 긴축 경계 속 'AI 거품 터지나' 증시 파장 주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면서 시장은 중앙은행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최근 잭슨홀 회의에서 인플레이션이 목표치인 2%로 둔화하지 않을 경우 추가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시장에서는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국채 금리 상승은 주식시장에 하방 압력을 키울 수 있다.
특히 AI 관련 기업처럼 높은 성장 기대가 주가에 이미 반영된 종목이 조정을 받으면 증시 전반의 위험회피 심리를 자극할 가능성도 있다. 월가 일각에서는 AI 주식 거품이 터지는 신호탄이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MUFG의 글로벌 시장 연구 부문 유럽 책임자 데릭 할페니는 "우리는 이미 위험지대에 진입했다"며 금리가 오를수록 주식시장의 급격한 하락세가 나타날 위험이 커진다고 말했다.
noma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