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왕따 작전' 비웃듯…시진핑 초청에 반서방 정상 총출동

입력 2026-09-01 11:14
수정 2026-09-01 11:21
트럼프 '왕따 작전' 비웃듯…시진핑 초청에 반서방 정상 총출동

상하이 정상회의에 러·이란 등 집결…NYT "트럼프 스스로 궁지로"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중국, 러시아, 인도, 이란 등의 국가 지도자들이 참석한 10개국 정상회의가 중앙아시아에서 열리는 가운데, 시진핑 국가주석이 비(非)서방세계 지도자로서 갖게 된 영향력이 조명되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와 이란을 지원하는 나라들에 대해 경제 제재를 하겠다고 위협하고 있으나, 정작 이들에게 가장 큰 도움을 줘 온 중국은 이런 경고를 무시하고도 아직까지 미국으로부터 별다른 결정적 보복 조치를 당하지 않고 있다.

8월 31일(이하 모두 현지시간)과 9월 1일 이틀간 키르기스스탄 수도 비슈케크에서 열리는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에는 시진핑 주석,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등이 참석했다.

이 기구에는 카자흐스탄, 타지키스탄, 우즈베키스탄, 파키스탄, 벨라루스와 개최국인 키르기스스탄까지 합해 총 10개국이 정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세계가 워싱턴 주변으로 돌도록 만들려고 시도하고 있으나, 중국의 시진핑은 자신만의 강력한 궤도를 지니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SCO 정상회의는 평화시든 전시든 워싱턴의 적대국들이 버티도록 해 줄 수 있는 시 주석의 광범위한 능력을 보여줬다고 NYT는 평가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전쟁으로 전세계는 심각한 지정학적 불안정의 시기로 접어들었으며, 경제성장이 저해되고 물가상승률이 높아졌다.

지구 반대편인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슈빌에서 열리고 있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에서는 이런 어려운 경제 여건에 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비슈케크 정상회의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란 전쟁으로 시 주석이 갖게 된 엄청난 영향력을 보여주는 자리였다는 게 NYT 진단이다.

러시아와 이란이 경제를 끌고 가고 전쟁 수행 능력을 유지하는 데에는 중국이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원유 수입국이며 소비재 수출국으로서 막대한 지정학적·경제적 영향력을 지니고 있으며, 시 주석은 이를 활용해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러시아와 이란을 상대로 가하려는 경제적 압박을 완화시켰다.

중국은 러시아산 원유와 이란산 원유의 최대 수입국이다.

미국은 이란 전쟁을 계기로 아시아와 유럽에서 일부 병력을 빼냈다.

지난달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정권을 지원하는 국가들을 '경제적 D-데이'로 제재하겠다고 위협했으나 시 주석은 이런 위협을 대수롭지 않게 무시할 수 있었다.

예전에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산 원유를 구입하는 나라들을 제재하겠다며 비슷한 위협을 한 적이 있으나 베이징을 상대로는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조 바이든 행정부 때 국가안보회의(NSC)에서 중국·대만 업무 담당 선임국장을 지낸 줄리언 거워츠는 "다른 세계 지도자가 표현한 바대로, 그(트럼프)의 위협과 약속 양쪽 모두 베이징에게는 '연필로 쓴 것'으로 보인다"며 트럼프에게 '근원적 신빙성 문제'가 생겼다고 지적했다.

트럼프가 위협을 하든 약속을 하든, 시 주석은 트럼프의 말이 믿을만하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언제든지 지우개로 지워버릴 수 있다고 여긴다는 뜻이다.

NYT에 따르면 비슈케크 정상회의에서 시진핑이 우선과제로 삼고 있는 것은 비(非)서방권 국가들의 지도자로서 이미지를 확고히 하는 일과 그가 '미국의 패권'이라고 부르는 것을 견제하는 일이다.

다만 시 주석은 이란에 대한 공개적 지지를 어느 정도 수준까지 표명할지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취할 공산이 크다고 NYT는 분석했다.

불안하게 유지되고 있는 미국과의 경제 휴전을 연장하기 위해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미국 방문 일정이 불과 한 달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NYT는 시 주석이 정상회의와 별도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과 따로 만나 개별 정상회담을 할지 여부가 주목된다며 "이는 예정된 미국 방문을 앞두고 그(시진핑 주석)가 어느 정도까지 선을 밀어붙일 의향이 있는지를 보여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거워츠는 "워싱턴이 많은 동맹국들을 소외시키는 바로 이 순간이 바로 중국이 세계 곳곳에 친구와 선택지를 갖고 있음을 보여 주는 기회라고 시진핑 주석은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진핑과 푸틴의 관계는 시간이 갈 수록 베이징에 점점 유리해지는 일방적 관계가 되어가고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서방 측의 러시아 상대 제재를 계기로 중국은 러시아산 원유를 할인된 가격에 사들여 비축했으며, 이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충격을 완화할 수 있었다.

게워츠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 주석을 만나면 이란과 북한 문제에서 중국 지도자의 협조를 구할 가능성이 크지만 중국이 이에 응할지는 불분명하다고 전망했다.

그는 "트럼프는 스스로를 궁지에 몰아넣었다"고 평가했다.

solat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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